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민의 뒤집기 수순?...국토부 책임 떠넘기고, 도정은 고심

국토부, 도민 의견수렴 결과에도 '제주도 의견' 요구 논란
"여론조사 결과 가감없이 제출" 제주도정, 민의 '역주행'?

2021-03-08     윤철수.홍창빈 기자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 의견수렴을 위해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조사 결과가 국토교통부에 제출된 후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도민의견 수렴결과가 제출되면 정책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혀 온 국토부는 돌연 제주도의 공식적인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청하며 결단을 미루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밝혀 온 제주도정도 조사결과와 별도로 의견을 제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입장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나 제주도정의 이러한 행보는 제2공항 정책 판단에 있어, '여론조사 결과' 외적인 부분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어서 민의 뒤집기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즉, 제주도와 도의회가 국토부의 요청에 의해 객관적이고 합리적 방법으로 도민의견을 수렴했음에도,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8일 제주도의 의견을 제출받은 후 제2공항 추진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방침임을 거듭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 통화에서 "입장을 결정하는데 제주도의 의견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제2공항 추진여부를 결정할때 제주도의 입장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제2공항 추진여부 결정은) 내부 검토를 거치고, 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도민 의견과 제주도의 입장이 다를 경우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일단 제주도의 입장을 받는게 우선이다. 그 이후에야 답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2019년 2월 국토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객관적.합리적으로 수렴된 도민 의견을 반영하기로 한 약속에 대해서는 "(도민 의견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부의 이러한 입장은 사실상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정은 여론조사와 관련해 이미 수차례에 걸쳐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원칙을 제시했고, 모든 결정은 국토부에서 하도록 했음에도 다시 제주도로 의견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원희룡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입장문을 통해 "조사결과는 제주도의회와의 협의에 따라 공정관리 공동위원회를 거쳐 국토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겠다"며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견수렴 결과를 그대로 전할테니 이에 대한 모든 판단은 정책 결정권이 있는 국토부에서 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제주도에 의견제출을 요구한 것은 제2공항 강행 여부에 대한 결정의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한, 사실상의 책임 회피의 성격이 짙다는게 지방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토부는 제주도에서 '제2공항 건설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경우 이를 강행의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제주도정 내에서는 국토부에 제출할 '의견'의 내용 정리를 두고 여러가지 안을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내부 일각에서는 특정정당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연계해, 반대 의견이 우세하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는 해석을 곁들이며 주변 의견을 물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제출하는 의견에 '건설 필요성'이 언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 경우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민의를 거스르며 '역주행' 했다는 거센 후폭풍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 이러한 입장 제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에서 '민의 왜곡'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국토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원 지사가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제출해 국토부에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온 만큼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3일 성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국토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도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국토부는 도민의 뜻 무겁게 받아들이고 즉시 제2공항 철회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제주도 관계자는 "국토부 의견제출 기한이 3월 10일이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춰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만, 어떤 내용의 입장을 정리해 제출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고, 현재 의견을 수렴하며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