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인권이 밥 먹여 주나" 송재호 후보 발언 파문 확산

토론회 발언 큰 논란...시민단체 "망언 사과하고 후보 사퇴하라"
정의당 등 일제히 비판, "후보 자격 없다"...송재호 "저의 말실수"

2020-03-20     홍창빈.윤철수 기자
TV토론회

4.15총선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으로 출마하는 송재호 예비후보가 TV토론에서 행한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느냐"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송 예비후보는 지난 19일 JIBS 제주방송 주최로 열린 제주시 갑 선거구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돌출적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그의 돌출적 발언은 자신의 주도적 토론에서 나왔다. 그는 자신의 이번 총선 공약기조인 '도민주도 성장시대'와 연관한 여러 생각들을 애기하면서 정의당 고병수 후보에게 "생태환경도시 개념은 훌륭한데 돈 버는 것은 뭘 가지고 산업화 할 것인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고병수 후보는 "난개발을 주도한 것이 국제자유도시 정책입니다. 환경을 지키고, 평화의 섬, 인권이 살아나는 섬을 만들면서도.."라고 답변을 이어갔다. 그런데 송 후보는 "그건 좋은데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냐고 일단 묻는겁니다"라고 반문했다.
  
그의 이 발언은 고 후보의 '생태환경도시'의 개념에 대해 '돈 버는 것'으로 연결될 수 없다는 비판인 동시에, '평화와 인권'의 가치에 대한 폄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시민사회단체나 각 후보 진영이 발끈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0일 긴급 논평을 내고 "송재호 예비후보는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예비후보를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송 예비후보의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 주느냐'라는 발언은 유권자들을 경악하게 했다"면서 "고병수 후보가 국제자유도시 대안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부분이 아닌, 환경과 평화 인권을 이야기하자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투로 위와 같이 반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평화와 인권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부유하다하더라도 평화 없는 번영이 무슨 소용이며, 짐승 취급 받으며 배불리 먹는 것을 원하는 인간이 있는가"라며 "더구나 제주는 4.3의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조금씩 치유해나가고 있는데, 이런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 고민 없는 사람이 어떻게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설 수 있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송 예비후보는 돌이킬 수 없는 망언에 대해 제주도민에게 사과하고 예비후보를 사퇴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정의당 고병수 후보도 "송 예비후보는 도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면서 강력 규탄했다.

고 예비후보는 이날 논평에서 "인권을 중요시하는 현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고, 제주시 갑 선거구를 대표해 여당의 전략공천을 통해 후보로 나온 사람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매우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4·3의 아픔을 가진 제주의 국회의원을 가리는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충격적이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4·3 70주년 추념식에서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며 평화와 인권을 강조했는데 송 후보의 발언은 대통령의 의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후보는 여당의 후보 자격이 있는가. 제주의 대표자격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철학과 인식을 갖고 있는 후보를 보며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고 예비후보는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4.3특별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방증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 평화 인권 무시하는 송재호 후보는 도민 대표할 자격 없다"면서 "당장 도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무소속 박희수 예비후보도 긴급 논평을 내고 "송 후보의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냐는 발언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이 같은 인권의식을 가진 후보가 대한민국 국회 집권당 후보로 전략공천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온 국민이 놀랄 일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화와 인권은 세계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보편적 가치이며 모두가 추구하는 이념으로, 인권과 평화를 위해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한평생을 바치셨고, 평화의 섬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4·3 치유방안"이라고 강조한 후, "이번 발언은 민주당 지도부의 한심한 수준과 밀실야합이 빚어낸 참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어떻게 이 같은 의식을 가진 후보가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후보는 "평화와 인권을 조롱하는 발언, 이러한 인권의식을 가진 자가 총선에 나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같은 사고 인식을 가진 후보를 전략공천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는 물론 당사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시 을 선거구의 민중당 강은주 예비후보도 논평을 통해 "송 예비후보 발언은 정말 경악스럽고, 당혹스럽다"면서 "송 후보는 제주도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망언을 일삼은 것에 대해 진심어린 사죄와 예비후보를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만약,후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전략 공천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서 결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4.15총선이 친일분단적폐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인데, 더불어민주당이 송재호 예비후보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다면 적폐세력 청산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적폐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송 예비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저의 말실수로 본의 아니게 도민 여러분에게 불편함을 드렸다. 죄송하다"면서 사과입장을 밝혔다.

송 후보는 "고병수 후보께서는 국제자유도시를 대체하는 ‘생태환경도시’ 비전을 제시한 바 있는데, 환경과 평화인권을 엮어 답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저는 고 후보의 말을 빌려 되물으면서 말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 그리고 평화·인권을 어떻게 경제와 연결시킬 것인가를 물으려 했다"면서 "그런데 방법론을 묻는 ‘어떻게’를 빠트린 채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냐고 묻는 겁니다.'라고 말해버렸다"고 말했다.

송 후보는 "명백한 저의 잘못"이라며 "제주의 미래비전은 도민의 경제적 삶과도 연계되어야 하기에 그 전략과 방법을 듣고자 했던 것인데, 토론회라는 공간에서 조급한 마음에 말실수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뒤 문맥을 헤아려 이해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면서 "고병수 후보와 도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평화와 인권을 모토로 한 제72주기 제주4.3희생자추념일을 앞두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송 예비후보는 자신의 부친이 4.3당시 군.경 토벌대와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협력했던 우익단체인 '대동청년단' 지역책임자로 활동했던 것과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들도 피해자'라는 논리를 접목시키면서 대동청년단을 미화하는 듯한 입장을 발표해 논란의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지난 2014년 제주도지사 선거 당시에는 새누리당 소속인 원희룡 지사를 적극 지원한 후 민선 6기 도정 출범 후에는 원 지사의 핵심라인으로 행보를 하면서 지방정가에서는 소위 '송일교'로 회자된 바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후보자 정체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