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비상상황에 황당한 서귀포시, 정신 나갔나

'설 연휴 감시체제 강화' 발표, 사흘 지나 '기사 삭제' 요구...왜?
'제보다 젯밥'...이유는 상급기관 '홍보실적 밀어주기'?

2020-01-26     윤철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세째 환자가 발생하면서 국가적 비상체제 방역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 사흘째인 26일 서귀포시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비상근무 공직자들이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홍보자료를 돌연 철회하고,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기사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요청은 처음 서귀포시 공보부서를 통해 이뤄졌다. 이어 보도자료를 배포한 보건소 관계자들도 연이어 요청했다.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오히려 늘어나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상황임에도, 우한 폐렴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철회 요청을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것도 납득할만한 이유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 요구에 황당함은 더욱 컸다.
   
서귀포시 서부보건소에서 배포한 이 보도자료는 국내에서 콜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지역 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감시체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설 연휴기간에도 방역대책반을 구성해 24시간 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주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및 제주도 보건당국에서 수시로 발표하는 내용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나흘간 이어지는 설 연휴기간에도 감시체제를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즉, 설 연휴에는 쉬지 않고 비상적 근무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가 배포돼 보도된 후 사흘이 지난 26일, 서귀포시 공보부서는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해당 기사의 삭제를 요구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삭제를 해달라고 하면서 명확한 이유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당 보도자료에 대한 언론 보도 기사는 '부정적' 내용들이 아니었다. 대부분 '설 연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총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방지 감시체계 강화' 등 서귀포시 보건당국의 비상적 활동을 적극 알리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이는 설 명절 당일 제주도청 보건부서에서 바이러스 제주도 유입 차단을 위한 비상적 체제에 돌입한다는 발표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전국의 지자체가 이의 예방대책에 총력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서귀포시는 왜 이 보도 철회에 그토록 집착했던 것일까.

그것도 발표 직후 철회요청을 한 것도 아니고, 설 연휴기간 대책으로 발표된 사안에 대해 4일 연휴 사흘째 되는 날 철회를 요청한 이유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철회하더라도 이미 '실익'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비상근무자 중 공보부서 및 서부보건소는 이 문제로 시간을 허비했다. 보도 철회를 요청하기 위해 보건소의 경우 담당 팀장과 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논의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도 철회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서는 온종일 '횡설수설'이다. 공보부서의 첫 해명은 서부보건소의 상급기관 격인 '서귀포보건소'에 26일자로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가 배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부보건소 관계관들도 똑같은 이유를 들며 해당 기사의 삭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이유도 타당하지 않았다.

26일 서귀포보건소에서 발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대비 총력전 돌입' 제목의 보도자료는 전날 제주도청 보건부서에서 발표했던 내용과 같은 것이었다. 

서부보건소는 '설연휴 기간'의 예방활동에 포커스를 맞춘 것인 반면, 서귀포보건소는 향후 제주도 차원의 대책 중 서귀포시 부분만 살짝 곁들이고 있다.

또 서귀포보건소는 이미 지난 20일에도 설 연휴기간 감염병 집단발생에 대비해 24시간 비상방역대응체계를 운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부보건소의 이번 발표는 이 내용에 이은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서귀포보건소에서 대책을 발표하기 때문에 각 보건소에서 따로따로 발표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는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

설령 내용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긴박한 상황이 있을 때에는 전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대책을 홍보하고 주민들에게 예방수칙 준수 등을 당부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급기관이 뒤늦게 보도자료를 배포한다는 것을 이유로 해 하급 기관으로 하여금 사흘전 기사까지 삭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제보다 젯밥에 눈이 먼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뒤늦게 서귀포보건소측은 "우리가 상급기관이기는 하지만, 철회요청을 한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발뺌을 했다. 이어 서부보건소측은 "삭제 요청을 한 것이 아니라 수정 요청을 한 것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번 '황당 요구'의 진짜 이유는 뭘까. 곤혹스러워 하는 입장만 피력할 뿐 납득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서귀포시청 공직 내부에서는 '언론홍보 실적' 경쟁으로 빚어진 촌극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귀포시의 언론홍보 평가는 매 분기별로 공보실 주관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우한 폐렴 대응과 관련해서는 상급기관인 서귀포보건소로 몰아주기 위해 하급기관의 홍보 흔적을 지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위기관리 대책이 '전시성 행정'으로 전락한 민낯의 실상이 드러난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어쨌든 이런 일은 매우 황당하다.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설 연휴 사흘째의 비상근무 인력 중 일부분은 이 소동에 휩싸여 소중한 시간과 역량을 소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누구를 위한 언론홍보이고, 누구를 위한 공보인지 알 수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바이러스의 제주도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방역 대책 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해 감시 대응을 더욱 강화한다고 발표한 다음날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황당 요구' 소동.

이 소동이 일어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제주특별자치도 감찰팀이 연휴기간 발생한 이 소동에 대해 직접 나서 조사를 해볼 일이다.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어떻게 해명할까.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