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날에 생각하는 가족친화문화

[장신옥의 가족친화문화로 여는 새 제주] (1) 일과 가정, 그리고 출산율

2021-07-12     장신옥

1987년 7월 11일, 세계인구는 50억에 도달하게 된다. 세계인구는 1800년에 10억에 도달한 바 있다. 유엔개발계획은 이러한 세계인구증가가 가져올 변화들에 관심을 가졌고, 다양한 세계인구 쟁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독려하기 위해 1989년 들어 7월 11일을 인구의 날로 정했다.

세계인구는 계속 늘고 있으나 (2021년 현재 79억) 각 나라의 인구성장률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인구성장률이 0.37로 인구성장이 크게 느려진 국가 중 하나이다. 그것은 출산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21세기 한국 사회 성격을 규정짓는 핵심적인 현상이다. 한국의 출산력 변화는 가히 극적이다. 1965년에 5.6이었던 출산력은 2020년에 0.84로 떨어져 세계 최저수준이 됐다. 제주지역 역시 육지부에서의 사회적 유입으로 절대 인구수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력은 그렇지 않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지역 출산력은 1.30에서 1.60까지 조금씩 증가했으나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계속 감소추세에 있다 (2020년 제주지역 출산력 1.02).

출산력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진단이 있다. 그러나 여성의 달라진 사회적 위치를 전통적 성역할 규범이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한다. 예컨대, 1985년 남녀 대학 진학률의 차이는 약 12%이었지만, 2010년에는 2%로 감소한다. 남녀의 노동시장 참여율 차이 역시 1970년에는 37%가량이었으나 2011년에는 23%로 감소한다. 이와 달리 성역할 규범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한국 남성이 가사노동을 하는 데에 쓰는 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

이처럼 여성들이 높아진 교육적 성취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했을 때 출산과 한 자녀 이상의 자녀계획을 세우게 될 때까지는 다양한 내적 드라마를 경험하게 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하는 기혼여성의 경우 남편의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길수록 자녀 1명을 둔 여성의 둘째 아이 출산 의향도 높아진다.

기혼여성의 경력지속/단절과 평균 자녀수와의 관계를 보여준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교육수준에 따라 노동시장에서의 직종과 임금이 크게 다르며 그것은 자녀수로 귀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컨대, 후기노동진입형(결혼 전 일을 안 했으나 현재 일하고 있는 경우)와 노동재진입형(결혼 전 일을 했으나 결혼과 함께 일을 쉬었고 현재는 일하는 경우) 여성들의 자녀 수는 가장 많았지만, 노동지속형(결혼 전 일을 했고 결혼 후에도 일을 쉬지 않는 경우) 여성들의 자녀 수가 가장 적었다. 후기노동진입형과 노동재진입형에 속하는 여성들은 노동지속형 여성에 비해 교육수준과 노동시장에서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율이 낮은 데에는 전통적 성역할 규범도 있지만, 장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노동환경도 한몫한다. 노동지속형의 여성들이 출산을 위해 경력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에는 그렇게 하는 데서 오는 기회비용(높은 임금과 직위)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출산율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 인구의 날에 가족친화 문화의 중요성을 되돌아본다. <장신옥 /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장>

장신옥

장신옥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장은...

장신옥은 제주 출생으로 제주에서 사회학을 배웠고, 호주(퀸즐랜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성균관대와 제주대에서 사회학을 강의했다. 지금은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산하에 있는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의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제주도정의 가족정책사업인 가족친화인증기업 발굴사업과 수눌음돌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신옥의 가족친화문화로 여는 새 제주> 칼럼은 센터의 사업을 도민에게 알리고 제주 사회에 가족친화문화가 정착되는 방안을 도민과 함께 생각해보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매달 ‘가족친화문화’를 주제로 제주의 일터와 가족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