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오늘]<30>추억의 '7080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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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30>추억의 '7080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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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늦은 밤 아무 것도 한 것도 없이 몸이 피곤하여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열대야로 인해 땀으로 범벅이 되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다.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일어나 앉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다.

늦은 밤이라 밖으로 나가기도 그렇고 또다시 샤워실로 직행! 샤워를 마치고 나니 잠이 싹 달아나 잠깐 텔레비전이나 볼까 하고 켜는 순간 반가운 음악소리가 내 귀를 자극시킨다.

‘영아~ 나는 왜 어느새 나는 왜 어느새 기다려진다고 꿈에~~~’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 어릴 적 잘 나가던 김만수라는 가수의 노래다.

텔레비전에서는 ‘7080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언젠가 친구에게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듣긴 했었지만 다음에 한 번 봐야지 하고 생각만 했었지 본 적은 없었다.

너무 반갑고 오랜만에 듣는 노래라 나는 리모콘을 들고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마침 부엌에 물을 마시러 내 옆을 지나시던 아버지께서 “그렇게 서 있지 말고 편안히 앉아서 보지 그러냐?” 하셔야 소파에 편안히 자리 잡고 앉아 시청하기 시작했다.

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소녀시대’, ‘2PM’등등 요즘 말로 흔히 ‘아이돌’이라 하는 어린 소녀들의 걸그룹, 또는 어린 남자애들로 구성된 그룹 등이 거의 모든 채널을 장악해 어디 하나 우리 세대나 우리 윗세대가 공감할 만한 프로가 없었는데 ‘7080콘서트’야말로 옛 추억을 되살리고 공감할 수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요즘엔 옛 히트곡을 요새 가수들이 리메이크하여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가창력은 있지만 예전에 들었던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7080콘서트’에서는 당시 ‘송골매’라는 그룹으로 유명했던 배철수의 진행에 7,80년대를 주름잡던 가수들이 직접 나와서 자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계속되는 김만수의 당시 히트했던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 노래를 듣고 있자니 내 머리 속엔 이 노래들이 유행하던 70년대 후반 내 어릴 적 추억이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밤잠 설치는 ‘열대야’라는 그런 더위는 없었다. 그저 해가 지면 지금처럼 목욕탕 시설이 거의 없던 때라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등목이나 하고 나면 그다지 덥다고 느끼지는 않았고 좀 산다는 집 정도는 그나마 선풍기 하나에도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잠이 안 올라 치면 동네 어귀에 친구들이며 형, 누나들 모두 삼삼오오 모여 당시 유행하던 유행가를 부르거나 만화주제가, 학교에서 배운 동요들을 부르곤 했었다.

1970년대 후반 당시 나이 차이가 꽤 되는 내 친구의 형이 생각난다.

지금 내 기억으로는 기타를 정말 잘 쳤었던 걸로 안다.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을 때 친구 형의 방이 따로 있었는데 살짝 들여다보면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마음에 그 형이 너무 멋있었고 마치 우리들의 우상이 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형은 가끔 초저녁이면 우리 친구들이며 동네 애들을 자기 집 옥상에 불러 앞에 앉혀놓고 자신은 의자에 앉아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거나 우리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내가 그 형으로부터 처음 배웠던 노래가 바로 ‘김만수의 영아’였다. 노래를 배우고 나서 한 사람씩 그 형 기타반주에 맞춰 한 소절씩 부르는데 나는 장애로 인해 노래를 따라하다가 목청이 안 올라가면 같이 불러주며 다정하게 대해주곤 했었다.

그 친구 가족이 아주 오래전 이사를 가서 지금은 연락도 안 되고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7080콘서트를 보고 있노라니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던 그 형의 모습이 선하다.<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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