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로 열린 제주도-시민단체 간담회...제2공항, 어떤 얘기 오갔나?

시민단체 "현 공항 확충" 제안...오영훈 지사 "살펴보겠다"
행정체제 '기관통합형' 질문엔, "도민의견 방향으로 갈 것"
'소통 간담회' 한다면서 비공개로 진행, 소통 의미 무색

2023-02-02     홍창빈 기자
2일

제주특별자치도가 7년 만에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제주국제자유도시 비전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도는 2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소통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오영훈 지사 및 각 실.국장과 박외순.이양신 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도내 12개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안전은 △제주 제2공항 갈등문제 △제주형 행정체제 문제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특별법 비전 개정 문제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연대회의는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역할을 하고 도정과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로 더 건강한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오 지사는 "제2공항 갈등 사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공유하고,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국제자유도시와 제주특별법과 관련한 비전의 재설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다양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며 "지속적인 간담회를 통해 의견 차이를 좁혀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양신 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7년 동안 소통이 없어 도정과 도민 간, 도민과 도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오늘 간담회가 도민의 요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제2공항, 반대의견 제시해야"..."도민 의견 들으며 진행"

우선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는 제주도의 보다 적극적인 갈등 해결 노력과 함께, 환경부가 검토중인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해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제2공항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업무처리규정에 명시된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환경부에 요구하라는 제시했다.

이와 함께 연대회의는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전환평 재협의 진행하는 점에 강력히 항의 입장을 표시하고, 제주도가 도민을 대표해 반대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또 제2공항 건설의 대안으로 현 제주공항의 확충에 대해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오영훈 지사는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중점평가사업 대상 지정을 요구하고, 협의 내용에 제주도의 의견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또 현 제주공항 활용 제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검토의 의미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연대회의가 제시한 현 제주공항 활용 방안에 대해 지사가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제주도 차원에서 현 공항 확충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오 지사는 제2공항의 군사공항 논란과 관련해 "군사공항 관련 주무부처는 국방부이고, 공항건설은 국토부가 담당하는데, 정부 부처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과 당이 이야기 한 것은 차이를 둬야 한다"며 "국토부는 서면으로 제2공항이 군사공항이 아닌 민간공항으로 운영될 것이지만, 당정협의를 통해 명확히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지사는 군사공항과 관련해 당정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향후 제2공항 건설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환경부 협의가 끝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그때부터는 제주도의 입장을 들어야 하는 절차가 있고, 이후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면 공항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의 시간이 된다"며 "환경영향평가 동의는 제주도의회에서 결정되고, 인허가도 제주도에서 진행된다. 이 절차에서 시민사회와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제주형 행정체제, '답정너' 안돼"..."도민결정 따를 것"

연대회의는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답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로 추진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오 지사가 당선 이후 기자간담회 등에서 밝힌 기관통합형 방향을 정해놓고 용역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오 지사는 "(의원내각제는)개인적인 철학과 소신이지만, 도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주형 기초단체)용역 결과 도민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이 자리에서 "행정시 체제로는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법인격이 없는 상황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자기결정권도 가질 수 없게 된다"며 "행정시가 가진 일부 인사권은 제도가 비틀어진 것이다. 법인격이 있어야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자기결정권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지사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또 올해 제주형 기초단체 도입 용역을 추진해 제도를 개선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연대회의의 의견에 "(제주형 기초단체가)지금 제도로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고,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주민투표를 진행할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오는 3월 정도 되면 어떤식으로 결정될지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법을 개정한다면)올해 안에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며 "이 법률 처리는 도민들의 총의가 전제돼야 한다.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지금 시작하는 용역이 용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포함돼 있다"며 "시민사회에서도 도민들의 총의가 모일 수 있도록 적극 활동해 달라"고 연대회의측에 요청했다.

2일

◇ "국제자유도시 비전 개정해야...특별자치 확산 우려할 일 아니다"

연대회의와 오 지사는 국제자유도시 비전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연대회의는 국제자유도시 비전이 제주의 상황과 맞지 않고, 제도개선을 통해 수많은 권한이 이양됐지만, 핵심권한이 이야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지사는 국제자유도시 비전이 지금 제주의 실정과 맞지 않다며 신자유주의 개념 포함돼 있는데, 지금 제주와 맞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가능발전법에 맞춰 제주특별법도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 지사는 또 권한 이양과 관련해 그동안은 개별적으로 이양해 왔지만, 앞으로는 포괄적으로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며 반드시 국가가 해야 하는 사무가 아니라면 권한을 이양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또 이 자리에서 전북 및 강원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제주특별자치도가 무색해 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 오 지사는 "(특별자치도가 늘어나는 것이)우려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특별자치도가 늘어나는 것이 '지방분권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들(특별자치도)과 연대하게 되면 포괄적 권한이양이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제2공항, 정부에 끌려가는 일 없어...찬.반 여부? 밝히기 복잡한 상황"

마무리 발언 시간에 오영훈 지사는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연대회의의 요구에 대해 "정부에 끌려가는 일은 없다.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진화되고 체계가 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여론이 찬반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팽팽한 상황에서 도지사로서 도민 전체의 입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난감함을 드러냈다.

오 지사는 "(제2공항과 관련해)누구도 다쳐도 안되고 배제돼도 안된다.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다"고 말했다.

◇ 매번 소통한다며 '비공개' 논란...매번 '브리핑'으로 대체?

한편, 이날 제주도의 시민사회단체의 만남은 '소통 간담회'라는 타이틀로 마련됐으나,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하고 회의결과를 브리핑 형태로 대체돼 소통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 지사는 지난해 농민단체와의 간담회에도 시작 직전 돌연 비공개로 전환하고 취재진의 출입을 차단해 논란을 산 바 있다.

이번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는 '소통 간담회'라며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예고까지 했으면서도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다. '도민정부 시대'를 선포한 민선 8기 도정이 언론 취재에 지나치게 민감해 하며 스스로 '소통'의 문호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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