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돌입 주민들, "제2공항 여론조사, '반대' 응답" 호소

성산읍반대위, 4~9일 성산읍 종주 삼보일배
"제2공항 지어지면 공군기지 전용 불 보듯 뻔해"

2021-02-04     홍창빈 기자
제주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실시(15~17일)를 앞두고,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주민들이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한 '삼보일배'에 들어갔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는 4일 오후 1시 일주동로 평화교(천미천) 앞에서 출발 기자회견을 한 후, 삼보일배 대장정에 시작했다.

삼보일배는 이날부터 설 연휴 직전인 9일까지 6일간 일주도로를 따라 매일 3km 가량의 거리를 나아가며 진행된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첫날인 이날은 신천리 천미천 앞에서 신풍교차로까지 3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이어 신풍교차로~난산교차로(5일), 난산교차로~온평초등학교(6일), 온평초등학교~신양교차로(7일), 신양교차로~오조리사거리(8일)를 거쳐, 마지막 날인 9일에는 오조리사거리에서 시흥교차로 구간에서 펼쳐진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성산읍 종주 삼보일배는 성산 피해지역 주민들이 제2공항 백지화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차디찬 길 위에 머리를 조아리며 진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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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여론조사는 제2공항의 운명을 넘어 제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의 시간"이라며 "제2공항에 관한 결정은 더 많은 관광객과 더 많은 개발이 제주의 미래인지, 잘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관광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은 균형잡힌 산업구조가 제주의 미래인지를 선택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2공항은 들어서는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시설이 아니라, 더 많은 관광객 유치, 더 많은 도로와 휴양·숙박시설 건설 등으로 제주도 전체에, 장기간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시설"이라며 제주도민 모두의 관심을 호소했다. 

또 "우리가 겪는 공항의 혼잡과 불편은 현 공항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혼잡과 불편의 핵심은 40년 전 연간 이용객 200만 시절에 지어진 현 공항의 여객 터미널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연간 3천만에 이른 이용객을 수용하기에는 편의시설과 공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터미널과 활주로 사이의 계류장와 이동 공간도 협소해서 지상흐름을 저해하기 때문"이라며 "터미널을 이전·확충하고 탑승동을 만들면, 지연도 줄이고, 타고 내릴 때 버스로 이동하는 불편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국토부의 주장처럼 항공수요가 조금 늘어나더라도 관제시설을 첨단화하고 보조활주로를 활용하면 충분히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며 "국토부 스스로 인정하는 세계적인 공항전문가의 의견을 지금껏 외면한 이유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된 제2공항을 그대로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시간이 왔다"며 "이에 저희 제2공항 예정지와 주변 마을 주민들은 도민과 성산읍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호소하기 위해 오늘부터 신천리에서 출발해 시흥리까지 삼보일배로 성산읍을 종주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보일배는 제2공항이 들어서면 잃어버릴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호소이자 성산과 제주의 미래를 지키겠다는 다짐의 몸짓"이라며 "추운 겨울, 차디찬 길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는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이제 우리가 제주를 지킬 시간"이라며 "2월 15일부터 17일까지는 모르는 전화도 꼭 받아주시고, 제2공항 여론조사에 '반대한다'고 대답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책위는 "개발의 거짓 환상에 속아 후대에 재앙을 물려주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성산주민들의 손으로 제2공항 갈등을 끝내고, 지금까지 그랬듯이 마을은 달라도 함께 정겹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합의로 제3기관(언론사 컨소시엄)이 주관해 시행되는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실시되고, 결과는 18일 오후 8시 발표될 예정이다.

조사는 국내 2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각 제주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조사가 실시된다. 

전체 도민대상 2회, 성산읍 주민 대상 2회 등 총 4회에 걸쳐 실시되는 것이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해 유선 20%, 무선 80% 비율로 이뤄진다.

조사내용의 문항은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을 묻는 질문이 핵심이다. 제2공항 관련 4개 문항 중 나머지 3개는 성별, 연령, 거주지역을 확인하는 인구통계학적 질문이다. 이 밖에 선거관련 문항으로 구성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