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위험성' 평가, 왜곡.조작됐다"

시민사회단체,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검증결과 의혹 제기
"철새들 많은 겨울철 빼고, 4~6월 조사?...충돌평가 결과도 조작"

2023-03-27     홍창빈 기자

환경부의 제주 제2공항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결정이 나온 후 이틀 만에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안이 공개돼 주민 열람 및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위험성 평가 부분이 왜곡되거나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사유에 대한 보완조사에서 철새가 가장 많은 겨울철은 제외하고 4~6월 중심으로 이뤄졌는가 하면, 조류 충돌 평가 결과는 조작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도내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7일 오전 제주참여환경연대 카페 자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에 대한 두번째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제2공항

◇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왜곡....겨울철새 조사는 '전무'"

우선 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와 관련해 "조류충돌 가능성 평가 조사는 여전히 부실해 2021년 당시 반려 사유를 보완하지 못했다"며 2021년 반려 당시 조류 이동성 조사 결과 타당성이 미흡하다고 지적됐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사는 2022년 4월~6월 3회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철새들이 가장 많이 이동하는 겨울철을 제외한 4~6월 조사가 이뤄졌고, 국토부는 GPS를 부착해 이동성을 조사했다고 하지만 불과 조류 4종 10개체에 불과해 이동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민회의는 "성산은 대표적인 겨울 철새도래지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는 9월에만 조사했고, 4~6월 조사는 철새 조사로서 의미가 없다"며 "우점종이 겨울철새인 오리과에서 제비와 직박구리로 변했는데, 불순한 의도가 있는것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꼬집었다.

성산을 찾는 철새들이 대다수가 겨울철새인데, 국토부의 조사는 제비와 직박구리 등 여름철새를 위주로 이뤄지면서, 전체적인 철새 분포 등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이어 "종별 충돌 심각도를 판정하는 기준을 바꿔버림으로써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 결과를 왜곡했다"며 "국토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개체의 크기와 무리 등 심각성을 평가하는 보편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국내 15개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종별 총 충돌건수 중 피해가 발생한 충돌건수 비율을 적용해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충돌시 피해 위험성이 높은 가마우지의 경우지난 14년간 국내 공항에서 충돌 사고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평가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흑산도 공항 및 새만금 공항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에서 피해 정도를 나타내는 '조류충돌 위험 심각도'가 '매우심각' 또는 '높음'으로 평가됐던 쇠오리와 갈매기류는 제2공항에서는 '매우낮음'으로 평가됐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갈매기류와 매, 새매, 새호리기, 황조롱이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용역에서는 피해가능성이 '극히 높음'이었으나, 막상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는 '매우 낮음'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도민회의는 "피해 심각성은 공항 위치에 관계 없이 동일해야 하는데, 국토부는 이를 다르게 적용했다"며 "어떤 종은 흑산도.새만금에서 항공기와 충돌하면 피해 가능성이 높고, 제2공항에서 항공기와 충돌하면 피해 정도가 낮은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 "법정보호종 조류 조사 미흡...맹꽁이 보호대책 부실"

도민회의는 또 "국토부가 제시한 법정보호종은 20종 내외인 것으로 분석됐으나, 주민 등이 실제 촬영한 법정보호종은 40종을 넘는다"라며 "최근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관심대상종 26종을 포함하면 (보호종이)66종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보호종 조류 보호 대책으로 두견이와 저어새를 언급했으나, 대책은 없고 현황만 나열했다"며 "개체수가 많은 두견이보다 더 시급한 긴꼬리딱새, 팔색조, 황조롱이 등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도민회의는 "환경부가 (법정보호종의 존재를)몰랐으면 모를까, (우리가)환경부에 관련 자료를 넘기고 검토를 요구했으나, 검토하지 않고 국토부로 넘겨버렸다"며 "환경을 지키려는 뜻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헤드라인제주>

제2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