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2공항 의견수렴 결론, '가감 없는 전달'이 과연 답일까

[데스크논단] '기본계획 고시절차' 제주도 입장, 걱정이 큰 이유는
'충분한 기간' 불구, '단일 의견' 사회적 합의없이 그대로 전달만?
집단지성 통한 갈등해결과 도민 자기결정권 행사, 도대체 언제?

2023-03-12     윤철수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기본계획을 확정하기 위한 시계추가 빨라지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6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동의)' 결론을 내리자, 불과 이틀 뒤인 8일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 고시를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 보고서'를 송부하고, 기본계획안에 대한 '제주도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한 템포 빠른 행보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조건부 동의로 결론이 나면서, 국토부가 최소 몇 달은 '조건부 사항'에 대한 이행 준비를 거친 후 기본계획 고시 준비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기본계획 고시 준비절차는 바로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9일부터 의견수렴 창구를 운영하며 주민 열람을 진행하는 한편,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토부와 조율을 거쳐 도민사회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도민경청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제 '공'은 제주도로 완전히 넘어온 셈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초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언급했던 '제주도의 시간' 중 그 첫 단계를 맞은 것이다. 

국책사업인 제2공항 건설사업의 확정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인 제주도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단 두 번이다. 하나는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이뤄지는 의견 제시, 다른 하나는 기본계획 고시 후 실시설계 과정에서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 절차이다. 

물론 환경영향평가 이행절차에서는 제주도가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다. 제주특별법상 제주도지사가 권한을 갖고 있고,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는 환경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중점평가사업' 지정도 도지사가 의지를 갖고 요청한다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되면, 전문기관과 지역주민, 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합동 현지조사가 이뤄지고,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제주도로서는 정책적 숙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 협의결과는 반드시 제주도의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 또한 향후 절차 이행과정에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제주도의 시간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선택의 과제가 던져진다. 제2공항 건설여부에 대한 제주도민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방정가 일각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절차 과정에서 '제주도의 시간'을 가질 필요성을 제기한다. 권한 행사 측면에서 볼 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도민들의 선택, '자기결정권' 행사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의문이 제기된다.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어디까지나 '환경영향성'에 대한 내용이 쟁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2공항이 필요한가, 건설 당위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부분은 이번 기본계획안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이다. 

기본계획 고시는 제2공항 건설계획이 확정됐음을 공표하는 것이다. 2015년 11월 이후 지속돼 온 찬.반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본계획 고시가 총론적 방향의 확정이라면, 환경영향평가는 각론적 인허가 절차의 과정이다. 기본계획 고시절차 대응을 소홀히 하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2공항 건설여부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면, 이번 기본계획 고시 직전에 매듭을 해야 한다. 기본계획 고시절차를 가벼이 하면서, 향후 환경영향평가 절차 과정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은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과정의 동의 여부는 정확히 말한다면,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환경영향성의 문제에 대한 결론의 내용이다. 따라서 도민들로 하여금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게 한다면, 그 시점은 기본계획 고시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이뤄져야 하는게 맞다.

이러한 점을 볼 때, 기본계획 고시 절차에서 제주도가 '제주도의 의견'을 어떤 내용으로 제시하느냐 하는 부분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내용의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하느냐에 따라 기본계획 고시 여부, 건설 추진의 당위성 내지 타당성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 제시'는 공항시설법 시행령 규정에 따른 것으로, 시행령 제4조 4항에서는 "국토부 장관은 기본계획 수립 시 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8조에서는 "의견제시 요청을 받은 관한 지방자치단체장은 기본계획안을 14일 이상 주민이 열람하게 하고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14일 이상 주민 열람을 통해 의견을 들은 후 국토부에 제주도의 공식적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행정계획 고시나 입법 절차에서 '○○일 이상'으로 명시된 부분에서 '이상'이란 의미는 무한정 보다는 최소 필요 조건의 의미로 해석된다. 즉, 최소 14일만 경과하면 언제든지 열람 및 의견수렴을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국토부가 열람 기간을 특정하지 않고 '충분한 기간' 보장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기본계획안을 제주도에 송부하면서, "주민 의견수렴에는 충분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의견 제출 기한은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충분한 기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도 "도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강행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하겠다는 생각이다"면서 의견수렴 기간의 종료시점을 두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며 제주도와의 협의에 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도민사회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셈이다. 

제주도는 일단 의견수렴 기간을 '2개월+α'로 제시했다. 좌정규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최소 두달 정도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하면 더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도가 생각하는 국토부 제출 의견의 형태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2개월+α'는 그야말로 단순한 의견수렴만을 염두에 둔 결과로 풀이된다. 만약, 의견수렴 후 그 내용을 정리하고, 도민사회 '단일 의견'을 채택해 제출할 생각이었다면, 최소 숙의형 공론절차에 필요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2개월+α'를 언급했다. 그 이유도 확인됐다. 국토부 제출 의견은 제2공항 건설여부에 대한 도민사회 최종 입장이 아니라, 그야말로 접수된 의견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영훈 지사는 11일 열린 재외제주도민회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법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제2공항 추진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모든 정보를 도민께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모든 도민의 의견이 가감 없이 국토부에 전달되도록 해서 제2공항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모든 도민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이 핵심이다.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에서도 보도자료를 통해 "의견수렴이 완료되면 접수된 의견들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그대로 국토부에 회신하겠다"고 밝혔다.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찬성이나 반대 등으로 결론 내지 않고, 접수된 내용 그대로를 전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민사회 다양한 의견을 모두 존중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걱정이 크다. 본격적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찬반 논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고, 도민사회 갈등과 대립, 분열은 최고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제주도정은 이번 의견수렴에서 결론없는 '무(無) 입장'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정자 역할이 아니라, 왜 단순 전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인지, 제주도정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집단지성을 통한 갈등해결, 도민들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관련한 프로세스는 언제 진행하려는 것일까. 

국토부가 선뜻 약속한 '충분한 기간' 보장이란 절호의 기회마저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집단지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기회다.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는 주민투표안을 정부에 요구하고자 한다면 지금 논의하고 진행해야 한다.   

제주도의 시간 첫 단계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내용에 대한 검증, 그리고 도민의 선택 시간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적극적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한 의견수렴 기간으로 소진시키며 기회를 놓쳤다가는 막심한 후회로 돌아올 수 있다. 

7년 넘게 이어져 온 도민사회 찬반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갈등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면, 제주도가 현재 진행되는 의견수렴의 내용을 정리하고 '단일 의견'으로 총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토부에 제시하는 의견은 '가감없는 전달'이 아니라 도민사회 자기결정권의 '최종 선택안'이 되어야 한다.

'가감없는 전달'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제주도민의 선택 몫을 국토부로 떠넘기는, 책임회피에 다름 없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