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조건부 통과'...찬반 갈등 다시 격화

환경부, 조건부 동의 결정...국토부, 기본계획안 고시절차 준비 돌입
오영훈 지사 "제주도 철저히 배제, 깊은 유감"...시민사회단체 반발

2023-03-06     홍창빈.윤철수 기자

환경부가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동의)' 결론을 내리면서 제2공항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바로 기본계획안 고시를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반면 제주도는 국토부와 환경부 협의과정에 제주도가 배제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고, 시민사회단체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찬반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환경부는 6일 오후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국토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를 보면, 제2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다양한 절차 및 연구가 이뤄졌고, 3년 이상에 걸친 보완과정을 통해 환경보전대책 마련 등 입지선정도 타당하다고 밝히면서 협의 의견으로 3개 조건을 제시했다.

조건부로 제시한 내용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기되는 쟁점을 검토.반영할 것 △조류충돌 방지대책 및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안전관리대책을 사전에 마련할 것 △법정보호생물 보호 및 숨골 영향 등에 대한 정밀한 현황조사 및 저감방안을 강구할 것 등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행정기관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환경부와 환경적인 측면에서 미리 협의하는 제도다.

앞서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지난 2021년 7월 보완내용 미흡을 이유로 반려한 바 있다. 당시 반려 사유로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 및 서식지 보전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법정보호종 관련 △숨골 관련 4가지 이유가 제시한 바 있다.

국토부는 1년간의 보완 용역을 통해 이를 보완해 지난 1월 5일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다시 요청했다.

환경부는 다시 접수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한국환경연구원 등 전문 검토기관의 검토를 거친 결과, 상위 및 관련 계획과의 부합성이 인정되고,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타당성이 인정됨에 따라 조건부 협의를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2공항 건설계획이 제5차 국토종합계획 및 제3차 항공정책기본계획 등 상위 및 관련 행정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어 계획의 적정성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검토와 예비타당성 조사,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등 그동안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다양한 절차 및 연구가 이뤄졌고, 2019년부터 3년 이상에 걸친 보완과정을 통해 자연·생활환경에 대한 환경보전대책 마련 등 입지 선정도 타당한 것으로도 검토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기관의 세부 의견을 국토부에 통보해 제주도가 협의 예정인 환경영향평가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건부 협의했다. 

이의 내용을 보면, 우선 행정계획 확정 및 이후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쟁점을 해당 계획과 사업 승인 등에 검토·반영하도록 조건을 제시했다. 

이어 항공 안전을 위한 조류 충돌 방지 대책과 그에 따른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조류 충돌 위험관리 계획을 사전에 수립해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하도록 했다. 그간 제기됐던 항공소음 영향 및 대책, 법정 보호생물 보호 및 숨골 영향 등에 대해서도 정밀한 현황조사와 저감방안을 철저히 강구하도록 했다.

제2공항

 
◇ 국토부 "기본계획 고시준비 후속절차 차질 없이 수행"

환경부가 이날 '조건부 동의' 결론을 내림에 따라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절차 준비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6일 오후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절차가 마무리된데 따른 입장을 통해 후속절차를 바로 진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국토부 이상일 공항정책관은 "그간의 협의 과정에서 제기된 보완 요구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최대한 면밀하게 조사를 시행하고 다양한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는 등 최선을 다하였다"면서 "환경부가 협의 내용으로 제기한 조건들을 적극 이행할 예정이며, 기본계획안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 협의 등 후속절차를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비공개 논란을 초래했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용역 결과보고서는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조건부로 제시한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향후 진행될 기본계획 수립, 환경영향평가 및 설계, 실시계획 수립 등의 과정에서 제기된 조건들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오영훈 지사 "제주도 배제 깊은 유감...집단지성 모아 나갈것"

그러나 제2공항 건설사업의 주체인 제주특별자치도 입장은 싸늘하다.

오영훈 지사는 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절차 진행 과정에서 제2공항의 주체인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철저히 배제했다"며 환경부와 국토부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오 지사는 "이번 진행 과정에서 왜 제2공항의 주체인 제주와 도민을 철저하게 배제했는지 또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 "제주도와 도민에게는 그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70만 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로서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오영훈

이어 "어떠한 국책사업이라도 합리적인 추진 과정과 투명한 정보 공개, 충분한 도민 의견 수렴 절차가 뒷받침될 때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을 토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는 최우선 조건부 협의 내용으로 '행정계획 확정 및 이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며 "이에 국토부는 지금 곧바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비롯한 모든 내용을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는 도민과 함께 지난 2021년 반려 사유였던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과 서식지 보전 등 네 가지에 대한 국토부의 보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관련 법적·제도적 근거를 토대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충분한 도민 의견 수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합법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항시설법에는 '기본계획의 수립에 관해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을 들은 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우선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부터 도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우리에게는 이제 갈등 해소라는 막중하면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찬성하는 도민과 반대하는 도민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소중한 가족"이라며 "제주도는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도민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오 지사는 "도정은 심화된 갈등을 풀어내고 도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주의 원칙을 토대로 찬반을 뛰어넘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겠다"며 "도민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지켜내며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을 없애면서, 제주의 빛나는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께서 다시 한번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 시민사회단체 "조건부 동의는 정치적 결정...동의 못해"

시민사회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내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성명을 내고 "진실과 과학을 외면한 환경부의 정치적 결정에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비상도민회의는 "환경부가 두 차례의 보완에도 불구하고 반려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2공항 건설로 인한 심각한 환경가치 훼손이 인간의 기술과 힘으로는 극복불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객관적 진실과 과학적 결론을 부정한 환경부의 정치적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부가 제2공항 건설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킨 결정은 사실상 국가 환경보전이라는 부처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파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며 "오늘은 환경부가 국토파괴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국토부의 2중대라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한 치욕스럽고 굴욕스러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설악산 케이블카에 이어 제주 제2공항까지 윤석열 정부의 국토난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토건 기득권과 재벌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라며 "사실상 제2의 4대강사업을 곳곳에서 벌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제2공항 건설 강행 시도는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하에서 벌어지는 망국적 패악의 결정판"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제주의 주인은 제주도민이다. 제2공항은 제주도민의 삶과 제주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제주의 미래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도 안 되고 결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도민회의는 "8년째 계속되고 있는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도 제주도민의 자기결정뿐"이라며 "사실 제주도민은 이미 2020년에도 2021년까지 이어진 공론화 과정과 여론조사를 통해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반대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여론조사만으로 충분치 않다면 남은 유일한 도민결정 방식은 주민투표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영훈 지사 스스로 수차 강조해온 도민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국토부에 제2공항 주민투표를 요구하라"라며 "정부가 도민의 의사에 반하여 제주도의 환경을 외면하고 파괴하려 한다면 이를 지적하고 막아야 하는 것은 도지사의 당연한 의무이다. 이를 직시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제주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에서는 "환경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환영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제2공항 논란은 이제 기본계획 고시 준비절차에서 찬반 논쟁이 격하게 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공항시설법에는 "국토부 장관은 기본계획 수립 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의견 제시 요청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은 기본계획안을 14일 이상 주민 열람하고 주민의견 들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도지사의 의견을 듣는 기간, 14일 이상의 주민 열람 및 의견수렴 기간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1~2개월 정도로, 시간이 매우 촉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에 대해 제주도와 도의회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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