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매취사업 '희망의 싹', 버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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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매취사업 '희망의 싹', 버려야 하나
  • 지병오 독자권익위원장 zivago@kbs.co.kr
  • 승인 2010.11.2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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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오의 미디어칼럼] 양배추 매취사업, '현실의 안타까움'

작년 이맘 때, 전국적인 화제와 관심 속에 제주 한림농협의 양배추 매취사업이 성공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많은 이들은 이 양배추 매취사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도 컸다.

그러나 이 양배추매취사업은 온 도민, 그리고 전국적인 큰 호응을 얻으며 대성공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양배추 매취사업의 성공적 마무리는 한림농협의 ‘결심’과 이를 지지하는 온 도민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일궈낸 값진 결실이었다.

또한 제주한림농협의 양배추매취사업의 성공적 평가는 경제사업분리에 가능성을 확인하고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농협의 설립 목적대로 농민조합원을 위한 농협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일이라 할 수 있다.

시골 농협조합장의 모험이 “제주양배추를 살렸다”는 한 지역언론의 기사는 전국에 농민농협에 알려졌고 생산비도 못건져 애써 가꾸어온 농작물을 갈아엎던 농민들에겐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한 쾌거였다.

양배추의 주산지인 제주 한림농협 신인준 조합장은 35년간 농사지은 농사꾼 출신의 농협조합장으로, 누구보다 농민을 알고 농협이 해야 할 일을 뼈져리게 느껴온 농사꾼이기에 자칫 크나큰 손실의 위험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용기있는 모험’을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농민이 살아야 농협존재가치가 있고 실패하면 조합장사퇴는 물론 전 재산을 사업실패 배상금으로 내놓겠다“는 배수진까지 치면서 조합이사회를 설득시켰고, 이사회의 만장일치결의를 이끌어 내면서 양배추매취사업을 감행했다.

그러나, 마무리는 좋지 못했다. 신 조합장의 용기있는 행동에 걸맞지 않게 마무리는 이익금을 갖고 임직원과 조합원 상여금으로 나눠갖기를 하려 했다는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뒤늦게나마 임직원에게 지급되었던 상여금은 반납하였지만, 충분히 구설수에 오를 일이었다.

더욱이 최근 신 조합장이 매취사업비 집행과정의 문제 때문에 사법당국에 불구속 기소가 돼 법정에 서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까지 일궈 온 값진 결실이 불명예로 추락하고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다같이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비록 ‘돈잔치’라는 오명과 불명예까지 이어지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그 매취사업의 성과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해있다. 비록 한림농협의 사업 마무리과정에서 도민 정서에 맞지 않은 불명예스러운 일이 있었다고는

▲ 지병오 헤드라인제주 독자권익위원장
하나, 제주 1차산업이 처한 현실에서 양배추매취사업의 성과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루어져야 한다.

마냥 뒷마무리가 좋지 못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하루빨리 잊고 싶은 일로 치부된다면 ‘양배추 매취사업의 성과’는 머지않아 창고 속 한 기록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행정기관이든 어느 단체이든, 양배추 사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는 정확히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 성과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1차산업 정책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즉, 법률적 혹은 도의적 잘못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사업의 성과마저 사라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배추 매취사업에서 보여준 가능성은 '희망의 싹'이었음이 분명하다.

<지병오 상임논설위원 겸 독자권익위원장 / 헤드라인제주>

*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지병오 상임논설위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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