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 주장도 왜곡 논란...진실은?

제주도 '성산읍 압도적 찬성, 수용성 확보' 의견, 거짓 논란
홍명환 의원 "사실과 달라...예정지 주민 반대가 압도적"

2021-03-12     홍창빈.윤철수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를 전면 무시하고 국토교통부에 '정상적 추진' 의견을 제출해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의견서에 적시된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 주장을 놓고 진실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0일 국토부에 제출하는 의견서에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지역 주민들은 제2공항 건설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며 "이와 같은 성산지역 주민들의 압도적인 찬성 의견을 고려하면, 제2공항 입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으로 이해되며, 제2공항을 적극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고 적시했다.

이는 2개 여론조사 기관에서 제주도민 각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면서 병행해 이뤄졌던 성산읍 지역 500명 주민을 대상으로 했던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다.

실제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찬성 65.6% 반대 33.0%, 한국갤럽 조사에는 찬성 64.9%, 반대 31.4%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도민여론조사는 전체 도민 조사가 핵심이었기에, 성산읍 주민의 표본은 500명 수준으로 설정됐다. 

성산읍 지역 내에서도 예정지 마을별 찬.반 결과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구성한 여론조사 공정관리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비공개에 부쳐졌다.

이에 따라 성산읍 지역 10여개 마을 전체 마을 중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온평리,신산리, 난산리, 수산1리 등 예정지 주민에 대한 조사 분석결과는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여론조사 결과 코딩지에서 나타난 결과를 볼 때 예정지 마을에서는 반대 의견이 훨씬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의 의견서에는 '반대'가 우세한 제주도민 전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철저히 외면하고, 성산읍 지역은 예정지 주민이 아닌 성산읍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만 토대로 '주민 수용성 확보'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아 논란을 사고 있다.

이에 여론조사 공동관리위원회에 참여했던 제주도의회 홍명환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 지사의 '주민 수용성 혹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정면 반박했다.

홍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로우데이터(미가공 자료)로 확인했다. 지역주민들의 수용성이라면 해당마을인데, (제2공항 피해지역에 해당하는)3개 마을은 압도적으로 반대가 많았다"면서 "도지사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런 부분은 일체 언급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비록 성산읍 주민에 대한 조사결과의 마을별 분석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표본에 대한 응답결과를 기록한 코딩지를 통해서는 찬.반 분포는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본이 각 500명으로 많지 않은데다, 각 마을 단위와 찬.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숫자로 표시돼 있어 이를 통해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홍 의원의 설명이다.

홍 의원은 "다만, 이번 여론조사 도민의견 결과는 전체 도민조사를 보기로 했던 것"이라며 "또 성산 조사는 마을별로 조사 진행하되, 찬반갈등이나 마을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성산 전체로만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원 지사는 전체 도민조사 결과는 무시하면서, 성산읍 조사결과는 과대하게 해석하며 '수용성 확보'라고 발표했다"면서 "이는 엄연한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제주도정이 계속 조사결과를 왜곡하며 '주민수용성 확보'를 주장할 경우, 비공개하기로 했던 조사결과에 대한 공개와 재분석을 요구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도 이 부분에 대해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주민수용성에 대한 완전한 왜곡"이라고 반박하며 원 지사를 강도높게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주민수용성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업을 할 때, 부득이하게 피해를 입어야 하는 주민들이 사업의 필요성이나 입지 타당성 등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고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사업추진을 수용한다는 의미"라며 "그동안 수없이 얘기했고, 기본계획에도 분명하게 명시되었듯이 제2공항이 추진될 경우 토지수용과 소음 등의 피해를 입는 지역은 온평, 수산, 난산, 신산 등 4개 마을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산읍의 나머지 10여개 마을은 수혜지역이다"면서 "수혜지역의 여론을 가지고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기만하는 얄팍한 속임수를 넘어, 6년간 피눈물을 흘려온 주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강동원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국토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주민수용성 확보를 적시한 것은 공개된 성산읍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예정지 마을의 조사결과에 대해 살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건 비공개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조사결과 원 데이터를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마을별 찬반 추이를 알 수 있다면서 원 지사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제주도는 이를 부인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019년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검토의견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계획입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 확보는 중요사항"이라며 "입지선정과정에서 주민의견수렴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고 그 의견에 대한 반영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 제시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회신했다.

환경부는 검토의견에서 "이 계획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공항건설과 관련된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주민 수용성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능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파악하고, 설문조사 또는 간담회 등 다양한 사회방법론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해당사자 의견을 바탕으로 유사 갈등관리사례 등을 참고해 공론화 또는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운영 등과 같은 후속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