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민센터 "지속적 인계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알고보니 지하창고에
감사위 "감사자료 제출 부실, 감사 방해"...징계 요구...동주민센터 '기관경고'
제주시 모 동주민센터 회계담당 공무원이 인사 발령이 나자 각종 회계관련 자료를 자신만 아는 지하창고에 숨겨두고 인계 요구에 불응해 온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동주민센터의 공직기강 해이는 물론 회계 관련 업무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는 지난 3월 4일부터 5월27일까지 제주도내 주민센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재무감사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감사 대상은 제주시 오라동.이호동.외도동.도두동.용담1동.용담2동.아라동, 서귀포시 천지동.대륜동.대천동. 중앙동 등 11개 주민센터다.
감사 결과 총 54건의 부적정한 업무사례가 확인된 가운데, 이 중 첫 지적사항으로 '감사자료 불성실 제출' 및 '감사 방해'라는 내용이 이례적으로 적시돼 눈길을 끌었다.
제주시 지역 모 동주민센터의 회계서류 관리 부실 문제다.
감사위에 따르면, 해당 주민센터 회계담당 ㄱ씨는 지난 해 7월 하반기 정기인사 때 다른 동으로 발령이 나자, 지출증빙서류를 인계하지 않고 본인만 아는 곳에 놔둔 후 감사위원회 감사 시작일인 올해 3월 초까지 서류인계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결과 해당 동주민센터에서는 ㄱ씨에게 감사 기간 전에 지출증빙서류 인계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ㄱ씨에게 서류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자체적으로 서류를 정리하겟다고 했는데도, ㄱ씨는 본인이 직접 하겠다며 보관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의 감사과정에서 ㄱ씨는 뒤늦게 서류를 청사 내 지하창고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이번 ㄱ씨의 인계 불응 문제는 감사가 시작될 즈음 해당 동주민센터에서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한 것이 발단이 되어 속속 드러났다.
감사위는 해당 주민센터에 감사일정을 통보하며 감사 대상 기간의 지출 증거서류는 지출 건마다 공사・용역 등의 발주․계약․착공․준공․대금지급 관련 서류 등 원본이 함께 편철해 비치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해당 주민센터는 계약 및 회계서류를 일부 누락한채 감사에 응하면서 '불성실' 논란을 자초했다.
이 과정에서 ㄱ씨의 인계 불응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주민센터는 감사에서 "지난해 인사발령 이후 전화, 메신저 등의 방법으로 수차례 지출증빙서류 인계를 요구했으나 ㄱ씨는 알겠다고만 하면서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ㄱ에게 서류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지출증빙서류를 정리하겠다고 했는데도 본인이 직접 하겠다며 보관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업무인계가 되지 않자 지난해 12월 동주민센터 주민자치팀 직원 모두가 서류를 편철하기 위해 주말에 출근했고, 두 시간가량 지출증빙서류를 찾아봤으나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감사위의 조사가 시작된 후에야 ㄱ씨는 서류를 지하창고에 보관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 처리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왜 서류 인계에 불응했던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대한 ㄱ씨의 정확한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감사위는 ㄱ씨의 행위를 '감사서류 은닉' 및 '감사 방해'로 규정하며 제주시에 ㄱ씨를 신분상 문책(경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경징계라 하더라도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에 따라 감경할 수 없음도 적시했다.
감사자료가 일부 누락된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불성실하게 제출하는 등 수감 준비를 소홀히 한 다른 공무원 1명에 대해서는 훈계 조치하도록 했다. 해당 동주민센터에서는 엄중 경고(기관경고) 하도록 했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는 각종 시설공사 등을 준공한 후에 시설물 등에 대한 유지관리 업무를 하면서 정기하자검사 및 최종하자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세출예산 집행을 위해 법인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연 1회 이상 신용카드 포인트 내역을 확인해 세입조치해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도 지적됐다.
장수수당, 저소득 노인 이․미용료 및 목욕료, 중증장애인교통비 지원 업무를 하면서 지급 중지일이 속하는 달까지 지급해야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 문제도 지적됐다.
이 밖에 직원 복무 관리 부적정, 공유재산 공제료 부과․징수 업무 소홀, 보행매트 설치를 부적정하게 한 문제 등도 드러났다.
감사위는 관련규정에 어긋나게 포상휴가나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한 직원에 대하여 연가보상비를 회수하도록 하는 한편, 행정재산을 사용허가하는 경우 공제료 등을 사용자에게 부과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