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사만족도, '비판적 프레임'으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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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인사만족도, '비판적 프레임'으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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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공무원 인사만족도 조사결과, 논란 빚은 이유
'보통이상' 응답자 74%...100점 만점 점수는 왜 '49점'?

민선 5기 제주도정의 인사시스템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해 결과를 제시해 온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올해에도 '공무원 패널 및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조사는 제주도 소속 공무원 949명과 도민 패널로 주민자치위원 53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19일부터 9월6일까지 설문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29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제주도 총무과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 조사결과를 근거로 한 비판이 쏟아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29일 제주도 총무과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그동안 제주자치도가 공정한 인사관리를 위해 제도개선을 해온 점은 인정하지만, 이번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인사만족도 수준은 '50점 미만'이라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질책이 이어졌다.

"공직사회 인사제도 만족도 50점 미만", "만족도 제고를 위한 중장기 인사운영 종합대책 필요", "인사제도 운영을 위한 마스터플랜 부재가 원인", "인사제도와 관련한 모든 요인을 검토해 중장기 인사운영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등의 주문이 이어졌다.

여성공직자의 인사만족도가 낮다는 질책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질책들이 쏟아졌지만, 제주도 관계관을 설득시켜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조사결과의 '해석'을 두고 강한 반론이 이어졌다.

도의회 전문위원실이 직접 주관해 조사를 해놓고, 조사결과를 객관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부분은 종합적인 인사만족도가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49.4점'이라는데 있었다.

이 점수가 왜 논란이 된 것일까.

◇ 인사만족도 평가점수, 왜 '49점'으로 제시됐을까?

먼저 조사결과를 보면 이렇다.

제주도 공직자 중 인사만족도와 관련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공무원은 전체 21.9%, '보통' 52.4%, '부정적' 25.7%로 나타났다. 2011년과 2012년 조사 때와 비교해서도 6-8% 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보통'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74.3%에 달해 다소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전문위원실에서 이 정책자료를 제시하면서, 조사결과의 퍼센테이지(%)를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를 공개한데서 논란은 시작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전문위원실이 조사한 공무원 인사만족도 조사결과. <헤드라인제주>

보통 이상의 응답자가 74%에 달했음에도, 도의회가 제시한 점수는 낙제수준인 '49.4점'이다.

이는 보통 리서치회사에서 일부 사용하는 방법인 5점척도의 점수대입법, 즉 매우 만족 100점, 만족 75점, 보통 50점, 불만족 25점, 매우 불만족 0점을 적용한데서 나타난 것이다.

퍼센테이지 결과와 환산 점수간에는 상당한 체감적 차이가 작용한다.

퍼센테이지로는 74% 이상에서 보통이상의 평가를 받았다는 긍정적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100점 환산 점수로는 49점의 낙제로 비판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점 척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0점'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보통 학술연구 등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관광객 만족도 조사 등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한 학계 인사는 "굳이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환산하고자 한다면 매우 잘함을 100점으로 놓고 이후 80, 60, 40, 20점 순으로 대입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매우 불만족이라는 최저 점수를 '20점' 정도 놓고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100, 85, 70, 55, 25점'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이번 패널조사의 인사만족도 점수는 '70점' 정도가 나온다.

환산법을 조금만 달리해도 '70점' 또는 '49점'이라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만족도와 같은 학술조사에서는 100점 만점 환산법 보다는 '5, 4, 3, 2, 1'과 같은 점수대입법을 사용한다. 최근 한 학교급식 만족도 연구조사 논문에서 이 조사방법을 사용해 통계한 후 '3.6점' 정도 나오자 만족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 '49점 비판적 프레임'에 갇혀버린 감사...왜 아쉬움이?

결국 이번 도의회 인사만족도 조사결과는 전문위원실의 입장대로 '49점'일 수도 있고, '70점'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사를 수행한 전문위원실에서는 2011년부터 이 조사를 했기 때문에 연도별 추이 등을 분석해내기 위해 똑같은 점수환산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회는 한결같이 '준비된 원고'를 그대로 전하듯, '49점'에 포커스를 맞춰 힐난했다.

다분히 '비판적 프레임'을 사전에 설정해두고, 49점을 집중 강조한 것으로 비춰진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제주도 관계관은 지적사항에 대해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억울하다'는 듯,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영방 제주특별자치도 총무과장은 "패널조사를 통해 도의회 차원에서 인사제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어 감사를 드린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49.4점은 과락을 내는 점수라고 생각한다. 조사 자체는 잘못된 점이 없었지만, (100점 만점 환산) 결과를 낸 것은 아쉬운 점이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조사 결과 인사제도가 '보통' 이상이라고 답한 공무원은 74% 정도로 나오는데, 도민들이 볼때 인사평가 점수가 60점도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들여' 진행된 조사가 '49점' 논란에 휘말리면서, 조사 결과물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일회성 질의용'으로 전락되는 분위기가 그대로 표출됐다.

'49점' 외에도 시의성있고 의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제시됐으나, 이번 감사에서는 대부분 묻혀버렸다.

100점 만점이 아니라, 재해석함이 없이 프로테이지를 액면 그대로 제시하고 이에대한 판단은 도민에게 맡기고, 인사제도의 미진한 부분이나 의미있는 결과를 중심으로 논점을 도출해내고 인사운영의 공정성을 촉구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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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3-10-30 10:46:42 | 112.***.***.11
다른 목소리는 뭔가 달라요
제대로 찍어냈네

자기덫 2013-10-30 00:06:48 | 59.***.***.203
하허허. 이런식으로 앞으로 조사하면 되겠네
정책자문위원 의원들의 보좌 만족도는 몇점?
의원들에 대한 도민만족도누몇점?
앞으로 모두 점수로 합시다
도의회가 만들어놓은 측정기준 갖고서들

쪽박 2013-10-29 19:46:48 | 211.***.***.91
도의원들이 써준대로 감사하는 버릇 못고치니 정작 지적해야할 인사상 소외공무원 문제 등등은 못짚고 괜한걸로 트집잡히지
전문위원실 갈아치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