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혀!"...면박만 당한 '손톱밑 가시'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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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면박만 당한 '손톱밑 가시'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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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영수증 카드번호 노출 시정민원, 되레 '면박'
도청 "그런 담당부서 없어"...동주민센터 "그게 왜 문제?"

지난 5월29일, 제주시 A동사무소를 찾아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면서 수수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던 김모씨.

뒤늦게 신용카드 영수증을 확인하던 그는 영수증에 자신의 카드번호 16자리가 모두 찍혀있는 것을 의아스러워 했다.

보통 일반 사업체의 영수증에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16자리 카드번호 중 뒷부분의 4자리가 '****'로 표시돼 있는데, 공공기관의 영수증에는 16자리 번호 모두 그대로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TV 등에서 16자리가 모두 찍혀 있는 영수증을 무심코 버릴 경우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되거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는 뉴스를 접했던 그는 담당부서에 이 사실을 알리고 시정하도록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시민의 불편사항 등을 모두 망라해 종합 안내해준다는 제주도청 '120 콜센터'에 전화를 건 그는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친절' 내지 '불감증'이 심각함만 뼈져리게 느껴야 했다.

120번 콜센터의 상담원이 연결되자, 그는 자신이 민원서류 영수증의 내용을 설명하자, 상담원은 그게 뭐가 문제냐는 태도로 응대했던 것.

또 '카드번호 16자리' 영수증에 관한 문제를 상담할 담당부서도 없다는 응답이었다.

김씨가 "카드결제 부분이니, 총무과 등 담당부서가 있을 것 아니냐"고 묻자, 상담원은 어디서 카드를 이용했느냐고 물은 후 "담당자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면 연결을 시도했다.

대기음과 함께 한참을 기다리는데, 대기음이 끊기면서 '야! 카드번호 16자리 찍히는게 정상 아니?'라는 속삭임이 들렸다. 옆 상담원과의 속삭임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죄송하다는 사과도 없었고, 전화를 건 민원인이 누구인지 조차 묻지 않았다. 

이에 불쾌함을 받은 그는 "여보세요! 16자리 중 뒤에 4자리 혹은 가운데 4자리를 별표로 표시되어 나와야 개인정보 유출방지가 되죠"라고 설명했으나, 전화에서는 "잘못된 것은 없는 것 같은데요"라는 대답만 들려왔다.

예전에 뉴스에서 보았던 내용들을 설명하며 일반 사업체에서는 카드번호가 모두 기재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해 설명했으나, "그런 내용을 담당하는 담당자는 없다"는 얘기만 들어야 했다.

한참의 실랑이가 있은 후,  "확인 후 다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그로부터 2시간 후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도청에서 걸려온 전화인 줄 안 민원인은 다시 처음부터 설명을 했다.

그러나 답변은 'A동사무소 뿐만 아니라 다른 동사무소에서도 똑같이 그렇게 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인은 "제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것이 두려워서 연락한 것이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카드번표가 나오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로인해 범죄로 악용될 소지가 있지 않느냐. 그래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고, 이를 시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해 전화를 한 것이다"라고 거듭 설명했다.

이 설명과정에서 뒤늦게야 자신이 처음 민원서류를 발급받았던 A동사무소 직원과 통화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해당 동사무소 직원이 전화를 주면서 자신의 소속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잔뜩 화가 난 이 민원인은 결국 30일 이 문제를 제주도청에 정식으로 알렸다.

공공기관 민원실의 영수증에서 카드번호 표시문제를 확인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120 콜센터와 동사무소의 친절교육 문제를 제기했다.

꼬박 하루동안 이 문제를 놓고 시름한 민원인은 3일째인 31일 오후 되어서야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카드 영수증 문제에 대해 답변한 부서는 총무과도, 동사무소도 아닌 '청렴감찰단'이었다.

청렴감찰단은 "개인정보 보호 등 좋은 제안을 해 주시는 과정에서 동주민센터 공무원와 120 콜센터 직원의 불친절한 전화응대에 죄송하다"면서 "직원교육을 강화해 이러한 불친절 문제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렴감찰단은 이어 민원인이 제기한 카드번호 16자리 표시 문제와 관련해, "제주도청 민원실에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카드번호가 노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전제, "이는 정확히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며 민원인이 지적한 내용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이용시 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취지의 제안을 하려 했던 이 민원인은 3일만에야 제대로운 답변을 들을 수 있었으나, 되레 면박만 당했던 민원인의 불쾌한 마음이 쉽게 풀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역 민원책임관제와 민원실의 '사소한 민원' 담당 실무책임자까지 배치해 운영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손톱 밑 가시' 민원 제거 구호가 공허하게 들려오는 대목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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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3-06-02 22:00:36 | 1.***.***.235
요구도 가지가지다 이것도 헤드라인 뉴스꺼리라고..

연동 주민 2013-06-01 22:20:06 | 122.***.***.2
도지사가 지난 번에 만든 조직, 뭐더라 민생 어쩌고?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개인정보 보호는 정보화사회에서 인권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공무원들이 인권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이다. 도지사는 민원을 해결하기 전에 인권에 대한 개념을 공무원들에게 교육시켜야 한다, 그리고 나서 진정 민원이 무엇인지를...

내 그럴줄.... 2013-06-01 20:37:46 | 61.***.***.107
손톱가시 민원같은 소리 믿었나...대못이나 박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