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길천 작가와 고동우 작가의 2인전 '鳥(조)'가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포지션 민 제주(제주시 관덕로6길 17 2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부터 철새를 주제로 작업한 고길천 작가의 판화 11점과 드로잉 1점, 2020년부터 새를 그려온 고동우 작가의 회화 21점을 소개한다.
고길천 작가는 제주도 전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까마귀에서부터 가마우지, 왜가리, 검둥오리, 알락오리,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등의 철새를 작품에 담아왔다.
'앞 못 보는 새' 연작은 철새가 인간 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고발하기 위해서 시작한 작업이다. 인간의 행위가 철새의 서식지까지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서식지를 파괴함으로써 철새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많은 철새가 물 위에 떠다니는 비닐을 해초로 착각하고 먹거나, 말을 주기 위해 잘라놓은 당근을 먹고 질식사한다. 농약을 먹고 죽기도 한다.
고 작가의 판화 속 철새의 종류는 판화 아래 붙어있는 깃털에 따라 달라진다. 하도리, 오조리 등 철새 도래지나 습지에서 주워 온 깃털의 주인을 판에 새겨 찍는다. 판화의 특성상 한 판에 여러 장을 찍을 수 있지만, 깃털의 수만큼만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한 달에도 몇 번씩 깃털을 줍기 위해 철새가 있는 곳을 찾았다. 깃털은 철새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또한, 깃털에 감긴 색실은 원시적 생명력을 전달한다. 고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철새를 재현한 작품도, 철새를 기록한 작품도 아닌 철새를 지키기 위한 실천이다.
초등학교 때 새에 관심이 많았던 고동우 작가는 고길천이 선물로 준 새를 담은 두꺼운 사진집을 계기로 새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진집의 새를 거의 매일 스케치해서 모든 새를 두 번씩은 그렸다. 이후 숲속, 바다와 같은 자연이나 식당과 같은 일상의 장소에서 만나는 새들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숲으로, 바다로 나갔는데 새를 만나지 못하면 인터넷에서 새의 이미지를 찾아 그리기도 한다.
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관찰하고, 새가 놓인 주변을 살피면서 고동우는 새가 지금 어떤 어려움에 부닥쳤는지도 깨달았다. 베어지는 나무, 사라지는 숲으로 인해 새들은 집과 먹이를 잃어가고 있으며, 사람들이 버린 넘쳐나는 쓰레기를 먹이 대신 먹는다. 이러한 현실을 직접 목격한 뒤 그는 '쓰레기를 삼킨 새'(2021)을 그렸다. 자신의 그림을 보며 다른 사람들도 환경 문제를 고민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는 아름다운 자연을 소비만 하지 말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한다.
고길천 작가와 고동우 작가가 그린 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고길천 작가가 주로 무채색이고 사실적이며 철새를 중심으로 한다면, 고동우 작가는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고, 새의 형태를 의도에 따라 크게 변형을 주며, 다양한 종류의 새를 그린다.
그러나 두 작가 모두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같다. 두 작가의 작품은 현재와 같은 기후 위기가 지속되고, 인간의 욕심으로 새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면 많은 종류의 새가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또한, 새가 머무는 땅을 더 이상 인간이 욕심내지 말고 지켜주자는 호소이다.
관람 시간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휴관일은 월요일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