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까지 각오했는데"...'산모 무료쉼터' 무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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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까지 각오했는데"...'산모 무료쉼터' 무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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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첫 '농어촌 무료 산모쉼터' 계획, 도의회 '제동'
추경예산 2억여원 전액삭감...'증액예산 확보 위한 삭감'?

공직자와 지역 봉사단체들이 연계해 운영하려던 제주에서의 첫 '농어촌 산모 무료쉼터' 운영계획이 제주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는 17일 제주도가 제출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고, 계수조정을 거쳐 세출부분에서 16억8800만원을 삭감하고 이를 민간지원금과 선진지견학 여비 등에 증액하는 것으로 수정 의결했다.

그런데 이날 복지안전위의 마라톤 계수조정 과정에서는 제주시 서부보건소에서 제출한 '산후조리원' 운영을 위한 건물 리모델링 비용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부보건소는 이번 추경안에 보건소 건물 1층을 '산모 쉼터'로 리모델링하기 위한 2억1120만원, 산모복 및 의료소모품 구입 880만원, 쉼터방 운영 간호인건비(4명) 1500만원, 산모쉼터방 운영 물품구입(유축기 등) 3200만원 등 총 2억6700만원을 편성해 제출했다.

이 산모쉼터는 서귀포시지역에 공공산후조리원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으나, 제주 서부권 등 농어촌 지역의 경우 산후조리원이 전혀 없어 서귀포시나 제주시로 원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구상한 것이었다.

서부권에 별도의 산후조리원을 설립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대신 보건소 건물을 활용해 5인 입실 정도의 산모쉼터방으로 리모델링 해 농어촌 산모들이 출산 후 2주 정도 머무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소 비용으로 해, 다문화가정이나 저소득층 등의 산모들을 위해 산후조리를 할 수 있는 무료 쉼터 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시책으로 평가받았다.

농어촌 산모들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이 계획에서 눈길을 받았던 것은 보건소 간부공무원들과 지역 부녀회, 적십자봉사회 등이 직접 도우미 등의 봉사활동가로 나서는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간호인력 4명으로는 매일 24시간 운영하기에 벅찬 점이 있어, 간부공무원들은 야간근무를 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부녀회와 봉사회에서도 함께 운영에 나서겠다고 참여의사를 밝혔다.

지난 4월 현장을 방문했던 우근민 제주지사가 보건소로부터 업무보고를 들은 후, "중요한 민생시책"이라며 적극 추진토록 해 급물살을 탔다.

우 지사는 "제주 서부보건소에서 첫 시행의 결과가 좋을 경우 앞으로 동부권에도 이같은 모델의 산모쉼터를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들과 지역봉사단체의 자원봉사 '결심'까지 곁들여진 이 계획은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계수조정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정말 야근을 할 수 있겠나"라며 보건소측에 야근 동의서를 제출토록 했다.

급하게 간부공무원들의 야근 동의서까지 제출했으나, 일부 의원들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지 지역의 산후조리원과의 연계성 문제를 들며 난색을 표했다.

서귀포시에 공공산후조리원이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주시 지역의 민간 산후조리원의 경우에도 입소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 굳이 농어촌지역에 산모쉼터를 만들어야 하겠느냐는 지적이다.

또 리모델링을 하기에 앞서 '용역'을 시행해볼 것도 주문했다.

이에 보건소측은 "서부권 산모쉼터는 일반 산후조리원과는 개념이 다른 것으로, 의료복지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농어촌 산모들을 위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사업필요성을 강조했다.

거리상의 문제 등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아 별도의 무료쉼터를 운영하려는 것이란 설명도 더해졌다.

용역시행과 관련해서는, "적은 비용으로 건물 1층을 리모델링해 무료로 운영하겠다는 것이고, 인력도 자원봉사팀 등을 꾸려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용역까지는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서귀포시의 산후조리원 운영 경과를 지켜본 후 하는 것이 낫다"면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시켰다.

올 가을부터 운영하려던 보건소의 계획은 허무하게 날아간 것이다.

그런데 도의회는 예산전액 삭감 배경을 "공공산후조리원의 경과를 지켜보자"는 등으로 설명했지만, 이면에는 또다른 '속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삭감된 예산을 갖고 증액한 내역을 보면 사회복지단체 보조금 등으로도 많이 증액됐지만, 이번 추경의 취지에 맞지 않은 신규 증액 편성 사례가 대거 눈에 띄었다.

제주시 관내 모 동(洞) 지역 복지단체 지원금으로 7300만원 등 특정지역의 쏠림 배정을 비롯해, 본예산에 편성해야 할 차량 구입비나 단체들의 선진지 견학 비용 등이 증액됐다.

농어촌 산모를 위한 무료쉼터 예산은 전액 삭감시키면서, 증액예산의 명분은 설득력이 약했다.

딱히 문제가 있어서 삭감한 것이 아니라 '증액예산 확보를 위한 삭감'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표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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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2013-06-19 10:35:30 | 125.***.***.138
억.. 억하는 소리나 난다
이게 도의원의 수준을 말해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