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이 '공공 자전거'에 애먹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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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이 '공공 자전거'에 애먹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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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자전거 스테이션, 왜 '순 한글버전'일까
'누구나 탄다는' 공공자전거, 외국인은 '외면'

공공자전거 스테이션. <헤드라인제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달부터 제주에서도 운영되기 시작한 공공자전거.

최근 무섭게 치솟고 있는 기름값을 절약하고, 대기오염이나 교통체증을 줄인다는 '친환경적' 요소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제주에는 신제주권을 중심으로 6곳에 공공자전거 거치대(스테이션)가 설치돼 있고, 거치대마다 12대씩 모두 72대의 자전거가 무료로 대여되고 있다.

그런데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자전거 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기에 앞서 회원가입과 이용카드 발급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가 '한글'로만 돼 있는 것.

따라서 한글에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들이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에서 4년 째 생활하고 있는 영국인 짐 선더스(28, Jim Saunders).

제주의 역사와 각종 현안에 관심이 많은 그는 공공자전거 정보를 접하고, 이를 이용하는데 도전했다. 그러나 도전 첫 관문부터 쉽지 않았다.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려면 먼저 인터넷(http://bike.jeju.go.kr)으로 회원 가입한 뒤, 제주도청 도시디자인단을 방문해 자전거 이용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자전거와 자전거 거치대에는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가 장착돼 있는데, 회원이 카드를 이용해 자전거를 거치대에서 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짐은 "(회원 가입 시) 한국어 설명만 있어서 한국인에게는 쉽겠지만, 외국인에게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회원 가입에 성공, 이용카드를 발급받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인 스테이션도 모두 한글로만 돼 있었다.

공공자전거 스테이션에 설치돼 있는 무인대여시스템. 한글로만 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공공자전거 스테이션에 설치돼 있는 무인대여시스템. 한글로만 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실제 신제주 제주일보사 뒷편에 위치한 스테이션을 방문해 보니, 대여 절차의 첫 단계인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은 한글로만 구성돼 있었다.

스테이션 벽에 부착된 이용안내문도, 자전거를 넣고 빼는 절차에 대한 설명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테이션에는 한국어만 있고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는 없었어요. 제주, 국제자유도시 되고 싶지 않아요?
 
짐은 동행한 한국인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대여하는데 성공했지만,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대여 시스템은 아쉬웠다고 전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한 공공자전거의 본래 취지와는 겉돌고 있는 대목이다.

공공자전거 스테이션에 한글로만 돼 있는 이용안내문. <헤드라인제주>
공공자전거 스테이션에 한글로만 돼 있는 이용안내문. <헤드라인제주>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공공자전거 운영은 시험단계로, 안내판 언어를 외국어로 다양하게 하는 부분은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자치도는 올 연말까지 운영 효과를 검토해 효율성이 입증될 경우 공공자전거 운영지역을 서귀포시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시험단계 기간에 외국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행정 당국이 얼마 만큼의 노력을 기울일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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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2011-08-09 22:06:11 | 211.***.***.58
한국인이 낸 세금으로 한국인이 이용하도록 만든 건데
세금도 내지 않는 외국인을 위해 편의를 제공할 의무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