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 "제2공항 재추진,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것"

2023-01-19     홍창빈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국토교통부가 최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다시 환경부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19일 입장문을 내고 "제주인에게 항상 소박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내어주던 자연이라는 거위를 죽이려는 것"이라며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이미 두 차례 환경부가 반려했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지난 1월 5일 환경부에 다시 제출했다"며 "더구나 제주 지역의 중대한 현안으로서 행정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보완 내용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민에게 공개했어야함에도 이를 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교통부 보도자료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보완 내용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며 "전임 제주도지사가 장관으로 있는 국토교통부가 제주 지역의 더 없이 중요한 현안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정과 소통하지 않고 제주도민의 당연한 알권리를 무시한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토부의 보도자료는 2022년 12월 22일에서 24일까지 단 3일 동안의 제주시와 성산 지역의 풍속 차이를 비교한 기상청 자료를 근거로 성산 지역에 위치하는 제2공항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한 국가의 기관이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장기간에 걸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수집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라고 볼 수 없는 단 3일의 풍속 측정 자료를 근거로 보도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공무원들도 내심 부끄러웠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원회는 "다시금 국토부가 제2공항을 추진하며 제주도 항공수요 예측을 2025년에 3939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을 때가 떠오른다"라며 "실로 참담했던 것은 한 국가의 기관이 자신들이 예측한 인구가 제주에 들어올 경우 제주의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이 지속가능하며  생태적 수용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예측한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어떠한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제주는 현 공항만으로도 매년 14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고 있으며 이는 매달 거주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방문객을 맞고 있는 것"이라며 "아름답고 깨끗함을 간직했던 제주는 쌓여가는 쓰레기와 넘쳐나는 오폐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더구나 삼무(三無)의 섬 제주가 어느새 범죄율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렇듯 현재의 공항으로 들어오는 방문객만으로도 제주는 이미 분명하게 관광지의 수용 한계를 초과해 지나치게 많은 여행객들이 들어오며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를 지닌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상태에 빠진 소위 ‘제주 랜드(JEJU-LAND)’라는 놀이 공원이 돼버렸다"고 우려를 표했다.

위원회는 "국토부 보도자료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사유별 보완내용을 보면, 조류 서식지· 맹꽁이·두견이·남방큰돌고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다는 명확한 표현 없이 단순히 좀 더 세밀히 검토해 제시했다고만 표현하고 있다"며 "여전히 그 어느 곳에도 제주시민단체들과 환경단체들이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제주의 생태적 수용성과 사회적 수용성에 대해서는 일말의 경청과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가 맹꽁이와 두견이의 서식지에 대해 다시 세밀히 검토해 환경부에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적어도 단 한 번만이라도 제2공항으로 매년 4천만 명의 방문객을 제주가 맞이하게 되면,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와 삼무(三無)의 정신을 살아가는 제주도민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고 변질돼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심히 고민한 후에 답변해 주시기를 청한다"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 속에서 제주가 간직한 천혜의 자연환경은 제주의 중요한 경제적 자산 이상의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보물"이라며 "제주를 찾는 모든 이들은 다른 곳과 비슷하게 개발된 국제자유도시를 보러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보존된 제주의 생물권과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과 제주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제주인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러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민과 후손 대대로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와도 같은 천혜의 생태환경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어 자신들의 천박한 속을 채우고, 제주인에게 항상 소박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내어주던 자연이라는 거위를 죽이려는 어리석으면서도 끈질긴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소지(小智)와 소욕(小欲)에 대항할 것"이라며 "제주 생태계질서 회복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