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송경동, 내 마음의 지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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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송경동, 내 마음의 지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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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51>내 마음의 지도부, 송경동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꽃을,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한 잔의 진한 커피
한 잔의 맑은 녹차와 어우러지는
양장본 속 아름다운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송경동의 시, 「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중에서

하지만, 그는 늘 거리에 서야만 합니다. 850만 비정규직 인간들에 대해 노래해야 하고, 일손을 빼앗긴 350만 농민의 시퍼런 절망에 대해 노래해야 합니다. 그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규탄하며 35m의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과 연대했습니다. 소위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실행했다가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 된,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거리의 시인’ 송경동 시인입니다.

그와는 2004년 제주작가회의 문학의 밤 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제로 한 문학의 밤 행사에 초청시인으로 와서 시낭송을 했습니다. 당시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행사를 했는데 행사장 주변에 잔뜩 노동관련 사진들을 덕지덕지 진열을 하고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을 보고 박물관 직원이 저지하자 언쟁이 붙었더랬습니다.

저가 가서 ‘이 전시도 모두 오늘 행사의 일환이다’라고 우겨서 계속 전시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런 이후 우리는 소위 ‘같은 과’로 통하게 되었습니다. 그후론 계속 마음 터놓을 수 있는 그런 인간적인 동지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가 평택 대추리에 있으면 나의 마음도 그를 따라 갑니다. 2010년 그가 용산에 있을 때는 그를 통하여 제주4・3 거리굿 행사에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초청하여 발언을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는 연대가 필요한 곳이면 어김없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몰입하여 해결에 몰두하다 몸이 많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평택 대추리에서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머리가 터졌고, 용산참사 현장에서 목디스크가 재발하고,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굴착기에서 떨어지면서 발목을 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 ‘희망’을 만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모든 현장을 지켰습니다. 소금꽃 김진숙은 ‘희망’을 안고 35m 크레인을 걸어서 내려왔지만, 이제 그는 걸어서 철창으로 들어갔고 새로운 ‘희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송경동 시인은
<점거는 끝나지 않았다>라는 시에서
'투쟁하는 이들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지도부'
라고 썼다(아니, 고백했다)

하도 그럴듯하여 나도
'내 마음의 지도부는 송경동'
이라고 쓸까(아니, 고백할까) 하다가

오늘도
용산에서 기륭에서 광화문에서
불의와 자본과 탄압에 맞서 싸우는
그 선한 얼굴이 눈에 밟혀
슬그머니 접고 말았다

'진정한 시인이란 시를 버릴 줄도 아는 사람'
이라 말하는 송경동을 안다면
그에게만큼은 거짓되어서는 안 되겠기 때문이다.
- 김수열의 시, 「내 마음의 지도부」 전문

그런 송경동 시인의 ‘지도부’는 정작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그는 ‘들과 비천한 이들의 말들 속에 가입되어 있고, 말없는 강물에 지도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으며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 송경동의 시,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전문

‘들과 바닷물결과 꽃잎과 나무와 바람과 가진 것 없는 이들과 좌판과 구두와 말과 강물’들은 바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겸손하고 진중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게 불의고, 부당함이고, 폭력이라 생각하면 날아오는 미사일조차도 겁내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진실과 평화 앞에서라면 늘 자신을 숙이고, 자신의 마음을 거울 닦듯 닦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어떤 물리적인 힘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 어떤 핵폭탄보다도 더 웅혼한 폭발력을 담지한 ‘양심’이라는 숨은 무기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자기밖에 모르는 위정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종 종 수만 명의 군대를 동원하기도 하지만 단 한번도 사람들의 양심을 이겨본 적이 없다. 그 양 심은 패배하면서도 오히려 승리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양심은 승리하면서도 그 무엇 도 천대하거나 굴복시키지 않고 오히려 끌어안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양심은 늘 묻히면 서도 오히려 더 거대한 생명의 물결로 살아나는 힘을 가지고 있다.
- 송경동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 중에서

가장 순수한 열정은 가장 새로운 전망을 내오게 합니다. 가장 순결한 영혼은 어떤 억압으로도 가둘 수 없습니다. 가장 순진한 마음은 어떤 두려움도 능히 이겨냅니다. 작년 제주에서 만났던 그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쩔쩔매는 그런 인간이었습니다. 그는 가진 것 없는 민중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자신의 살이라도 선뜻 베어줄 것 같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의 결기는 세포 하나하나마다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도 여느 시인들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고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해방된 사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거리에서 보낸 오늘 하루
나의 젊은 날도 헛되지만은 아니라
한낮의 꿈만은 아니리
-송경동의 시, 「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 중에서

그렇습니다. 그가 어서 감옥에서 나와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고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해방된 사회’를 갖기 위해 더욱 거리를 뛰어다니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 그러기 위해 그동안 다치고 아팠던 몸과 마음을 잘 추슬러서 더욱 생기있고 따뜻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가 감옥에 있는 한 이 시대의 양심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희망’조차도 가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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