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정문에 나타난 마법사, "일제고사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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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정문에 나타난 마법사, "일제고사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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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제주지부, 제학력갖추기평가 폐기 촉구 1인시위
"일제고사가 교육과정 파행 불러...교육감님 폐지하세요"

전교조 제주지부가 제학력갖추기평가 폐지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뚝 떨어진 기온에 찬 바람까지 불어 유난히 쌀쌀했던 14일.

오후 5시30분께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정문에는 검은 뿔태모자에 삼지창을 들고 검은 망토까지 두른 한 사내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김영민 사무처장. 그는 내일(15일) 제주도내 초등학생 4-6학년을 대상으로 일제히 실시되는 제학력갖추기평가의 폐지를 촉구하며 1인 피켓시위에 나섰다.

제주교육과학연구원(원장 양영선)이 출제를 맡은 이번 평가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4과목을 대상으로 치러진다.

평가문제 난이도는 기초(20%), 기본(60%), 심화(20%) 비율로, 문항 유형은 5지 선다형 70%와 서답형 30%(배점기준)로 구성된다. 서답형 30% 중 서술형 10%도 도입됐다.

평가의 주된 목적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해 기초.기본 학력을 정착시켜, 학력 향상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언뜻 들으면 좋은 취지인데 김영민 사무처장은 왜 쌀쌀한 날씨에도 '일제고사 폐지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했을까.

"10년 넘도록 일제고사(그는 제학력갖추기평가를 일제고사로 표현했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중단할 것을 주장해 왔지만, 고쳐지지 않아 또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됐습니다."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전교조 제주지부의 피켓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학력갖추기평가는 상.하반기 두 차례 실시되는데, 지난 6월 상반기 평가에 맞춰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주장했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어김 없이 제학력갖추기평가 실시가 예정되자, 또 다시 피켓을 들게 된 것이다. 단,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르게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독특한 복장을 갖췄다.

전교조 제주지부가 제학력갖추기평가 폐지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전교조 제주지부가 제학력갖추기평가 폐지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 사무처장은 "일제고사는 교육현장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과열 경쟁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험 준비를 위해 학생들은 토요 휴무일(놀토)에도 공부에 매달려야 하면서 인성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시험 결과가 학급과 학교 간 '줄 세우기'를 부추겨, 과열 경쟁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시험으로 인해 사교육비는 더 올라가고, 학급 간 비교가 이뤄지면서 교육과정의 파행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학력갖추기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그는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의 결단을 촉구했다. 교육감 의지만 있으면 시험 폐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10년 넘게 시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전국적으로 일제고사가 축소되고 있는데 왜 여전히 시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17일께 발표될 예정인 전교조 제주지부의 제학력갖추기평가 설문조사 결과에 주목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교사 500명,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일제고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현재 데이터 분석 중"이라며 "이 결과를 통해 일제고사가 교육적으로 적합한 것인지 낱낱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영민 사무처장이 입은 조끼에 붙여진 스티커. '경쟁만능 교육 OUT'을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편 이에 앞서 제주교육과학연구원은 지난 9월2일부터 5일까지 초등교사 75명, 중등교사 120명을 대상으로 '2011년도 제학력갖추기에 대한 타당성 등에 대한 교사.학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서 현행 국어, 수학, 사회, 과학 4과목에 대한 평가를 국어, 수학, 영어 3개로 줄이는데 어떤지 묻는 질문에 설문 참가교사 61명 중 51명(84%)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상반기와 하반기 1회씩 총 2회 실시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58%가 현행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보였고, 31%가 '1회로 줄였으면 한다'고 응답했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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