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가중치 빼겠다' 해놓고...", 여론조사 합의 뒤집기 '설전'

홍명환 의원-원희룡 지사, '제2공항 의견제출' 논란 정면 대립
"도지사가 '성산 가중치' 제외하고 찬반조사로 하자 제안"
원 지사 "대안 없어...된다면 대통령이 무산시키고 약속하라"

2021-03-17     홍창빈 기자
1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국토교통부에 '정상 추진'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원 지사가 여론조사 협의 과정에서 '성산 가중치'를 제외하는 대신 찬반 도민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을 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의 내용이 사실일 경우 원 지사가 여론조사 계획 과정에서 제시했던 내용을 스스로 번복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홍명환 의원은 17일 오후 2시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진행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론조사 합의 과정에서 있었던 내용을 공개했다.

홍 의원은 "지난 5년간 (제2공항 관련) 갈등을 마무리 짓고자 여러 노력 해 왔는데 특히 2019년 2월 26일 당정협의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절차에 의해 도민 의견 등을 수렴해 제출할 경우 정책 수립 결정에 충실히 반영한다는 합의로 있었다"며 "이후 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 특위가 결성되고 지사님과 저희 특위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여론조사 실시방법과 관련해)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는데, 성산주민 가중치를 두고 합산하는 문제와 질문 내용을 대안(현공항 확충, 제2공항 건설)으로 할지 찬반으로 할지가 쟁점이었다"며 "그런데 이게 타결이 안되다가 지난해 12월 2일 도지사와 특위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그날 간담회에서 지사님은 성산 가중치 빼겠다고, 찬반 도민의견 수렴으로만 간다만 했다"며 "이후 18일 국토부가 중재했고, 이때 국토부는 1%라도 높으면 접겠다고 의회에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래서 도의회도 지사께서 고수하셨던 (질문 문항의) 찬.반형을 수용해서 성산 가중치는 제외하고 찬반으로 진행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주장은 여론조사 방식 협의 간담회에서 질문문항 구성과 관련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원 지사가 성산 가중치를 하지 않는대신 찬반 질문으로 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해서는 질문문항 구성을 현 공항 확충과 제2공항 건설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해 선택하도록 하는 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제2공항에 대한 단순 찬반으로 갈 것인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일었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안선택형 질문을, 도정은 찬반질문을 고수했다. 결국 도의회가 찬반 질문을 수용하면서 여론조사 실시는 합의됐다.

홍 의원은 이러한 진행 과정을 설명한 후, 원 지사를 향해 "여기까지 (설명한 내용에서) 문제가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원 지사는 "계속 말씀 하십시오"라며 대안을 제기하지 않았다.

홍 의원은 "(원 지사는 국토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제2공항에 대해 성산주민은 압도적으로 찬성했으니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지난해 12월 논의에서 여론조사는 '도민의견'과 '찬반'만 묻기로 확고하게 주장하셨는데, 왜 (국토부 제출 의견서에는)도민의견은 빼고 성산을 찬반 근거로 했는지 이해 안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상 원 지사와 도의회간 이뤄진 여론조사 관련 합의를 뒤집었다는 주장이다.

제주도가 의견서에서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해석 부분에 있어서는 설전이 이어졌다.

홍 의원은 "성산조사에서 찬성 마을이 있고, 특히 소음피해나 토지 수용당하는 피해지역 분들이 반대대책위 구성해서 하는데, 그분들 의견은 (성산읍 전체와)완전히 다르다"며 "피해마을의 경우 반대가 높다는거 보고 받았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원 지사는 "도민 전체조사 2000명과 성산 조사 500명을 합산하면 찬성이 우세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은 숫자로 답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라며 "읍면.연령.이해관계 등에 따라 어떤 답변인지 분포를 드러내고, 제2공항과 관련해 가장 이해당사자인 성산 주민들의 의견을 그대로 올린 것"이라고 답했다.

또 "(사업부지 은근 마을 중)반대가 높은 마을이 3곳인가 있지만, 가장 중심에 있는 5개 마을 중 2개 마을은 찬성이 많다"면서 "국토부에 자료를 다 줬으니, 전문가 자문 듣고 현지 주민 여론 심층 분석해서 정책 결정에 반영하라고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성산 전체적인 것은 찬성이 높지만, 피해마을에서는 반대가 높았다"고 말했고, 원 지사는 "반대가 높이 나온 마을만 뽑아서 하는게 오히려 바람직 않다"고 응수했다.

홍 의원은 "수용성이라는게 있다. 그것(제2공항)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분들(피해마을)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분들이 (제2공항을)받아들이겠느냐. (성산읍 전체가)압도적으로 찬성이 높으니 수용성이 해결됐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원 지사는 "여론조사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했기 때문에 '도지사는 이렇게 해석했다. 이렇게 해석하라'고 던진 것이다"라면서 "(저에게)다른 견해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원 지사는 "찬반이 오차범위에 있는것, 정치적 질문에 대한 여론분포 등등 보면 반대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라고 자문을 받았다"면서 "그렇게 국토부에 전달했고, 자세한 내용은 국토부가(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다른 여론조사는(엠브레인) 지지층 보면 정권지지층이 10% 많았다"면서 "전문가들은 '이것으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이것 가지고 결론 내면 싸움밖에 안 되니 국토부에 넘기는게 좋겠다고 해서 그런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그렇게 알고 계시면 그렇게 가야죠"라며 '해석'을 달아 국토부에 보낸 행위를 꼬집었고, 원 지사는 "명시적으로 문건으로 달라고 하니 써서 보낸 것"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다시 "국토부와 (제2공항 추진으로)짜고 쳐서 그러는 것인가"라고 되물었고, 원 지사는 "국토부가 그럴 책임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국토부가)가덕도와 제주도에 어떻게 하는지 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제2공항은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제 2공약이기도 했다"며 "안전과, 제주의 미래세대를 위해 대안이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홍 의원은 "(원 지사는)제주의 환경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로 제2공항 찬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며 "그러나 저는 오름절취나 환경정책연구원에서의 조류충돌, 숨골, 적자운영, 군사공항 전용우려. 그다음 가장 큰게 ADPi보고서 제출로 현공항이 가능하다는 것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ADPi제시한 19개 중 15개는 이미 진행중이다. 그 중 5가지 인프라 개선사항 중 고속탈출 유도로, 대기구역 등이 있다"며 "(ADPi 제시안 중)계류장 2중유도선이나 2중 평행유도로 신설, 주기장 확장, 교차활주로 항행시스템 등이 안된다는 말이 안된다"고 따져 물었다.

홍명환

◇ "현 공항 확장 된다면 대통령이 무산시키고, 약속 이행하라" 

이에 원 지사는 "ADPi제시안 중 15개를 부분적으로 시행했지만, 이착륙횟수, 소위 슬롯을 단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면서 "비행기끼리 접촉사고가 나고 있다. 안전과 미래 경제문제, 무산되면 대안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홍 의원은 "대안이 있으니 그것을 공론화 했으면 좋겠다"면서 "'안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저는 '된다'라는 보고서는 봤지만 '안된다'는 보고서는 못 봤다"고 말했다.

이에 원 지사는 "(제주공항 확장이)된다면 대통령이 (제2공항을)무산시키고,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하라"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다시 "예를 들면 의회가 갈등 조속한 종결을 위해 국토부에 입장정리를 위한 결의안을 한다면(동의하겠느냐)"고 물었고, 원 지사는 "(도의회가 직접) 청와대에 가서 면담하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원 지사는 이어 "도지사에게 떠미는 국토부에 (내가) 왜 가느냐"면서 "대통령이 가덕도에도 가지 않느냐. 여기 와서 (제2공항을)죽이든 살리든 (결정)하라고 하라"고 격하게 응수했다. 

이날 긴급현안질의가 끝난 후 송창권(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분 발언'에 나서 “원 지사의 발언이 선동적이고 자극적이라는 것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죽이든 살리든 결정하라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 좌남수 의장 "도시사로부터 발생한 파장, 도민사회 흔들려선 안돼"

한편, 이날 임시회 개회식에서는 좌남수 의장도 개회사를 통해 원 지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좌 의장은 "도지사 결단이 불가피했다고 얘기하지만 엄연한 도의회와의 약속을 외면한 그 어떤 해명도 이유도 필요없는 분명 신의를 저버린 처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6년째 지속되고 있는 제2공항 갈등문제의 실타래를 풀고자 했던 수많은 논의와 토론, 협의과정 노력들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며 방향성을 상실하지 않을런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2공항 갈등문제 해결을 위해) 당정협의는 물론 도의회와 도, 반대단체까지 어려운 순간마다 고비 고비 넘으며 여론조사까지 오는데도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원 지사는) 도민은 물론 대의기관인 도의회에도 그 어떤 설명이나 양해도 없이 도지사로서 소신과 책임이라며 일방적인 도지사의 긴급 기자회견과 제주도의 입장문을 국토부에 전달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좌 의장은 "도지사의 지극히 개인적인 미래 정치적 행보를 위한 일이 아니길 바란다"고 전제, "도지사로부터 발생한 파장으로 인해 도민사회가 또다시 분열과 대립으로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이번 갈등 확산의 책임이 원 지사에게 있음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