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동굴.숨골 부실논란에, 국토부 '엉뚱 반박'...왜?

국토부, 새로운 동굴.숨골 발견 발표에 "사실 아니다" 반박
비상도민회의 "거짓.부실 조사 덮기 위한 왜곡.폄훼 시도" 규탄

2020-04-30     윤철수 기자
서귀포시

[종합]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에서 새로운 동굴이 발견되고, 지하수 함양 통로인 '숨골' 136곳이 새롭게 확인되면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30일 이에 대해 '엉뚱 반박'을 하고 나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호된 비판세례를 받고 있다.

이번 국토부의 반박 논란은 지난 29일 제주도내 113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의 제2차 동굴.숨골 조사결과 발표에서 시작됐다.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제2차 동굴.숨골조사를 실시한 결과 예정지 입접지에서 새로운 동굴 1곳이 발견됐고, 숨골 75곳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동굴은 제2공항 예정지에서 250여m 떨어진 곳(성산읍 수산리 1019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지역에서는 '칠낭궤'로 불린다. 현장 기자회견에서는 동굴 내외부가 공개됐다. 동굴은 함몰지형으로, 동굴입구는 직경 약 10m 규모에 내부 길이는 50m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예정지에서 불과 2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거대한 동굴입구가 있음에도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어디에도 이 동굴을 조사한 기록이 없다"면서 "사실상 거짓.부실 전략환경영향평가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숨골' 75곳이 추가로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부실 조사 의혹으로 이어졌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제2공항 예정지 일대에는 숨골 8곳만 있는 것처럼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상도민회의의  제1차 조사 때 61곳이 발견된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확인되면서 총 136곳의 누락분이 드러났다. 

새로운 동굴 및 수많은 숨골 확인은 전략환경영향평가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런데 국토부는 30일 '제주 제2공항 예정지내 새로운 동굴 발견, 동굴 부실조사는 사실과 다릅니다.'라는 제하의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의 제목만 보더라도, 새로운 동굴 발견은 마치 사실이 아닌 것처럼 전하고 있다.

국토부는 "비상도민회의 측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동굴은 공항 예정지로부터 약 2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공항부지내 새로운 동굴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동굴 위치가 '공항 부지내'가 아니기 때문에 비상도민회의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인 것이다.

이 논리는 매우 의아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비상도민회의는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예정지에서 250미터 떨어진 곳'이라고 분명히 밝혔고, 대부분 언론에서도 기사 내용에서는 그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음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지 구역과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음에 따라 당연히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영향성 조사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토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

마치 선심을 쓰듯, "해당 동굴은 제2공항 부지 밖에 위치하고 있어 제2공항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추가 현지조사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추가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의 동굴조사 부실논란에 대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동굴조사를 충실히 시행했다"며 "공항예정지내 동굴 존재 가능성이 있는 109개 지점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시행하면서 45곳에 대한 시추조사, 2.3km 구간에 대한 전기비저항 탐사 등 정밀조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동굴조사결과 공항부지내 동굴은 서궁굴 한 곳이 발견됐다"며 "서궁굴은 길이 34m로 가지굴은 없으며,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동굴 상부에 건축물·도로 등 시설물 계획 없이 현상태로 보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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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함께, 숨골조사에서 국토부(8개)와 비상도민회의(136개)측에서 확인한 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 부분 역시 '조사 부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다만, "공항부지 내 추가 숨골이 있는지 비상도민회의 측 자료를 포함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사실과 다릅니다'를 타이틀로 한 국토부의 이날 반박 입장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돼 배포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의회의 모 의원은 "정부 당국자는 동굴 및 숨골 발견과 같은 실체적 사실이 드러나면, 시급히 현지조사를 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에 추가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지, 무조건 사실 아니다 식으로 시민사회단체를 매도하려고 하니 정부가 갈등만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반박 보도자료의 내용이 전해지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거짓.부실조사를 덮기 위한 사실 왜곡 및 폄훼 시도"라며 국토부를 강력 규탄했다.

비상도민회의는 "기자회견에서 새로 발견한 동굴입구는 제2공항 예정지에서 약250m 떨어져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예정지 인근 동굴조사 결과는 밝히고 있으나, 거대한 동굴 입구가 육안으로 확인됨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많이 알고 있는 칠낭궤는 언급조차되고 있지 않아,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신뢰할 수 없는 부실조사라고 밝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공항 예정지 내에서 숨골 또한 136곳을 추가 발견해 국토부가 8개라고 밝힌 숨골 조사결과는 전형적인 거짓.부실조사라는 사실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비상도민회의는 "그런데 국토부는 이에 대한 반박으로 신규 발견한 동굴은 예정지 밖의 동굴이라며, 마치 비상도민회의가 예정지내 동굴이 있다고 발표한 것처럼, 동굴.숨골조사 결과가 거짓인 것처럼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언론이 제목에 동굴과 숨골에 대한 구분없이 모두 제2공항 예정지에서 조사된 것으로 오보한 것을 역이용해 동굴.숨골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의 비상식적인 반박보도자료가 악의적인 역이용이 아니길 바란다"며 "일부 잘못된 언론보도 때문에 잘못된 반박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면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같은 잘못을 저지른 관계 공무원을 처벌하라"며 "만약 여전히 정정없이 그대로 입장을 유지한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