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남편 봉술씨, 막 애써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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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남편 봉술씨, 막 애써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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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사는 이야기] (16) 남편이 만든 노인용 화장실 보조의자

“이거 뭐예요?”
나는 정리를 하다 신문지에 그려진 설계도면을 보고 남편에게 물었다.

“응 할머니 화장실에 만들어서 놓아 드리려고~”

우리 남편의 취미는 나무를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것이다. 결혼 전, 내가 요양원에 근무를 했을 때도 실내화 걸이와 풍선아치용 도구를 만들어 나에게 감동을 준 적이 있다. 그뿐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집 인테리어와 침대, 붙박이장, 화장대 등은 모두가 남편과 목공을 하는 친구 분의 작품들이다.

남편 봉술씨의 외할머니는 지난해에 화장실을 가시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골반 골절을 입었다. 때문에 한쪽 다리로만 의지하며 엉덩이로 움직여 생활하신다. 그 후 외할머니 엉덩이에는 분신처럼 욕창이 따라 다녔고, 욕창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범위가 커져갔다.

남편 봉술씨가 직접 제작한 화장실용 계단식 보조의자. <헤드라인제주>
남편과 나는 퇴근 후 몇 달간 특별한 날 빼곤 거의 매일 외할머니 집에 소독하러 다녔다. 그 결과 지금은 외할머니 엉덩이가 전처럼 뽀송뽀송(^^)해졌다. 하지만 연로하셔서인지 거동에 있어 힘이 많이 부친다.

“나 이젠 팔에 힘이 어서부난 변기에 올라가지 못하켜~ 어떵하문 좋을꺼니.”

외할머니는 예전에 비해 상체 힘이 점점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 뒤, 나와 남편은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쉬는 주말이면 노인용품점을 돌아다니며 마땅한 용품을 찾아 다녔지만, 외할머니 화장실에 맞는 용품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난 뒤, 남편은 쉬는 날을 이용해 친구가 하는 공방에 다니더니 계단식 변기보조의자를 만들어 왔다.

“금옥아~ 한번 뒤로해서 할머니처럼 팔에 힘을 주고 앉아볼래?" 남편은 뿌듯함으로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부탁을 한다.

“내가 무거워서 앉으면 부서져버리지 않을까?” 나는 농담을 건네며 할머니처럼 계단식 보조의자를 이용해 변기에 앉아 보았다.

“와~ 오빠! 변기에 앉을 때 두 번에 나눠 이동을 하니까 팔에 무리가 안가고 좋은데요~ 할머니도 충분히 사용하시겠어요. 합격~” 내말을 들은 남편은 모든 걸 다 얻은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주말이 되어 외할머니집을 찾았다.

“할머니~ 밥 주십써~” 나는 밖에서 배추를 씻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작업으로 방수역할을 해줄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내가 오늘은 너네 올 줄 알았져~ 밥통에 밥 한 솥 해시 난 그 밥 다 먹엉가라 잉~” 정말 부엌에 가보니 작은 밥통에 밥이 한 가득이다. 난 좀전에 외할머니가 씻던 배추를 조금 가지고 와 살짝 삶아 밥에 싸먹기 시작했다.

내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곤 “금옥이 넌 어디 가도 굶지는 않고 살 켜~ 겅 해산다잉~” 밥을 먹고 있는 날 보시더니 흐뭇하게 웃으시며 말씀 하시곤 다시 조심스레 엉덩이를 밀며 남은 배추를 씻으러 가셨다.

남편 봉술씨의 외할머니. 골반골절로 인해 앉은채로 한쪽 다리로만 의지하며 이동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식사를 하고 난 뒤, 남편은 이틀 전에 화장실에 설치한 계단식 보조의자를 들고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마당으로 가지고 나왔다.

“할머니~ 이거이시 난 변기에 편안하게 올라가지맨마씨?” 남편은 외할머니의 반응이 무척이나 궁금한 것 같았다.

“막 편안하고 좋아라~ 이거 만들잰 하난, 막 애써신게~ 여기 다니는 어멍도 곱게 잘 만들었댄 해라~” “근디 봉술이는 무사 다시 꺼내 와시니?”

내 남편, 봉술씨가 얼른 대답한다. “할머니~ 저거 물 안 들어가게 하잰 하문 하얀 페인트칠을 해야 합니다~”

그제서야 외할머니는 이해가 되는 듯 마당에 앉아 남편이 하고 있는 작업을 유심히 바라보신다.

“금옥아~ 저거 만들잰허난 돈은 얼마나 들어시니?” 할머니는 늘 내가 집에 갈 때면 다른 사람들이 방문할 때 사온 물건도 그 사람이 부담이 됐을까봐 나에게 꼭 가격을 말해달라고 한다. 그리곤 가격을 들으시면 늘 “아이고~어떵 갚을꺼니~”하시며 미안함이 묻어있는 한숨을 쉬신다.

“할머니! 어떵 오빠 작품을 돈으로 사잰 햄수과~ 하나밖에 어신거난 돈으로 못삽니다. 우리 이거 만들어서 팔아서 밥 먹고 살크메~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 많이 해주십써예~”

외할머니가 미안해하는 마음을 덜어 드리고자 말씀을 드렸는데, 외할머니는 내 얘기를 듣고 배꼽을 잡고 웃으시기만 하신다.

얼마 후 남편은 마무리 작업을 다 끝내고 난 뒤, 화장실에 가서 설치했다.

외할머니는 화장실을 보시곤 너무나 흐뭇한 얼굴로 “봉술아~ 막 속았져잉~막 속아서~” 하시며 주머니에 미리준비하신 돈을 내밀었다. 그리곤 “이거 얼마 안 되난 가서 둘이 맛있는 거 사먹으라 잉~”하시며 주신다. 할머니 성격을 알기에 난 그 돈을 받고 인사를 드린 뒤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 이젠 힘들게 변기에 올라가지 마랑 계단식 보조의자 이용해서 쉽게 올라가십써 예~(^^)”
 

박금옥 객원필진은...

   
박금옥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박금옥사회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 집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양로원에서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대학전공도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8년째다. 

그 동안 그녀는 제주에서 뿐 아니라 서울, 부산, 경주 등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을 하였고 제주도에 다시 내려 오면서 노인시설에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른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서귀포 남원읍 위미에덴요양원에서 3년을 근무한 바 있다.

그곳에 근무하면서 그 곳에 요양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그러다 2009년 4월에 결혼을 하면서 요양원일을 잠시 멈췄다.

더 멋진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자격증 도전을 계속 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관련 공부를 더 하여 사회복지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달콤한 신혼기'의 그녀를 통해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박금옥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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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당 2011-03-22 15:34:02 | 220.***.***.76
글 잘 읽어수다. 역시 제주하면 사투리주마씨게~ 근디 어떵하난 여기난 댓글이 하우다. 보기 좋수다. 앞으로도 할망한테 잘 합써양.. 겅허문 복 받음니다..

2011-03-20 11:52:36 | 112.***.***.135
오랜만에 댓글 남기네요^^ 여전히 재미나게 사시는것 같아요 ㅋㅋ

안녕하세요 2011-03-18 08:35:00 | 59.***.***.83
이게 누구신가 강사님 아니세요? 강의도 열정으로 하시더니 글까지 쓰시더니~~ 참 바쁘게 사시는 듯 합니다..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스마일 2011-03-16 14:57:14 | 119.***.***.201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다보니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나게 하는 글이네요. 감동적이구요.. ^^

울남편도... 2011-03-16 14:14:14 | 59.***.***.23
금옥님 남편분은 세심도 하셔라.
할머니를 위한 보조의자. 정말 감동이에요.
봉술님 최고

카라 2011-03-16 13:55:16 | 221.***.***.3
요즘 가족간의 정이 더욱 소중해지는 때인데~~ 봉술씨가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만든 보조의자가 값으로 따질수 없을만큼 넘 아름답네요...

한림뚱이 2011-03-16 13:49:40 | 221.***.***.3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보기 드문 모습 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미담 처럼 이곳 저곳 에서 많이 들렸으면 하는소망을 가져봅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동남 2011-03-16 13:42:34 | 221.***.***.3
제주도의 할머니 삶들이 모두 이렇지 않은가 싶네요
무엇이 필요해도 무엇이 필요 하다 말씀 한번 시원히 못하시는..
철없을땐 정말 아무것도 필요가 없으신줄 알았네요..
정말맘이예쁜손자손부같아서저절로맘이따뜻해지는하루였어요
만약 물건 만들어서 판매 한다면 저에게 일순위로 판매 해주세요 ㅋㅋ
복많이받으실꺼예요
앞으로 멋진 사회 복지 전문가가 되길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용담댁 2011-03-16 13:07:09 | 58.***.***.80
요즘 젊은층 답지않게 정겨운 모습 참 보기 좋아요
할머니 표정도 왠지 행복해 보여요~
옛날 우리할머니 생각이 새록새록 하네요

독자 2011-03-16 12:48:23 | 125.***.***.177
님!! 오랜만에 글을 쓰신듯~ 남편분 손재주가 대단하시네요.. 정말 님 말씀처럼
만들어 팔아도 될 듯 싶어요.. 잘 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