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쟁점 '현 공항 확장안' 설전..."채택 불가" vs "충분하다"

1차 토론회, 국토부 vs 시민사회단체 현 공항 확장안 놓고 대립
국토부 "시설한계 등 문제"...시민단체 "현 공항 활용이 최선"

2020-10-19     홍창빈 기자
19일

제주 제2공항 논란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국토교통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현 제주공항 확장 가능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국토부는 현 공항 확장은 시설 한계 등의 문제가 있어 채택이 불가함을 고수한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 공항 활용이 최선이라고 맞섰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건설갈등해소를위한특별위원회 1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제주MBC 스튜디오에서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제주도와 도의회 특위, 국토부,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4자 협의에 의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4시간에 걸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먼저 김태병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과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 각각 주제발표를 통해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2015년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용역’ 과정에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제출한 보고서에서 제시한 현 공항 확장 방안을 놓고 정면 대립했다.

ADPi 보고서에서는 제주공항에 대해 19가지 권고안을 이행할 경우 한해 4000만명 이상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다고 제시됐다.

이에 따라 토론에서는 19개 권고사항 가운데 그동안 이행되지 않은 △항공기 분리간격 축소 △독립 평행항로 신설 △교차활주로 운영 △주기장 증설 4개 사항을 놓고 논쟁이 이어졌다.

◇ 국토부 "현 공항 확장은 시설한계, 대안으로 채택 불가"

김태병 국토부 정책관은 "ADPi 권고안으로는 장래수요 처리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DPi는 권고안 대다수가 작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19개 권고안을 제시했으나, 국내 여건상 모두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19개 권고안 중 15개는 부분적으로 추진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전성, 효율성, 정시성 향상은 기대되지만, 용량 증대는 제한적"이라며 "고속탈출유도로, 대기구역 신설, 주기장 확충 등은 이미 완료했으나, 용량증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19개 권고안 중 교차활주로 운영, 분리간격 축소, 독립 평행항로 신설, 주기장 대폭 신설 등 4개는 제주공항의 악기상, 공항시설 제약, 국내 안보상황 등으로 현실적으로 추진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현재의 제주공항 상황에서 ADPi가 제안한 시간당 60회 처리는 제주특성 감안시 현실적으로 불가하며 현실적으로는 40회 미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보조활주로 활용은 안전, 환경, 용량 등 고려시 답이 아니다"며 이 역시 대안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보조활주로는 길이가 1900m에 불과해 주활주로(3180m)에 비해 너무 짧아 안전한 이.착륙이 불가하다"며 "짧은 길이를 보완하기 위해 바다쪽으로 600m 연장하더라도, 대규모 해양매립에 따른 절대보전지구 등 해양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공항 확장은 안전하지 않아 채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비상도민회의 "이미 ADPi 검증통해 현 공항으로 충분 결론"

그러나 박찬식 상황실장은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 공항이 활용이 최선"이라며 국토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현 공항 확장으로 가야 함을 주장했다.

박 실장은 "국내선이 90% 이상인 제주의 특성상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50년이 지나기 전에 관광객 감소로 항공수요가 크게 줄 것이 자명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결국 제2공항은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개의 공항을 합친 수용력은 최소 6000만명 이상이 된다"며 "국토부의 수요에측에 따라도 제2공항은 혈세 낭비와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과잉시설"이라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제2공항은 부지가 150만 평으로 현 공항의 1.5배에 이르고 평행유도로, 계류장, 터미널 등 주요 시설도 현 공항보다 큰 규모"라며 "이는 공항 부지, 연계도로 건설.확장, 숙박과 레저시설 등 주변개발로 자연녹지와 농지 상실, 철새도래지.오름.동굴.숨골 훼손 및 동부 오름 군락의 경관 악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잉관광과 난개발로 제주의 환경수용력이 임계치에 이르고 있어 양적 팽창에 중심을 둔 관광정책을 질적 관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는 개발을 멈추라는 자연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ADPi는 항공교통시스템의 세계적 추세를 반영해 가장 현실적인 공항 확충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권고사항 대부분 실행될 경우, 시간당 최소 60회의 지속가능한 용량으로 제주공항이 2035년까지 예상되는 교통량 증가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제주공항의 잠재적 용량을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권고"라고 평가했다.

그는 "ADPi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진이 제시한 현 공항 활주로 용량증대 방안 결과에 비추어도, 현 공항 활용으로 충분하다"면서 "현 공항 확충이 어렵다고 말하는 국토부는 스스로 무능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부가 어렵다고 평가한 '독립 평행항로' 신설 문제에 대해서는, "신규 항로의 건설은 항공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운항이 많이 늘어나 필요하면 해야 하고, 필요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주기장을 확대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데, 주기장 확대뿐 아니라 평행유도로 신설도 가능하다"면서 ADPi가 제안했던 내용을 제시했다.

이어 "보조활주로 활용으로 용량증대는 물론 소음감소, 안전 제고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국토부는 보조활주로 길이가 짧아 이.착륙시 위험할 것으로 말하는데, 안전에 우려가 있다면 바다로 연장하면 된다"며 "ADPi는현장방문 조사에서 제동을 보조하는 시설인 EMAS만 설치하면 현재의 보조활주로를 교차활주로로 사용해도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보조활주로 길이를 연장하지 않더라도 EMAS 설치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제2공항 보다는 현 공항을 첨단 신공항으로 만들기 위한 종합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며 "현 공항 개선으로 충분하다는 세게적인 전문기관의 연구결과가 있는데 전문적인 검증과정도 없이 불가하다고 하면서 제2공항을 강행하는 것은 납득할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21일까지 2회에 걸쳐 진행되며, 토론 상황은 TV와 유튜브로 생중계되고 있다.

한편, 도의회 갈등해소특위와 제주도는 이번 토론회가 끝나면 도민의견 수렴방안 협의를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도가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도의회는 토론회가 끝난 뒤 여론조사 등 도민 의견 수렴 방식을 정해 늦어도 12월 초까지 최종 결과를 만들어내고 도의회 의결 과정을 거쳐 연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다는 계획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