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의 사람 사는 세상이 간절합니다
상태바
'진정성'의 사람 사는 세상이 간절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18) 진정성

화려한 주류의 장미가 아니었네
소박한 꽃 당신은 찔레꽃

비바람 천둥번개 고스란히 견디며
풀뿌리 이웃과 더불어 한 무더기
사람 사는 세상 꽃 피웠네

고상한 상류의 백합이 아니었네
소탈한 꽃 당신은 찔레꽃

돋은 가시는 결코 남 해하는 무기가 아니었네
자신을 향한 각성이었네
그 가시에 스스로 찔려 온몸 연붉게 물들었네

우아한 권위의 목련이 아니었네
소중한 꽃 당신은 찔레꽃

가만히 몸 내려놓은 건 바람에 흔들려서가 아니었네
더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이었네
못 다한 아픈 이야기 다 들으려는 것이었네

순결한 꽃 당신은 찔레꽃
찔레꽃 당신은

해마다 5월 이맘때쯤
하얀 미소 머금고 고운 눈물 화안히 밝히며
돌아오실 당신은 찔레꽃
사람 사는 세상에 축복처럼 향기로운
당신은 찔레꽃
(졸시, 「찔레꽃 당신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전문)


작년 5월 23일 시청 어울림 마당에서 있었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 1주기 추모제에서 낭송했던 시입니다. 이 시는 재작년 그 청천벽력 같았던 서거 소식을 듣고 눈물 반 한숨 반으로 썼던 시입니다. 비록 낭송은 주왁주왁 잘 하지는 못했지만, ‘찔레꽃’ 같은 그를 애도하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지않나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부산민족극한마당 행사에 갔다가 지인들과 김해의 봉하마을 그의 ‘아주 작은’ 무덤에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부엉이바위를 참 아득하게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근처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와 나팔꽃 씨를 몇 개 가져다가 집 주변에 심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바로 이 사람 때문에 두 번 울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번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입니다. 밤늦게까지 막걸리를 마시며 개표방송을 지켜보다가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덜컥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습니다. 그건 감동의 눈물이었습니다.

또 한번은 그의 죽음을 접하면서였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그저 눈물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다음의 글은 작년 그의 서거 소식을 듣고 바로 썼던 글입니다. 여기에 그대로 인용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수북히 쌓인 담배갑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생전에 고인께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산 아래를 쳐다보며) "저기 사람이 지나가 네!" 였고 그전의 말이 "담배 가진 거 있나요?"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빈소마다 고인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담배를 피우고 가시라'고 담배 들을 바쳤나 봅니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라는 말도 참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고인께서 생전에 그토록 추구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희구가 마 지막 말에도 표현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서거 정국에 북에서는 또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에 따라 남의 이명박 정 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덜컥 가입을 했고요. 남 북의 경색이 불 보듯 뻔하게 다가옵니다. 이것은 10․4 선언 등으로 남북의 화해를 주도했던 고인을 다시 한 번 죽이는 행위입니다.

또, 영결식 날에 용역들은 용산 재개발 건물을 철거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문 정현 신부는 이를 보며 ‘피를 토하고 죽고 싶다’고 절규했습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 들의 권익을 챙겼던 고인을 다시 한 번 더 죽이는 행위입니다.

또한, 그날에 대한민국 대법원은 삼성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도 서거정국에 은근슬쩍 물타기를 해서 가진 자의 편에 선 것입니다. 이는 항상 서민 의 편에서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했던 고인의 꿈마저 잔혹하게 짓밟는 행위입니 다.

노제가 치러진 후 몇 시간 후에 경찰은 서울광장을 다시 봉쇄했습니다. 대한문 앞 의 시민 분향소도 철거하여 고인의 영정 사진은 쓰레기처럼 길바닥에 나뒹굴었습니 다. 이것은 고인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비열한 행위입니다.

그들에게 ‘민주, 평화, 통일, 인권’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오로지 자기영달과 보신 이 있을 뿐입니다. 역사 이래로 이런 놈들이 세상을 지배하며 또한 망쳐 왔습니다. ‘무한소비’, ‘무한개발’이라는 악령에 사로잡혀 ‘사람’은 도외시 되어 온 것이 역사 이고 오늘의 현실입니다. 오로지 고인 같은 ‘바보’들이 있어 역사와 세상을 조금이 나마 밝게 만들어 온 것입니다.

나는 촛불의 호흡으로 분명하게 말합니다.
“너희들이 저지른 불의를 용서치 않으리라!”

나는 광장의 몸짓으로 분명하게 말합니다.
“너희들이 저지른 불의를 우리가 응징하리라!”

오늘은 눈물을 흘리지 않겠습니다. 더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눈 부릅떠서, 고인께 서 그토록 좋아하셨다는 그 말, ‘진정성’의 ‘사람 사는 세상’을 보고야 말겠습니다.

이제 그가 떠나간 지 2년이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이 분노했던 일들은 이제 가슴 속에 묻습니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 에프티에이, 평택군사기지, 제주해군기지 등등. 그가 좀 더 당차게 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가만히 접습니다. 다만, ‘진정성의 사람사는 세상’에 홀연히 다시올 그를 맞이하기 위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할 뿐입니다. ‘바보 노무현’을 기리며 나 역시 바보같은 삶을 살겠다고 다짐할 뿐입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는...

   
김경훈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