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산동굴 '조사' 대신 '측량'만 실시...제2공항 영향 선긋기? 

제주도, 수산동굴 '정밀측량' 실시...결과 조만간 공개
"수산동굴~제2공항 예정지 동굴 가능성...정밀조사 필요"

2023-06-02     홍창빈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인 '수산동굴'에 대한 정밀측량(3D스캔)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제주도는 수산동굴에 대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제주시 구좌읍 당처물동굴 등에 대해 실시했던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아닌 측량만 실시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헤드라인제주>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강원도에 소재한 공공측량업체와 '제주 천연동굴(소천굴, 수산동굴) 정밀측량(3D스캔) 용역' 계약을 체결해 2개 동굴에 대한 정밀 측량을 실시했다.

지난해 5월 발주된 이 용역은 사업비 6억9800만원을 들여 제주시 한림읍에 소재한 소천굴 약 3.47km와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난산리 일원에 소재한 수산동굴 약 4.5km 총 7.97km 구간을 3D스캔 방식으로 정밀측량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수산동굴은 총 길이 4520m, 폭 30m에 광장이 이어지는 대형 동굴로, 빌레못 동굴(9020m)과 만장굴(7400m)에 이어 제주에서 세번째로 긴 동굴이다.

용역기간은 220일로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초 종료됐어야 하나, 한 차례 유찰이 이뤄지면서 지난 5월에야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산동굴

제주도는 이번 용역의 배경으로 한림용암동굴지대의 소천굴 일대 다수의 현상변경 민원이 발생하고, 수산동굴의 경우 대단위 사업, 즉 제2공항 건설사업으로 인해 개발 압력을 받고 있으나 정확한 자료가 없어 대응이 어려움 상황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과업의 목적으로 △소천굴 및 수산동굴의 전 구간에 대한 정밀측량을 통해 정확한 동굴의 유로와 방향, 규모를 측정하고 지표와의 두께를 측정함으로써 동굴 보존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  △지표상 동굴유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 및 개발행위 검토시 근거자료로 활용해 천연동굴 문화재의 지속적인 원형보존의 기틀을 다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용역을 통해 수산동굴에서는 상층굴이 발견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는 이번 용역 결과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용역이 단순 '측량'하는 것에 그치면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추가 동굴의 존재 가능성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번 측량을 결정한 시점이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건설계획 발표 이후인 만큼, 3D스캔만이 아니라 수산동굴 일대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수산동굴은 국토부가 발표한 제2공항 예정부지와 불과 1.2km 떨어져 있는데, 이 지역은 과거부터 동굴 지대로 알려졌으며, 수산동굴 끝 부분이 동쪽으로 연장되거나 수산동굴의 '가지굴'이 존재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제주도의

특히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일대에 존재하는 당처물동굴의 경우 지난 2010년 4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종합학술조사'를 진행한 결과 2009년 6월 과학적탐사 방식으로 발견한 월정리 '남지미동굴'과 하나의 동굴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학술 조사는 3D 정밀측량 결과분석 뿐만 아니라 동굴지형 조사, 미지형 조사, 화학분석, 탄산염 동굴생성물 조사, 식물조사 등의 방법으로 추진됐다.

그런데 이번 수산동굴 등에 대한 조사는 3D스캔 정밀측량만 진행된 것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은 "제2공항 예정지 주변에 존재하는 동굴들과 클링커층의 흐름을 보면, 과거 용암이 수산동굴을 중심으로 북서쪽에서 남동쪽 방향으로 흘러내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산동굴이 바다까지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2공항 예정지 일대는 "신방굴과 같은 소형 동굴이 다수 분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