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도전..."바다가 제 친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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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도전..."바다가 제 친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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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제주최초 장애인 요트면허 강동희씨
고된 객지생활 끝에 돌아온 고향 "역시 제주바다!"

"도전의 이유요? 그냥 바다가 너무 좋았어요. 어렸을때부터 바다가 가장 친한 친구였거든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에게 불편한 두 다리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주지역에서 요트조종면허시험이 치러진 이래 장애인으로써는 최초로 면허를 취득한 강동희씨(42)의 이야기다.

강동희씨.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을 모르고들 있더라고요. 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평일에는 국민연금공단의 강 대리로 근무하는 그는 주말이 되면 친구를 찾아 바다로 떠난다.

# "가장 친한 친구가 바다였어요"

생후 6개월쯤 앓게된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1급 판정을 받은 그는 지금까지 목발과 휠체어를 의지하고 있다.

"학교 다닐때가 가장 고역이었죠. 저희 집이 도두동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가려면 거의 기어서 다녀야 했거든요."

그맘때부터 도두 앞바다는 그의 친구가 됐다. 할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아침 댓바람부터 바닷가로 놀러가 해가 질때쯤에야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장애가 없는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려 놀 수 있는 곳이 바다밖에 없었어요. 뭍에서 동네 친구들과 놀려면 제약이 많았으니까."

국민연금공단에서 만난 강동희씨. <헤드라인제주>
강동희씨가 제주도장애인요트연맹 조순만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항상 발목을 잡았던 장애가 바닷가에 들어가면 사라지더라. 그가 바다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 이유다.

요트를 배우기 전까지 그는 약 7년간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체육회 소속 수영선수로 활동했다. 한동안 육지부에서 생활했지만 어렸을적 그 감각은 쉽게 죽지 않았던 터였다.

# 고된 객지생활..."제주가 그리웠어요"

"고생을 많이 하기는 했죠. 고등학교때 재활원 문제로 서울에 올라가서 살았었는데, 막상 졸업하고 나니 할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조그만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어묵을 파는 노점상일을 시작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구두를 닦는 일도 손을 대봤고, 지갑을 제작하는 기술도 배워봤다.

객지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결혼을 조금 일찍 했거든요. 23살때인가...한참 지갑을 만들고 있었을 때였는데 아이도 생기고 먹고는 살아야하는데 변변한 직장이 없으니 너무 힘들었죠."

안정된 직장을 위해 다시 펜을 붙들었다. 20대 후반에 선택한 길이었기에 더욱 열심히 달렸고, 2년넘은 시간을 투자한 끝에 현재 그의 일터인 국민연금 공채에 합격하게 됐다.

"공채에 합격하고 5년정도 부천에서 일했어요. 그러다가 고향인 제주가 그리워서 제주로 발령을 신청했고 다시 내려오게 됐습니다." 제주 바다의 향기가 그리웠던 그였다.

# "요트의 즐거움, 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어요"

3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수영을 하던 '가락'이 있었기에 제주에 오자마자 장애인 수영선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몸의 한계를 느끼게 됐고 자연스럽게 다른 종목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때쯤 막 태동했던 장애인요트연맹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요트 조종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타고 내리는데는 큰 불편함이 있지만, 요트에 올라서는 상반신만으로 조종할 수 있었기에 그에게는 안성맞춤인 종목이었다.

제4회 요트조종면허시험에서 최종합격한 강동희씨. <헤드라인제주>

"처음에 타려고 시도할때는 무서울 수 있어요. 바람이 좀 불어줘야 즐길 수 있는 종목인데, 바람이 세게불면 배가 흔들려서 뒤집어질까 겁이 나거든요."

하지만, 한번 그 즐거움을 맛본다면 끊을 수 없다고.

함께 자리했던 장애인요트연맹 조순만 사무국장도 거들었다. "제주도는 요트를 타기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요트를 즐기기에는 너무 열악한 환경이에요."

요트는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의 정식 종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회용 요트는 단 한대도 없다고 한다. 유소년 선수들이 사용하는 요트를 빌려서 사용하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호언한다. 현재 수십명의 후원진과 이사진의 힘을 보태면 점점 사정은 좋아질 것이라는 설명. 현재 장애인요트연맹은 오는 9월 열리는 제주도지사배 전국 요트대회를 준비하는데 한창이다.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요트도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제 본업인 국민연금에서 장애인을 위한 업무가 많아지고 있거든요."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으로 대표되는 국민연금의 제도가 앞으로 '장애인장기요양보험' 정도의 개념으로 목욕봉사, 요양 등을 돕게된다.

"본의 아니게 제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어요. 비장애인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제가 알고 있으니 더 많은 장애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많아요." <헤드라인제주>

지난달 23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진행된 제4회 요트조종면허 실기시험 모습.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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