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갖춘 '이미지 협치'...독점적 권한 나눠라"
상태바
"무늬만 갖춘 '이미지 협치'...독점적 권한 나눠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라포럼 '협치' 토론회, 민선6기 제주도정에 날선 비판
"포부만 넘치고 실천과제 없어...협치 자체가 제도적 장애"
제주국제협의회가 '협치-무엇을 어떻게'라는 주제로 한라포럼을 개최했다.<헤드라인제주>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핵심 화두인 '협치'에 대해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협치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는 담았으나 구체적인 실천과제가 없다는 지적부터 지금까지의 협치는 '이미지 협치'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잇따라 제기됐다.

제주국제협의회는 12일 오후 4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협치-무엇을 어떻게'라는 주제로 한라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고승한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에 나섰고,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 고대로 제주도기자협회장, 김헌 제주도 협치정책실장, 박주희 전 제주도의회 의원, 양영철 제주대학교 교수, 홍연숙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고승완 연구위원 "협치시대 포부는 담았으나 구체적 실천과제 없어"

고승완 연구위원은 "그동안의 도정 운영 방식은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늬와 형식은 협치행정 방식이지만 내용은 일방통행식의 관주도 통치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도정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민간 참여자들의 경우 도정 운영에 따른 사명감이나 책임감, 의무감 없이 소위 '회의 참석을 위한 참여'에 그치는 경향이 컸고, 만일 사명감을 갖더라도 다수 의결에 묻혀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거 진단했다.

어느덧 두 달을 훌쩍 넘긴 민선6기 제주도정도 호평을 얻지 못했다.

고 연구위원은 "원희룡 도정이 협치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담아냈으나, 어떻게 열 것인가에 대한 방향과 실천 과제들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의 협치행정 주요 방향은 크게 주민참여와 협력 강화, 도민자치 역량 강화, 시민사회 부문의 문제해결 능력 강화, 공공의 행정서비스 질적 향상, 도정의 정책기획 향상 등으로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연구위원은 "협치행정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구체적 기본로드맵을 우선 수립해야 하고, 협치행정 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협치정책실과 기획조정실 간의 협력과 협치기능의 혁할 분담이 필요하고, 협치위원회의 내실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 강호진 위원장 "도지사 독점권한 나눠야 '이미지 협치' 탈피할 것"

강호진 위원장은 "지난 6월 도지사 선거에서 '협치'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세대교체론이 주도했던 선거에서 협치라는 새로운 언어는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강 위원장은 "상대후보의 인수위원장 영입, 전직 시민단체 대표 출신의 제주시장 임명 등 협치적 흐름이 있었지만, 공론화 없는 '깜짝쇼', '진영논리'에 익숙했던 정치권과의 협의 부족이라는 비판도 있었다"고 되짚었다.

특히 "각종 인사에 있어 전 김태환 도정 세력과의 협치, MB정부 세력, 서울 언론과의 협치는 존재했지만 진정한 제주도민과의 협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든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협치정책실 신설, 기존 위원회 구조의 개편, 협치위원회 구성 중심 이외의 주목할 만한 협치정책은 생산되지 않고 있다"며 "이미지 중심의 무늬만 협치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도지사의 독점적 권한을 나누고 도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을 매개로 한 협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방안으로 "도민과의 협치를 통한 풀뿌리 예산편성권을 확대하고, 풀뿌리 주민참여형 행정으로 개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강 위원장은 "풀뿌리 순환경제 정책과의 협치, 유니버설 정책의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고대로 회장 "주민참여예산제-각종 위원회 운영 충실히 이행돼야"

고대로 제주도기자협회장은 "주민참여예산제와 각종 위원회 운영 등 협치행정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실행이 미흡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민선6기 도정이 신설한 '협치정책실'이 기존의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와 유사해 중복 운영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고 회장은 "제주도는 지난달 도의회, 언론계, 법조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위원 위촉 대상자를 추천받아 제3기 사회협약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했다"며 현재 운영중인 제도만 충실히 이행해도 협치행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창립한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은 제주도여성특별위원회와 뚜력한 차별성이 없어 논란이 벌어진 바 있는데,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출범했음에도 결국 존재 의미가 퇴색됐다"고 전례를 들었다.

# 박주희 전 의원 "위원회 구조조정-운영 내실화 필요"

박주희 전 의원은 "제주도민사회가 바라보는 제도적인 부분과 운영방식에 대한 부분 등 전반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계획 등을 포함해 제주도가 나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진정한 협치를 위한 전제조건이 되려면 기존 협치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조례를 통해 각종 위원회 활동 공개를 제도화하고, 위원회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원회 운영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중복 위촉되지 않도록 명단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공개모집 등을 통해 일반시민의 참여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전 의원은 "협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며 "제주도정의 '협치시대'가 기존세력들의 '합치시대'라는 일부 비난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의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양영철 교수 "협치 자체가 제도적 장애...시행착오 치러야"

양영철 제주대 교수는 "야당은 반대가 기본적인 임무라고 생각하고, NGO는 협력자체가 조직존립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협치는 그 자체가 제도적인 장애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역사적.이념적 차이, 권력의 비대칭, 배분될 자원의 희소성, 인식의 차이로 협치는 많은 시행착오를 치러야 한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제주도정은조례나 법령의 정비를 통해 지나치게 집행부 중심의 권한과 자원배분을 분산해 의회와 주민들의 참여폭과 깊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치는 권력을 나누는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도지사와 도의회가 일선 행정기관인 읍면동에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주민들이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관여의 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원 도정이 출범과정에서 실시했던 협치는 한국 지방정치사에서 보면 분명히 획기적"이라며 "협치의 토양은 이론보다 경험에서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실험적 협치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연숙 제주한라대 교수는 "제주지역의 협치는 협력과 공조중심의 모형을 적용해야 한다"며 "지방정부, 시민, 사회주체가 중심이 되고 과정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김헌 실장 "민간 주도하는 사업흐름 존중하겠다"

토론자들의 잇따른 지적이 일자 김헌 제주도 협치정책실장은 협치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흐름을 존중하며 상향식으로 구성하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제주도의 171개에 달하는 기존 위원회들의 운영개선과 재정비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구성방식부터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며 "민간 부문의 자발성과 참여, 창의적 발상을 최대한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또 "도내 농어축산업인, 민간기업들의 시장정보 인식과 판단이 도정 관련부서의 산업정책과 호흡하고 있는지 시의성, 민감성, 실효성을 기준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제주국제협의회가 '협치-무엇을 어떻게'라는 주제로 한라포럼을 개최했다.<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