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오늘]<19>오랫만의 재래시장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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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19>오랫만의 재래시장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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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얼굴이나 보고 갈까 하고 친구네 집에 들렀다.
이른 아침인데도 친구는 나를 반기면서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다.

괜히 왔나 싶어 “뭔 일 있니? 밖에 나온 김에 얼굴 한번 보고 갈려고 들렀는데, 나 갈게.”하고 돌아서는데 “아니 뭐 별일은 없고 그냥 오일장 날이라 구경 삼아 장에 갈려고, 약속 없으면 같이 가자.”하는 말에 친구랑 둘이서 친구차로 오일장으로 향했다.

“한가하게 오후에 가지, 왜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니?” 하고 묻자 “오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서 이것저것 구경하기가 힘들잖아! 한가하게 구경하면서 필요한 것도 있으면 살려고.” 그렇게 얘기를 주고 받다보니 어느새 오일장에 다다랐다.

제주는 관광도시답게 다양한 상업시설이 즐비하여 대형할인마트가 성업 중이고, 동문시장과 같은 재래시장이 성업 중에도 불구하고 2와 7이 들어가는 날짜에 정기적으로 제주시오일장이 열린다. 즉 예전과 같이 5일 간격으로 2일, 7일, 12일, 17일, 22일 그리고 27일에 재래장이 열리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재래시장과 상인의 보호를 도모하고 관광산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오일장이다. 장터가 그냥 있는 게 아니고 나름대로 규모와 시설을 갖춘 장소에 매월 정해진 날에만 열리는 재래시장이다. 예전처럼 등짐, 봇짐장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주 전역을 도는 장꾼이 있고, 그리고 장터의 왁자함과 소란스러움 그리고 생생한 삶의 얼굴과 표정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잘 만들어지고 가꾸어진 관광지를 둘러보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혹여 여행날짜에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 있다면 한 번쯤 찾아가 제주의 시장문화를 엿보고, 제주도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우리 예전의 장터의 분위기를 느껴봄은 또 하나의 쏠쏠한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지방의 특색을 알려면 시장을 가보면 안다고 한다.

제주 재래시장은 어느 지방에 비유할 수 없을 정도로 제주도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의 전통적인 재래시장이다.

우리는 장터 가까운 쪽으로 차를 주차하고는 어디서부터 둘러볼까 하는데 친구는 이미 장에 오기 전에 마치 계획이라도 짜 놓은 듯 동물장터 부터 가잔다.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동물들을 바라보며 웃고 난리다. 철망으로 둘러쌓인 우리 안에서는 각양각색의 강아지며 고양이, 오리, 닭 등이 온갖 재롱에다 갖가지 포즈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다음은 옷이 진열된 곳으로 이동하여 여기저기 둘러보고 친구는 집에서 편안히 입을 수 있는 옷 몇 가지 사고 다시 여기 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옹기류, 한약재, 화훼, 곡물, 야채, 과일, 신발, 의류 잡화 등 정확하게 포장된 상품에 기계적인 판매가 이루어지는 현대식 마트가 아닌, 적당히 계량하고 에누리가 통하고 덤이 있어 파는 아주머니와 사는 아주머니 간의 가격 흥정이 한창이었다. 이래서 재래시장은 마트와는 달리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어느덧 시장기가 들 무렵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우리의 콧속을 자극하며 우리를 유혹했다.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곳으로 들어서자 식당 밖에서는 서로가 서비스를 많이 주겠다며 자기네 식당으로 들어오라고 막 잡아끄는 것이다.

재래시장의 감초인 먹거리 식당. 튀김, 순대, 족발, 떡볶이 등 간식류도 많아 시장 구경에 이곳저곳 발품 파느라 꺼진 배를 채우기도 좋다.

더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을 보니 식욕이 당겨서 얼른 친구와 같이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식당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기저지 음식 나르느라 분주하신 아주머니와 주방에서는 주문한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신 두 명의 아줌마 그야말로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국밥이 나오기 전에 우선 순대와 간, 모듬 안주와 함께 해물파전을 시키고 시원한 막걸리를 한 모금 들이키니까 뱃속이 시원해지면서 쌓였던 피로가 말끔하게 풀리는 것 같았다. 막걸리 한 병이 거의 비울 즈음 뚝배기 그릇에 넘치도록 가득하게 담긴 따뜻한 국밥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워낙 배가 고팠던 터라 친구와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먹는데만 열중했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는 “총각들,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허여. 더 줄테니까 하영 먹어.”하며 파전 한 접시를 더 갖다 주시는 거다. 우리는 배가 불렀지만 생각해서 더 갖다 주신 거라 남기기 미안해서 다 먹고 나왔다. 큰돈 없이도 저렴하게 배불리 양껏 먹을 수 있었다.

시장구경에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오늘 하루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친구랑 주차한 곳으로 갔는데 조금 전만해도 텅 비었던 주차장이 어느새 가득 차 있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열릴 때는 사람도 많고 차가 더욱 많으니 차량을 아니 가져가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도심 속에서 차량 매연과 갑갑한 일상 속에 얽매이다 재래시장을 찾아 모처럼 사람 사는 활기를 찾은 것 같다.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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