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이 미순이 되살아날 그날은 언제쯤?
상태바
효순이 미순이 되살아날 그날은 언제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훈이 시(詩)로 전하는 이야기] (20) 멸망의 지름길로 제 무덤 파리라

효순이 미선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9년이 지났습니다. 가해자들은 무죄 판결을 받아 미국으로 돌아갔고, 사고의 원인이 된 미군 무건리 훈련장은 계속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 ‘소파SOFA’라는 이름의 한미불평등 조약은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평등한 한미관계’를 요구하며 수천 수만의 촛불이 타올랐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사그러들고 말았습니다. 효순이 미선이는 이렇게 우리에게서 차츰 잊혀지는 것입니까? 

나는 너희를 몰랐단다
나는 너희의 얼굴도 나이도 아무 것도 몰랐단다
하지만 나는 너희의 죽음만을 이제야 알았단다
누가 너희를 그렇게 죽였는지 알게 되었단다
누가 너희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는지 알게 되었단다
얼마나 아팠니 효순아 미선아 우리는
약한 감기나 작은 상처에도 아프다고 엄살을 떠는데
그렇게 온몸이 짓이겨지고 터지고 깔아뭉개질 때
얼마나 아팠니 아프다고 소리는 지를 수 있었니
시커먼 장갑차가 죽일 듯이 달려들 때 얼마나 무서웠니
죽을 힘을 다해 뛰어도 육중한 그 괴물이 더 빨리 덮쳐들 때
그만 힘이 다해 하늘이 무너져 내릴 때
이렇게 죽는가 보다고 미쳐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미선아 효순아 너희는 그렇게 죽어갔구나
너희는 그렇게 아무도 지켜주는 이 없이 외롭게 죽어갔구나
그때 우리는 거기에 아무도 없었구나
효순아 미선아 우리는 너희의 죽음도 모른 채
월드컵 축구에만 그렇게 빠졌었구나 광란의 살인마들이
그런 죽임의 유희로 히히덕거릴 때 부끄럽게도
우리의 시선은 텔레비전 속 축구공만 쫓아다녔구나
그러나 미선아 효순아 이제는 알았단다 그 괴물의 정체를
너희를 압살한 그 시커먼 장갑차의 정체를
그건 바로 오만한 미국의 음모였단다
효순이 미선아
눈물과 한숨으로만 너희를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
고운 꿈 성한 몸으로 너희가 편히 쉴 수 있게
이제 우리가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
이제 우리가 나서서 싸워야 되지 않겠느냐
미선아 효순아 보아라
우리 나라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알게 되었단다
괴물의 정체를 우리 나라 대한민국을 너희처럼 압살하려는
미국의 음모를 알게 되었단다 효순아 미선아 보아라
너희가 좋아하는 가수들도 거리에 나서고 친구들 언니 오빠들
낯 모르는 아저씨 아줌마들도 모두 거리로 나서고 있단다
저 광화문 네거리에 가득찬 너희를 추모하는 촛불의 행진을 보아라
저 여의도 광장에 시청역 앞에 그리고 온 나라 구석구석 마다
월드컵 때의 그 열정과 함성이 이제는 분노와 추모의 물결로 되살아
수백만의 인파가 미국 규탄 시위하는 것을 보아라
미선아 효순아 너희를 기억하는 것을 보아라
그래 너희는 희생양이 아니란다
그래 너희는 바로 이 나라 대한민국의 곱디 고운 꽃이란다
그래 너희는 바로 해방된 통일 조국의 어여쁜 청춘이란다
꺼지지 않는 횃불로 살아 숨쉬는 심장이란다
그래 너희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란다 살아서
펄펄 되살아나서 칠천만 겨레의 가슴속에 되살아나서
이렇게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구나
이렇게 우리 앞에 힘차게 달려오고 있구나
 - 「효순아 미선아, 너희는 우리 앞에 살아서 오고 있구나」

요즘엔 주한 미군의 과거 고엽제 무단 매몰 파문 이후 정치권에서 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SOFA)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고엽제 매몰 사건에 대해 한미 간 공동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어느 정도 진척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여당의 중진의원도 "SOFA 규정의 한계 때문에 진상 조사가 힘들어진다면 당연히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조항은 고쳐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군이 주둔하는 전 세계 칠백여개 기지 곳곳에서 유해물질 매몰, 토양오염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만, 미군 측은 이 소파를 내세워 환경 정화나 피해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미군 기지로 인한 모든 피해는 해당 국가들이 떠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독일만이 미국과 별도의 보충 협정을 맺어 미군기지의 여러 문제에 대해 자국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최소한 그 정도까지 개정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환경오염 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까지 언제든 발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뿐입니다. 아, 효순이 미선이가 ‘펄펄 되살아나서 칠천만 겨레의 가슴속에 되살아나서 이렇게 우리 앞에 힘차게 다가오’는 그날은 언제일까요?

이건 미군범죄가 아니다
이건 단순히 미군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다
이건 분명코 미국이 저지른 국가범죄이다

안타깝지만 정말로 안타깝지만
우리는 언젠가 효순이 미선이처럼 미군 장갑차에 또 깔릴 것이다
원통하지만 정말로 원통하지만
이라크에서처럼 언젠가 제주4・3학살이 그대로 되풀이될 것이다

억울하지만 정말로 억울하지만
돌아서 돌아서서 눈물과 한숨 접고 다시 팔뚝을 치켜들 것이다
보라, 세계사의 과거와 현재 속에 온통 미국범죄가 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의 살육들이 도배되어 있다
보라, 대한민국과 그리스와 엘살바도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니카라과 쿠바 베트남의 그 냄새나는 유색인종들이*
성조기에 목 졸려 신음하고 독수리 발톱에 심장이 내둘린다
아메리카 무지막지한 인디언과 검둥이 무리들도
아주 효과적인 테러로 양키의 군홧발 아래 짓이겨졌다

그 옛날 몽골의 징기스칸처럼
세계의 모든 땅과 하늘은 그들의 힘에 짓밟혔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미래를 보라
단언하건대 정말로 단언하건대
징기스칸의 후손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기 양키의 후예들이 폐허의 길거리에서
멸망의 지름길로 제 무덤을 파리라
거기 제 주검을 스스로 파묻으리라

이건 상상이 아니다
이건 정말로 꿈속의 꿈이 아니다
이건 바로 우리의 역사 교과서다
 - 「멸망의 지름길로 제 무덤을 파리라」

* 백인들은 일찍이 ‘무지막지한 인디언과 검둥이 무리들을 다루는데 테러가 아주 효과적이라고  부르짖었다. 또한 그들은 백인 이외의 인종을 ’냄새나는 유색인종‘이라고 경멸하고 있다.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