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국토부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 공개검증 요구

비상도민회의-전국행동, "협의절차 중단하고 공개 검증하라"
"철새, 대체 서식지로 이전?...조류충돌 위험성, 제대로 조사했나?"
"짧은 시간내 숨골 정밀조사?...항공기 소음예측 내용은 왜 함구?"

2023-01-10     홍창빈 기자
전국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1년 7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 결정으로 중단됐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하고 환경부와 협의절차에 들어가자,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내용에 대한 공개 검증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과,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등이 참여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중단하고 공개검증에 즉각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주 목요일 국토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용역 결과 공개를 생략하고 기습적으로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제출하면서 제주도가 발칵 뒤집혔다"며 "수면 아래 잠재해 있던 사회갈등이 다시금 폭발하며 대혼란으로 빠져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군다나 국민의힘이 제2공항을 핵군사전략기지화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뒤, 이어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재개를 선언한 것이기에 제2공항의 군사기지화에는 더더욱 짙은 의혹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 작성에 근거가 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국정감사에서 본인들이 제주도가 원한다면 공개하겠다고 했던 그 보고서임에도 제주도의 공개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며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국토부가 보고서 내용을 꽁꽁 싸맨 이유는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보고서가 엉터리이기 때문"이라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수년간의 보완에도 불구하고 반려 처분을 받은 엉터리 사업이다. 고작 6개월 만에 그 모든 하자를 극복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기"라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간략히 밝힌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했다.

당초 환경부 반려 사유는 크게 △항공 비행안전을 담보하면서(항공기-조류 충돌 문제 해결)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이다.
 
국토부는 이번에 다시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서는  반려사유를 모두 상세히 보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과 관련한 보완 내용부터 의문을 제기했다. 국토부가조류 충돌 우려에 따른 항공기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공항 예정지와 적정 거리를 둔 지역에 대체 서식지를 조성해 조류를 유인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들 단체는 "철새와 관련해서 철새를 보호하겠다면서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 기존 서식지에서 철새를 내쫓는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며 "또 그 서식지에 수천 마리의 철새를 유인할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 좋아 서식지 이전이지 쉽게 얘기해서 서식지를 파괴해서 철새를 내쫓겠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또 "조류충돌 문제와 관련해 국토부는 철새의 이동 고도를 철새에 GPS 신호장치를 부착해서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제2공항 예정지에 인접한 철새도래지를 찾는 철새만 200여 종에 달하고 종마다 비행고도가 상이하고,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어떻게 철새별 비행고도를 조사하고 반영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맹꽁이 서식지 보호와 관련해서도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사업부지 내 맹꽁이 밀도가 도내 맹꽁이 서식밀도와 차이가 없다는 궤변으로 사업부지 내 맹꽁이를 강제적으로 이주해 서식지를 파괴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제주도 전체의 맹꽁이 서식밀도로 문제를 희석하려는 것인데 맹꽁이의 경우 서식반경 자체가 매우 협소해 바뀐 서식지에서 제대로 된 생존이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 서식지를 보전하면 조류를 유인하게 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며 "결국, 현재의 맹꽁이 서식지를 보전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곧 현 제2공항 입지가 생태적으로 매우 부적정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국

국토부가 공항 예정지와 다른 지역간 숨골 빈도는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이들 단체는 "성산읍의 숨골 빈도와 분포가 제주도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유의미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데, 6개월의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제주도 전역에 대한 숨골의 빈도와 분포를 알아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제주도 전역의 숨골분포를 정밀조사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고 일부 공간을 대상으로 지엽적인 조사만 이뤄진 상황에서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산읍 지역은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지만 곳곳에 분포하는 많은 숨골과 화산지질, 지형의 특성상 빗물이 지하로 빠르게 유입되어 지표면 유출이 많지 않은 특성을 갖는다"며 "그런데 성산읍 지역에 숨골이 제주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빈도와 분포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번 보완 가능성 검토용역의 전문성이 얼마나 결여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더 큰 문제는 보전 가능한 숨골만 보전하겠다는 국토부의 태도다"라고 전제, "도민사회와 숨골 보전에 대한 그 어떠한 공론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보전 가능한 숨골과 아닌 숨골을 나눴다는 말인가"라며 "국토부가 무슨 근거와 논리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공기 소음 예측 미흡 문제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소음문제는 공항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매우 치밀하게 검토되고 다뤄져야 할 문제다"며 "그런데도 국토부는 이 내용마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도대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보완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며 "그만큼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불투명한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근본적으로는 이런 보완 내용을 모두 떠나서 제주도에 두 개의 공항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며 "이미 1400만 명 전후의 관광객으로도 제주도의 생활환경의 수용력은 포화상태에 놓여 있는데, 생활환경과 밀접히 관련된 생활쓰레기, 생활하수, 대기질, 상수도공급, 교통체증 모든 면에서 제주도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의 관광객도 버거운 마당에 관광객을 더 많이 받자는 제2공항 계획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라며 "제주도내 발생 생활쓰레기 처리를 위한 500톤 규모의 소각장도 운영 2년 만에 추가 소각장을 신축하는 제주도에서, 하수처리도 버거워 증설 논란을 반복하며 사회갈등이 첨예한 제주도에서, 서울보다 체증이 심한 교통환경을 가진 제주도에서,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상수도 공급도 힘들어하는 제주도에서 어떻게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인지 국토부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2공항은 제주도민의 삶과는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토건세력의 배를 불리고 부동산 투기꾼의 이익을 보장하고 국토부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사업이다"면서 "제주도 군사기지화를 통해 동북아의 평화를 깨고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극우 포퓰리즘의 전형일 뿐이다"고 주장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국토부가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공개검증의 자리로 당장 나서길 바란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자료의 공개는 국토부 장관의 정무적 판단으로 가능한 사항인데, 정말 제2공항이 환경적으로 가능한 사업임을 국토부가 증명할 수 있다면 이번 사업을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사회갈등을 종식시키고 봉합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공개하고 공개검증의 장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제2공항 강행추진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 제시와 함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개검증 요구를 할 것을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