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히고 벗겨지고'...꽁꽁 묶인 밧줄에 상처난 한라산 등산로 나무들

등산로 '긿 잃음' 예방 밧줄에 나무 쓸려...시민들 "마음 아파요"
다른 등산로는 밧줄 대신 '봉' 설치...관리소 "바로 조치하겠다"

2022-10-26     이창준 기자
ⓒ헤드라인제주

제주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 '한라산 어승생악 오름'.

가을철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곳의 나무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길 잃음 사고 예방 차원에서 등산로 인근 나무에 설치한 밧줄들이 속살을 파고들고 있었던 것.

이 모습을 지켜본 등산객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며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관리 당국은 즉각 현장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다녀간 제주시 해안동 소재 어승생악 오름. 등산로 주변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상당수가 굵은 밧줄에 묶여 긁히고 벗겨진 상태였다.

어승생악 오름은 한라산 등산로 중 가장 완만해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특히, 가을철만 되면 제주의 전경과 한라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을 즐기기 최적의 장소라 하루에도 수많은 등산객들이 방문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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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까이서 본 어승생악 오름은 멀리서 봤을 때의 아름다운 모습과 대조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관리 당국은 길 잃음 사고를 예방하고자 등산로 주변 나무들을 굵은 밧줄로 연결해 코스를 표시했는데, 나무들은 이로 인해 훼손되고 있었던 것이다.

훼손된 나무는 주로 작은 수목들이었다. 밧줄이 위아래로 긁으면서 그 부분만 이끼가 끼지 않은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다. 어떤 나무는 겉껍질이 벗겨져 속살을 보일 것 같은 상태였다.

사람들이 나무에 매달리고 줄을 흔들기도 했다. 그때는 나무가 크게 휘청거렸고, 작은 나무는 부러질 위험도 있어 보였다.

굵은 고무판을 밧줄 아래에 덧대 훼손을 방지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고무가 헐고 찢어져 정비가 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서울에서 여행을 왔다던 등산객 ㄱ씨(35)는 "나무가 하얗길래 원래 그런 건 줄 알았는데, 밧줄에 닿아 있는 부분이 유독 심한 걸 보니까 긁혀서 그런 것 같다"며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가족들과 나들이를 온 ㄴ씨(42)는 "나무 보러 왔는데 나무가 아프면 어떡하냐"며 "안타까운 상황이다.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도내 등산로의 길 안내 표시는 밧줄 대신 '봉'으로 한다. 자연 훼손을 막을 수 있고 시민들에게도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지적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수시로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관리 범위가 넓다 보니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로 현장 확인에 나서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밧줄 대신 봉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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