도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 20억씩?...시민사회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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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 20억씩?...시민사회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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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예산편성 사전협의 제안, 시민단체 비판 잇따라
"선심성 재량사업비 증액이 웬말?"...공직사회도 비판 가세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예산편성 이전에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제주도정에 촉구하면서 불거진 '재량사업비' 대립각 상황과 관련해, 시민사회와 공직사회가 일제히 도의회를 성토하고 나섰다.

도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제안은 표면적으로는 '예산 사전협의'지만, 그 이면에는 도의회 몫 예산배정이 깔려있다는 얘기가 회자되면서다.

도의회의 이번 제안 배경에는 그동안 암암리에 이뤄지던 의원 재량사업비 성격의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규모와 관련한 줄다리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민숙원사업비는 감사원의 '불가' 회신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한 비밀로 이뤄져왔는데, 보통 의원 1인당 민간경상보조금과 민간자본보조 등을 모두 합쳐 3억3000만원 정도가 편성돼 왔다.

도의회는 최근 이 주민숙원사업비를 1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또 의원별로 현안사업비로 10억원 범위 내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제주도에 요구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원 1인당 총 20억원을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체 의원 수가 41명인 점을 감안하면 82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는 제주도 가용재원 규모가 4000억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20%에 육박하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매번 예산안 계수조정 때면 대규모로 손질해 의원 개인별 '민원 예산'에 증액해온 관례에 비춰보면, 이번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증액 요구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5일 성명을 내고 "제주도의회의 재량사업비 부활 추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소위 재량사업비라고 불리우는 '소규모 숙원사업'예산을 820억이나 증액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우리는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힐난했다.

참여환경연대는 "재량사업비는 주민의 혈세임에도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의원들의 대표적인 선심성 예산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폐지를 요구했던 사업비"라며 "재량사업비는 다른 예산 항목과는 달리 편성 과정에서 충분한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심의 때도 구체적인 사업 내용 없이 총액 상태로 뭉뚱그려 처리돼 일명 '지방의회 쌈짓돈'이라고 비판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재량사업비의 폐해를 경험한 지자체들이 이미 지난 2012년 감사원의 폐지 권고를 받아들여 재량사업비를 폐지한 마당에 민의를 대변하는 제주도의회가 폐지됐던 재량사업비의 부활을 꾀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처신"이라며 "재량사업비가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본 예산에 편성하거나 주민참여예산으로 주민 스스로 예산 사용처의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예산편성의 관행을 깨고 예산의 협치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구 의장의 주장은 폐지됐던 도의원 재량사업비 부활을 위한 꼼수일 뿐이며, 협치를 호도하는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제주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재량사업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경실련은 "제주도의회는 겉으로는 '예산 협치'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집행부의 법적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무시한 채 사전 협의라는 구실로 월권행위를 시도하는가 하면 2012년 선심성 예산이라는 지적에 따라 폐지된 재량사업비를 또 다시 20억원으로 대폭 증액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경실련은 "제주자치도의 심각한 재정난과 가용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의원 몫'으로 막대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제 밥 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몰염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재량사업비는 의원들로서는 지역구 주민들에게 생색내기 딱 좋은 예산"이라며 "제10대 도의회가 출범하자 또다시 재량사업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의회는 '예산 협치', '예산편성 관행 개혁'을 운운하지만 그 속내는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재량사업비를 어떻게든 증액시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공직사회도 비판에 가세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예산 심의권을 갖는 도의회가 이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집행부의 고유권한인 예산 편성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지방자치와 삼권분립의 근간을 심각히 흔드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과거 도의회는 예산심의과정에서 지역민원 해결이란 명분하에 '지역구 챙기기'가 극에 달해 도민의 혈세인 예산은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쌈짓돈인 양 선심성 예산증액을 해 왔다"며 "감사원 감사에서도 재량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일정액의 재원을 배분했던 관행이 잘못을 지적한 바 있으며 예산편성권 공유 요구는 명백히 지방재정법에 예산 편성권과 심의권이 구분돼 있는 법적사항을 위반하고 예산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구태의연한 작태"라고 성토했다.

전공노 제주지부는 "도의회 배지를 달고 초심만으로 의정활동을 해쳐 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자신들이 존재감을 지역구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지역구를 챙기는 것도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도민의 혈세인 예산은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쌈짓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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