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제2공항 고시 계획, 일단 중단돼야 한다

[데스크논단] 제주도의회 '제2공항 특위' 출범의미와 과제
갈등문제 해결 '마지막 기회'...국토부.제주도정 협조해야

2019-11-17     윤철수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전격 출범시킨 것은 도민사회 합의점 도출을 위해 직접 나서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출로 볼 수 있다. 

단순한 갈등 중재차원이 아니다. 도민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의 '최종 선택'에 이르는 과정의 절차를 도의회가 직접 진행한다는 것이다. 

매우 파격적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도민의견을 집약해 선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엄밀히 말하면 행정, 즉 제주도정 본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도정에서 해야 할 일임에도 도의회가 직접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제2공항 갈등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제주도정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도의회 내에 만연해 있는 불신 내지 회의론의 정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그랬다. 제2공항 문제만큼은 제주도정은 실망 그 자체였다. 제주사회가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고, 혼란의 연속인데도, 지난 4년 여간 중재력은 커녕, 사회적 합의 노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제주도당국은 그동안 제2공항 의견수렴 수없이 받았고 충분히 소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산읍에 사무소를 설치해 주민소통을 했고, 최근 국토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공람 기간운영에 이르기까지 도민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도민의 30년 숙원"이라고 했다. "제2공항 필요성은 공론화 과정 속에서 이미 확인됐다"고도 했다.

또 '4년여의 시간'을 얘기한다. 4년 여동안 대화하고 의견수렴을 받았는데, 이제와서 또다시 공론화 절차를 하자는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이번에 제주도의회의 '공론화 요구'를 거부한 것도 바로 이 논리였다.  

그러나 이는 어불성설이자 엄연한 사실왜곡이다.

먼저,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도민의 30년 숙원'이라는 말부터가 잘못됐다. 예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은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었고, 도민사회 논의를 통해 그 대안을 찾아가자는 것이었지, 현재의 '제2공항' 논란상황과는 별개이다.

지금의 성산읍 제2공항은 2015년 11월, 국토부와 제주도정 합작의 '깜짝쇼'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당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용역'은 단일 후보지 결정이 아니라, 현 공항 확충으로 갈 것인지, 제2공항 건설로 갈 것인지, 신공항 건설로 갈 것인지 등에 대한 '대안 검토'를 목적으로 한 용역이었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부동산 투기 우려'라는 이유를 들며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쳤고,  '제2공항 건설'을 확정함과 동시에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확정해 발표하는 독단을 서슴치 않았다. 명백한 절차적 민주성 훼손이다. 
 
잘못 꿰어진 이 첫 단추로 인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논의는 일순간에 엉망이 됐고,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만약,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프라 확충 대안으로 '제2공항'이 결정됐다는 것을 먼저 발표했다면 어떠했을까. 후보지를 공개함 속에서 주민의견을 수렴받으며 투명하게 후보지 평가를 진행했더라면 어쩌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오지는 않았을런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러한 '실책'은 숨기고, '30년 숙원' 운운하는 것은 다분히 기만적이다.

4년 여간 의견수렴을 해왔고, 제2공항 필요성은 공론화 과정 속에서 이미 확인됐다는 주장도 기각 막힐 따름이다. 

절차적 민주성 훼손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며,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의견수렴을 수없이 했다고 하지만, '제2공항 건설'을 전제로 한 의견수렴이 아니었던가. 

이미 결론은 '제2공항 건설'로 정해놓고, 듣고 싶은 의견만 실컷 들었다. 항간에 회자되는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의미의 '답정너' 태도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

그러면서도 이미 충분한 의견수렴을 했다며 공론화를 거부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각계각층, 학계에서까지 나서 공론화를 촉구했지만 원 지사의 응답은 언제나 '불가'였다. 제주도의회 의장이 촉구해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의회가 지난 9월 임시회에서 '시민사회 공론화 촉구 1만인 청원'을 가결하며  제주도지사로 하여금 공론화 추진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원 지사는 이 역시 거부했다. 

이번 제주도의회의 공론화 특위 구성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위 구성 결의안 처리과정에서 일부 이견이 표출되기는 했으나, 도의회가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지금의 제2공항 갈등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특위 역할은 △제2공항 건설에 따른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종합적 검토 및 계획 수립 △제2공항 추진 관련 갈등해소 방안 마련 △제2공항 건설 추진 관련, 도민의견 수렴 결과에 대한 '결의안 채택' 등 크게 3가지로 제시됐다.

최초 발의안과 비교해볼 때, '공론화'라는 직접적 표현 대신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의견 수렴'으로 수정됐으나, 사실상 '도민공론화'를 추진하기 위한 특위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시민사회 1만2000여명의 도민공론화 촉구 청원을 가결시킨데 이은 후속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갈등해소 방안에 대한 구체적 방법, 즉 공론조사, 주민투표, 여론조사 등은 향후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도의회가 특위 구성을 통해 제2공항 갈등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고, 기대가 크다. 제2공항 갈등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번 특위 활동기간 '6개월'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이다. 이 기간에 도민들의 의견을 집약시키고, 제2공항 수용여부에 대해 도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정부에 그 뜻을 전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당시 밝혔던 '절차적 투명성' 약속을 이행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국토부와 제주도정이 할 일은 명확하다. 지난 15일 첫 출범 회의를 가진 도의회 특위가 공식적으로 요구한대로, 국토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는 당연히 연기돼야 한다. 

일단, 특위의 활동기간인 6개월간은 제2공항 관련 절차를 전면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추진하더라도, 그 이후에 결과에 따라 추진함이 옳다.

제주도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도의회 결정을 존중하고, 특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 외에 달리 방안이 없다. 현실을 거스르는 것은 더 큰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이제 공은 도의회로 넘어갔다. 복잡하게 얽힌 제2공항 갈등문제, 그 해결사 역할을 도의회에 맡겨보는 것, 어쩌면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현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이다. 국토부와 제주도정의 결단을 기대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