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기상레이더 사업설명회 '취소'...주민 반발 격화, 이유는? 

명도암 주민들 "기상레이더 절대 안돼...사업설명회 필요없다"
"사전 주민 협의 없이 일방적 추진" 반발...전자파 위해 논란도

2020-08-12     윤철수 기자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마을에 구축되는 공항기상레이더 설치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기상청이 13일 오후 6시 봉개동 명도암마을회관에서 개최한다고 예고했던 사업설명회는 12일 전격 취소됐다.

뒤늦게 이 사업 추진에 대한 내용을 전해들은 주민들이 전자파 및 고전압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남일 명도암마을회장은 12일 "내일(13일) 예정된 기상청 사업설명회는 취소됐다"면서 "주민들이 사업설명회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찬성으로 비춰질 수 있어 사업 설명을 듣지 않기로 하고 기상청에 취소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내일부터는 마을 곳곳에 이 사업 반대 플래카드를 일제히 내걸고 이 기상레이더가 우리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항기상레이더 구축사업은 최근에야 추진상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항기상레이더는 국내에서는 인천국제공항에 유일하게 구축돼 있으며, 지방공항에서는 제주도에서 처음 이뤄지고 있다.

이번 제주도 공항기상레이더 설치 장소는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교차로 인근 국유지(3006㎡)로, 연면적 600㎡정도의 관측소를 건립한 후 그 위에 기상레이더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의 높이는 건물을 포함해 32.7m 정도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현재 진행 중인 기본설계가 완료되면 연내 인.허가 절차를 밟아 내년에 본격 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사업의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레이더 시설의 특성에 따른 전자파 및 고전압 위해 우려 때문에 주민들이 이를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 협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절차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 이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듣지도 못했다"며 "일방적으로 추진해 온 이 사업을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1일 이 사업과 관련한 설명자료를 내고, "우려하는 전자파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기상청은 "WHO(세계보건기구)는 '레이더와 인체건강' 보고서에서 '기상레이더는 항공관제 레이더와 마찬가지로 정상동작 상태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제주도 기상레이더의 경우) 주변 반경 70m 이내에 위치한 주택과 시설물들은 공항기상레이더 설치 예정 고도보다 낮아 직접적인 전자파 노출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 신뢰성 확보와 이견 해소를 위해 제주공항 기상레이더 대상 전자파 시뮬레이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사업부지 남쪽에 위치한 한라산의 지형적 영향으로 높은 지형에 의해 전파가 반사되는 관측오류(지형에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 명도암 마을을 포함한 남쪽 방향은 레이더 관측을 하지 않는 차폐영역으로 설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의 추진배경에 대해서는, "항공기 이륙과 착륙시 사고를 일으키는 위험기상이 국내 다른 공항보다 많이 발생하는 제주공항의 항공사고 예방을 위해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이 사업은 제주공항의 항공기 안전운항 뿐만 아니라 제주시 동부 해안 저지대 지역의 홍수 등 수해피해 저감을 위한 기상서비스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김포공항 등 다른 공항에는 기상레이더 시설이 없는 점을 들며 제2공항 건설이나 군사적 목적의 용도와 연계 활용될 개연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사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진행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현재 공항기상레이더 청사 신축 인.허가 추진을 위한 기본설계 단계로, 분묘.묘목 이전 등과 관련해 인근 주민들과 사업 내용을 공유하고 관련 민원을 협의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들 상당수가 이 사업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다, 마을회가 기상레이더 시설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면서 이 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