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여론조사' 문항 놓고 정면 대립..."대안 선택형" vs "찬반형"

제주도정 vs 시민사회단체, 질문문항 구성 놓고 대립 심화
시민단체 "'제2공항 vs 현공항 확충', 대안 선택하도록 물어야"
원희룡 지사 "제2공항 찬반을 물어야...현 공항 확충 포함 불가"

2020-11-18     홍창빈.김재연 기자
제2공항

[종합]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별위원회가 제주 제2공항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도민의견 수렴 방안으로 연내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여론조사의 질문 문항을 놓고 제주도정과 시민사회단체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자칫 어렵게 합의된 여론조사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 계획과 관련한 대립 갈등의 최대 쟁점은 질문문항의 구성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여론조사가 쟁점토론회를 총화하는 성격의 도민의견 수렴이기 때문에 그동안 쟁점이 됐던 '현 공항 확충'을 포함한 대안 선택형 질문이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현 공항 확충'과 '제2공항 건설'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주도는 '현 공항 확충'은 불가능한 대안이라고 전제하며,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 질문 하나로 구성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질문문항은 도민의견 수렴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며, 이를 둘러싼 시민사회단체와 제주도정의 대립은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 시민단체 "여론조사, '현 공항 vs 제2공항' 선택 질문이 타당"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8일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의견수렴 질문 문항은 제2공항 찬반만을 묻는 게 아니라 대안을 물어야 한다"며 설문문항의 '대안 선택형' 질문 채택을 강력 요구했다. 

이는 원희룡 지사가 전날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여론조사의 설문문항은 제2공항에 대해 찬성인지, 반대인지를 묻는 형식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이들 단체는 "'찬반'만을 물어야 한다는 원 지사의 주장은 자신이 행한 종전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라며 원 지사가 지난 7월 28일 제주도의회 긴급현안질문 답변에서 '찬반의견을 묻기 위해서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제2공항 의견수렴은 반대에만 머물고 있다”며 찬반 형식의 제2공항 의견수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던 과거 발언을 상기시켰다.

이어 "지금 도민들은 제2공항 찬반만을 묻는 형식이 아니라 원 지사의 입장처럼 대안을 놓고 판단하려고 한다"며 "현 제주공항 확충방안이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은 원 지사 개인의 생각이고 공항전문가그룹인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와 도민들은 오래전부터 현 공항 확충방안을 대안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토부 역시 현 제주공항 확충방안을 오랫동안 검토해 왔으며 원지사 취임 이후 급격히 제2공항 건설로 선회하기 전에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했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따라서 공항 시설 확충 방안을 놓고 도민들이 현실적인 판단을 하기 위한 문항은 당연히 '현 제주공항 확충방안이냐 제2공항 건설안이냐'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민의견 수렴 방식에 대한 논의에서 원 지사의 '중립'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원 지사는 지난 16일 도의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제2공항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며 "국토교통부와 제주도, 도의회가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의견수렴 절차를 합의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주관해야 할 행정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지사가 제2공항 건설만을 염두에 두고 도민들에게 미리 자신의 예단과 선택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최소한 도민의견수렴 과정에서만큼은 본인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도민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제주 공항 시설 확충 방안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현 제주공항 활용방안과 제2공항 건설안에 대한 도민의 판단과 선택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18일

◇ 원 지사 "가능하지 않은 대안 여론조사 부친다면, 참고의 가치 없어"

그러나 원희룡 지사는 18일에 이어 19일에도 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현 공항 확충' 대안이 포함되는 선택형 질문항목에 대한 수용 불가입장을 거듭 밝혔다.
 
원 지사는 "현 공항 활용이 미래 항공수요를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해 끝장토론을 진행했다"며 "이의 제기 있을 수 있겠지만, 법적.기술적 판단상 불확실성으로 남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문문항 구성 방식과 관련해, "전문가 검토를 통해 'A안도 가능하고 B안도 가능하다'면 도민들이 선택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전문가들이 검토한 결과 A안은 가능하고 B안은 전문.기술적으로 안된다고 하면, (B안에 대해) 도민들로 선택하도록 (여론조사에 부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주장은 현 공항 확충대안은 전문가 검토에서 불가능한 대안이라고 판단이 된 만큼, 이번 여론조사 문항에서 이 대안에 대한 선택여부를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이냐에 대해서만 묻자는 주장이다.

원 지사의 이러한 입장은 18일 도정질문에서 더욱 강경하게 표출됐다.

원 지사는 오영희 의원으로부터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가능하지 않은 방안 놓고 여론조사를 부치거나, 여론조사 자체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면 참고의 가치도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 공항 확충대안이 포함될 경우 도민의견으로서 '참고'도 하지 않겠다는 엄포인 셈이다. 

또 이번 여론조사의 구속력과 관련해서는, "국토부와 제주도, 집권 민주당 사이 합의가 됐던 것은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면, 국토부가 존중하겠다', 여기서 모든 것이 출발했다"며 "의견 수렴하는 방법에 대해 저희가 협의를 하는 것이지, 의사 결정을 하는 권한과 절차로 넘어간 것으로, 국토부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론조사는 의견수렴이지, 의사결정이 아니다"며 "여론조사 결과 도민들의 압도적인 반대가 있다고 하면 국토부가 심사숙고 하고, 의견 수렴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겠지만, 이게 1~2% 차이로 구속력이 있거나 이런 취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도와 시민사회단체가 여론조사 질문 문항을 놓고 정면 대립하면서, 이의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론조사 대상 모집단 내지 표본 수집방법, 제2공항 사업 대상지인 성산읍 주민들에 대한 가중치 부여, 조사 횟수 등을 놓고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도민의견 수렴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