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시작...'축포' 보다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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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방송 시작...'축포' 보다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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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 디지털방송 시대의 개막, 그리고 사회적 과제

제주가 6월29일 오후 2시를 기해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했다.

현행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한 시행시기 보다 1년 6개월 빠른 것이다.

법률에서는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시기를 2012년 12월31일 이전까지로 명시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방송에 비해 2-5배 더 고화질의 영상과 뛰어난 음향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생활정보와 쇼핑 등의 서비스가 추가되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가 다른 지역에 앞서 디지털방송 시대를 개막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나, 그렇다고 마냥 들떠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전국 일제히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지역에 한해 '시범지역'으로 시행된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어느정도 있고, 혹은 어떤 문제가 있을지를 한번 시험해보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법률에서 '디지털방송전환의 사회적 충격완화를 위한 조치'(제10조) 규정이나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소외계층 지원'(제9조) 규정을 둔 것은 사회적 과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기존의 방송시스템을 종료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음은 당연한 것이다. 전환기의 사회적 충격 우려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아날로그 수상기를 통해 디지털방송을 시청하려면 유선방송 등의 가입자가 아닌 이상 컨버트나 셋톱박스를 설치하든지, 아니면 디지털TV를 구입해야 한다.

디지털방송의 시행 초기에서는 어쨌든 방송사의 송출문제와 더불어, 시청자 측면에서도 혼란은 불가피하다.

셋톱박스를 설치하든지, 디지털 TV를 새로 사든지 해야 하는 기로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또 국가가 부담을 한다면 그 정도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이를테면 홀로 사는 노인이 종전 '아날로그' TV를 즐거움으로 삼아 생활해 왔는데, 어느날 TV가 나오지 않아 하소연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뜻하지 않게, '시청할 권리'를 제약하는 '권리 침해'의 문제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 등이 우려돼 디지털방송 전환특별법에서는 시청자의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소외계층 지원 규정을 두고 있다. 사회적 충격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국 시행일보다 1년6개월 빨리 디지털방송을 개막한 제주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제주 입장에서는 '앞선 개막'에 주안점을 두고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사실 정부나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에서는 법률의 '사회적 충격' 정도를 가늠하는 '시범지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는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지원범위'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컨버터 등의 무상제공 대상이 차상위계층까지의 저소득층에서 장애인 정도가 추가된 정도다. 법률에서 정하는 소외계층 지원대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시범지역을 하는데 따른 인센티브는 극히 적다. 고령자나 홀로사는 가정, 다문화가정 등에는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디지털방송 개막을 이틀 앞두고 서울에서 열린 미래방송연구회의 세미나에서는 특별법을 개정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인, 농어촌 홀로가정, 다문화 이민가정 세대 등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이러한 논의가 진전돼 법률이 개정된다면 어쩌면 1년6개월 빨리 시행한 제주가 오히려 혜택을 더 못받은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사회적 충격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시범시행의 혜택치고는 탐탁치 못하다는 것이다.

디지털방송 시범지역으로 선정된데 따른 사회적 이익이 '1년 앞당긴 방송전환'이 아니라,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수신장비 지원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볼멘 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어쨌든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만큼 수신환경 지원 대상범위를 넓히려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개막한 시점부터는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사각지대, 즉 'TV 불통' 세대가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디지털방송시대 개막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왕 1년6개월을 앞서 시행하는 만큼 사회적 과제를 철저히 점검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축포'를 쏘아 올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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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시행 2011-06-29 19:01:40 | 211.***.***.69
좋은 지적
예리한 시각에 감탄
현상만 쫓지않고 내면을 정확히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