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도 격앙...원희룡 지사 '독선' 정면 비판, "사퇴하라" 

원희룡 지사 도민여론 뒤집기 '제2공항 입장' 파장 확산
좌남수 의장 "도민 무시 불통...그러면서 대통령 하겠다고?"
박원철.홍명환 "오히려 도지사가 지역감정 조장, 갈등 부추겨"

2021-03-11     홍창빈.윤철수 기자
좌남수

[종합]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를 전면 무시하고 국토교통부에 '정상적 추진' 의견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제주도의회에서도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도민 여론조사는 제주도의회와 제주도정이 실무협의를 거쳐 합의를 통해 실시된 것임에도, 원 지사가 이의 결과를 무시하며 민의에 반하는 독선적 결단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도지사가 도민을 무시하고, 지역감정과 갈등을 조장한다는 격한 비판과 함께, 급기야 원 지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좌남수 의장도 원 지사의 이번 일방적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좌 의장은 11일 오후 2시 의장실에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불러 "도지사가 도의회와 도민을 무시하면 되겠느냐"며 공개적으로 질타를 가했다.

좌 의장은 "(제주도가 여론조사 실시 전에) 도의회와 약속한 내용은 '도민의견 수렴해 국토부에 제출한다, 어떤 일 있어도 갈등유발 행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이번 원 지사의 일방적 발표는 약속 위반임을 강조했다.

좌 의장은 "(제2공항 입장을)발표하기 전 도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독선.독재적 도지사가 아니라면, 도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드릴 필요가 있다"며 '독선.독재'라는 표현까지 꺼내며 원 지사를 비판했다.

이어 "이 문제와 관련해 (원 지사의 태도는) 제가 볼때는 도민 의견 존중도 아니고 의회 존중도 아니다"라면서 "원희룡 지사는 정치를 혼자만 하느냐. 참모도 없느냐"고 힐난했다.

좌 의장은 원 지사가 도민의견을 무시하고 민의를 역행하는 독선을 보인 것에 대해 거듭 지적하며, "그러면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정면 비판을 가했다.

그는 "도민사회 강정해군기지 갈등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그런 것을 보면서도...(원 지사가 제2공항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또 "원 지사는 3개월 전 도의회와 합의한 사항을 뒤집었고, 열흘 전 '갈등 종지부 찍고 화합해 나가자'고 했는데 손바닥 뒤집듯 했다"면서 "(국가의)지도자 되겠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됐을때 국민들이 원 지사를 어떻게 믿느냐"고 꼬집었다.

"도민들을 우습게 알면 안된다"고도 했다.

그는 "(원 지사가)소통정책관을 신설했는데 소통하고 있는게 있느냐. 불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일들은 전적으로 원 지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민사회 갈등.반목 몰아넣은 사태 책임지고 사퇴해야"

이날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결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해 온 박원철 의원과 홍명환 의원도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원 지사를 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 의원은 "원 지사는 전체 도민 여론조사 결과, 두 여론조사기관 모두 제2공항 건설 반대가 높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철저하게 무시했다"고비판했다.
 
이어 "갈등해소를 위한 도의회와의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모아진 도민의 뜻을 전문가 자문이라는 미명하에 자의적으로 왜곡해 제2공항 건설 추진 의지를 밝힌 원희룡 지사는 최고 정책결정권자에 부여된 권한을 남용했으며, 스스로에게 부여된 책임을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국토부에 제출한 제2공항 추진 필요성을 밝힌 공문을 당장 철회하고, 스스로 사퇴해, 도민사회를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넣은 현 사태에 대해 책임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동부지역과 서부지역간의 찬성, 반대 비율을 들먹이면서 도민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장했다"며 "어렵게 성사시킨 도의회와의 합의도, 갈등종식을 원하는 도민의 바람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박원철

◇ "주민수용성 확보 주장도 사실 아니다...예정지 주민 반대 압도적"

홍명환 의원은 원 지사가 성산읍 주민 여론조사 결과에서 찬성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을 들며 '주민수용성 확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홍 의원은 "성산읍 지역 중 제2공항 예정지 마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원 지사의 '주민 수용성 혹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는 도지사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런 부분은 일체 언급을 안하고 있다"며 도정이 여론조사 결과해석을 왜곡하며 의견서를 정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전체 도민조사를 보기로 했던 것임에도 (원 지사는)전체 도민조사는 언급하지 않고, 성산 조사를 여론조사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며 원 지사의 입장은 도민을 무시하고, 오히려 도민 갈등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태임을 강조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번 원 지사의 독선적 발표에 강력히 반발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2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규탄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