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차고지증명제의 치명적 결함, 왜 침묵하나

[데스크논단] '반 서민' 정책 논란 부른 전국 유일 차고지증명제
무주택자.청년엔 여전히 '무대책'...결국 '서민만 쥐어짜기'
도정.도의회는 애써 모른척?...기본권 침해문제, '폐지론' 등장

2022-01-06     윤철수 기자
올해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 증명제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새해부터 이의 적용대상이 전 차종으로 확대되었으나, '서민들만 쥐어짜는' 반 서민 정책이라는 치명적 결함은 그대로 덮어둔채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 있고, 차고지 확보를 전제로 한 정책이기에, '가난한' 서민들에서는 불만과 원성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집 없고 차고지를 확보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은,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자동차를 소유할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으니 말이다. '반(反) 서민 정책', '차별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의 시행취지는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제도는 제주지역의 교통난과 주차난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됐다. 자동차 보유자에게 자동차의 보관 장소 확보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거나, 차량 소유주가 주소변경, 명의 이전 등록을 하는 경우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소유자가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관할 관청은 자동차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차량 등록대수를 줄임으로써 교통난과 주차난 문제를 완화시켜 나가겠다는 취지다.

처음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 제주시 동(洞) 지역 대형차(승용 2000cc 이상, 승합 36인승 이상, 적재량 2.5톤 미만·총중량 10톤 이상)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이어 2017년 1월부터는 중형차(승용 1600cc 이상, 승합 16인승 이상, 적재량 1톤 초과·총중량 3.5톤 이상)까지 확대됐다. 2019년 7월 1일부터는 중·대형 전기차가 추가로 포함됐다.

그리고 올해 1월1일부터는 전 차종으로 확대됐다. 경·소형차(승용 1600cc 미만, 승합 16인승 미만, 적재량 1톤 이하·총중량 3.5톤 이하)도 차고지 증명 대상으로 포함됐다.

제주도와 행정시는 차고지증명제 도입 후 신규 등록 차량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제도 확대 시행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물론 이 제도 시행의 효과 분석을 놓고도 말들이 많았다. 

제도 시행 이전과 이후 시기를 비교할 때 등록대수가 감소했다는 시계열적 통계의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나, 차고지증명제의 상관성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등록차량 대수는 10월 기준으로 볼때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고지 등록제가 차량 증가를 일부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그 효과성의 크기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차고지를 확보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의 차량 등록만 강제적으로 제한했을 뿐, 소위 '가진 사람'의 1세대 2차량, 3차량은 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골목길 주차난이 개선되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도심지 대부분의 골목길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차난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제주시청 인근 옛 보건소 일대 거리만 하더라도 도로변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로 보행자들이 차도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이 문제는 일단 차치하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시행된지 수년이 흘렀고, 전면적 확대 시행에 이르고 있지만, 집 없는 무 주택 서민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무대책'이다.

차고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근 공영주차장의 1년 단위 정기주차 요금을 별도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 금액도 만만치 않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 지역은 무려 90만원이다. 읍.면지역도 66만원이다.

행정당국은 이것도 당초 97만원이던 것을 일부 감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쪼잔한 '생색내기'가 아닐 수 없다. 또 이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큰 액수가 아니라는 반론도 일부 내놓는다. 

그러나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서민의 애환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과자의 특권적 인식에 다름 없다. 자동차 증명을 위해 서민들이 내야 할 이 연간 주차료는 중.소형 자동차의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의 갑절 많은 요금이다. 사실상의 '세금 폭탄'이다.

세들어 사는 서민, 원룸 등에서 거주하는 청년 등은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어도 공영주차장 임차료 '폭탄'이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기 소유의 집이라 하더라도 차고지 공간은 엄두도 못내는 원도심 좁은 골목길 주택가 서민들,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하는 저소득층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차를 사지도 말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오랜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차고지 증명제의 치명적 결함이라고 할 있는 이 무주택 서민에 대한 대책은 왜 없었던 것일까.

이러한 문제가 계속적으로 제기돼 왔음에도, 행정당국, 그동안 뭘 했나. 차고지 증명제 전면 시행에 대해 '묻지마식 홍보'를 한 것이 전부다.  

관련 조례를 심의하고 의결한 도의회도 마찬가지다. 새해 이 제도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도,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따지지도 않았고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지도 않았다. 

도정이나 도의회 모두 제도 시행의 당위성 논리에만 매몰된 나머지 무주택 서민이 처한 문제는 애써 모른 척 한 것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생계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가운데, 차고지 증명용 요금 부과는 가혹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헌법적 권리인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세들어 살고 있다는 이유로, 차를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선택권의 박탈이자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공개적 차별이고, 과도한 제약이 아닐 수 없다.

행복추구권 등을 제한하는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리 공공의 목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하더라도, 그 제약이 지나치고 과도하다.

차고지 증명제를 단순히 '손질'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정과 도의회는 이 치명적 문제에 대해 왜 침묵하고 있나.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