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 과일'로 자리잡은 제주 감귤이 올해부터는 소비자들의 선호 패턴에 한 발 더 다가선다. 생산관리 및 유통체계를 크기 보다는 '맛' 중심으로 전환해, 소비자들에게 엄선된 고품질 감귤을 선보인다.

3년 연속 1조원대의 사상 최고의 조수입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 감귤산업이 올해산 노지감귤 출하를 기점으로 '맛'으로 승부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맛 중심의 소비패턴 변화에 맞춰 상품 품질기준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10월 2일자로 공포,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올해산 노지감귤 출하부터 본격 적용되는 이번 개정 조례와 시행규칙은 감귤의 상품 품질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출하 및 유통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맛(당도)'은 상향시키고, 크기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고, 착색도 기준은 폐지했다. 

◆ 개정된 감귤 조례 주요 내용은?

지난 13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43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제주감귤 조례 개정안은 감귤 생산 및 유통 관리체계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 및 소비환경 변화에 맞춰 현행 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점 내지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는 취지다.

개정된 주요 내용은 △'비상품감귤' 용어의 변경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센터 및 수급관리운영위원회 정의 신설 △신규 조성 감귤원 지원 제한기준 완화 △감귤선과장의 품질검사원 인원 확대 △위반 선과장 및 유통 위반자에 대한 제재 강화 등으로 제시된다.

△ '비상품감귤' → '상품외감귤'로 변경

우선 유통 단속 과정에서 늘상적으로 쓰여온 '비상품감귤'이란 용어는 사라진다. 당초 제2조 '정의'에서는 "비상품감귤이란 감귤의 상품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감귤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비상품감귤'이란 용어를 '상품외감귤'로 변경했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소지가 큼에 따라 용어를 순화시킨 것이다.

△ 연 2회 위반하면 '등록 취소'...과태료 최소금액 200만→500만원

상품외감귤 유통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특히 상품외감귤을 유통시키다 적발된 선과장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연 3회 위반할 경우 등록 취소 처분을 했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연 2회 위반 또는 과태료 1000만원 이상이 부과된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외감귤 유통행위를 2회 적발도더라도 바로 등록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귤유통 위반 시 부과되는 과태료의 최소 금액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 위반선과장 품질검사원 위촉 제한기간 '6개월→2년' 강화

이전 '6개월'로 명시돼 있던 유통 위반 선과장에 대한 품질검사원 위촉 제한 기간도 '2년'으로 강화됐다. 

유통기준 위반으로 품질검사원이 모두 해촉된 감귤선과장이 품질검사원을 재위촉 할 수 있는 기간(위촉 제한기간)도 이전에는 '6개월'이었으나. 앞으로는 '2년'으로 확대된다. 이는 책무를 다하지 않은 감귤선과장에 대한 제재를 엄격하게 가져 나갔다는 의미다. 

이 밖에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센터 및 수급관리 운영위원회 관련 사항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현행 감귤출하연합회의 기능은 수급관리센터 및 수급관리 운영위원회로 조정된다. 

신규 조성 감귤원에 대한 지원 제한기간은 이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됐다. 

감귤선과장의 품질검사원 인원은 이전 2명에서 대표자 포함 3명으로 확대했다. 품질검사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이듬해 품질검사원 대상자로 신고할 경우 당해 연도에 한정해 정기교육을 면제한다. 품질검사원의 의무교육이 매년 이수하도록 돼 있었으나, 위촉된 사람이 다음 해에도 계속 품질검사원을 신청할 경우 교육을 1회 면제한다는 것이다.

제8조 '부재지주에 대한 조치' 관련 규정은 이번에 삭제됐다. 실질적으로 거주 또는 자경을 하지 않는 감귤원 소유주에게 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하거나 무리한 사항이라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 개정된 시행규칙 주요 내용은?

감귤조례와 함께 시행규칙도 개정돼 동시에 시행된다. 시행 규칙은 상품 감귤 및 만감류에 대한 기준을 '맛'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이다. 

△ 극조생 감귤 당도, 27년만에 '8브릭스→ 8.5브릭스' 상향

우선 극조생 온주밀감의 상품 당도 기준이 8브릭스(Brix) 이상에서 8.5브릭스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극조생 노지감귤 출하 당도 기준은 1997년 감귤 조례 시행규칙이 제정된 후 27년만에 조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본격 출하되는 극조생 감귤에서 출하 전 품질검사 요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품종의 당도는 이전과 동일하다. 시설 온주밀감의 당도는 10브릭스 이상, 조생 및 보통 온주밀감의 당도는 9브릭스 이상이어야 한다. 

과일의 크기도 이전과 동일하다. 온주밀감의 상품 규격은 과실 크기가 횡경 49mm 이상 70mm 이하 또는 감귤 1과의 무게가 53그램 이상 135그램 이하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기존 감귤 상품 규격에서 벗어나더라도 당도가 10브릭스이상인 온주밀감은 감귤출하연합회와 협의해 도지사가 상품으로 고시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수급관리운영위원회와 협의하도록 했다. 당도 기준만 부합하면 연합회 의결을 거쳐 45mm까지 작은 규격의 감귤도 출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깨 '착색도 50퍼센트 기준'은 폐지됐다. 이전에는 착색도 50퍼센트 미만이면 덜 익은 감귤, 즉 '상품외감귤'로 평가했으나 앞으로는 푸른색이 돌더라도 맛 중심으로 상품 기준 평가를 가져나가게 된다. 

△ 만감류 '카라향' 추가...개당 150g 이상 무게 기준 폐지

만감류의 상품 기준도 개정됐다.

우선 만감류 상품기준의 품종을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등 이전 4종에 '카라향'을 추가해 총 5종으로 확대했다.
 
이어 개당 150g 이상 돼야 한다는 무게 기준을 삭제하고, 당.산도의 기준을 통일했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카라향의 상품 기준은 당도 11.5브릭스 이상, 산함량 1.1퍼센트 이하로 제시했다. 다만, 황금향은 당도 10.0브릭스 이상, 산함량 1.0퍼센트 이하로 했다. 
 
만감류의 상품 품질기준은 제주도 내 품종별 전체 재배면적이 100ha 이상 재배되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했다. 현재 제주지역 만감류 재배면적은 총 4172ha에 달한다. 품종별로는 한라봉 1525ha, 천혜향 957ha, 레드향 906ha, 황금향 391ha, 카라향 126ha 등이다. 이외 청견 등 13종이 267ha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만감류 품질기준은 이번에 추가된 카라향을 포함해 5종에서 적용된다.

◆ 제주도 "소비시장, 안전하고 맛있는 감귤 선택 폭 넓어질 것"

김상엽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유통과장은 이번 새로운 유통기준의 특징에 대해, "이번 조례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최근 기후변화로 감귤 비대기·성숙기 폭염 및 열대야로 착색이 잘 안되고 있고, 착색은 덜 되나 당도가 높은 품종으로 일부 전환중임에 따라 현장의견 수렴해 마련한 것"이라며 "특히 원활한 감귤 유통을 위해 착색도 50퍼센트 기준을 삭제해 착색은 덜 되었으나 당도 기준에 맞으면 출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면 착색은 덜 되었으나 당도가 높은 초록빛 감귤 유통으로 생산지에서 화학약품을 이용한 강제착색 행위가 근절되고, 소비시장에서는 안전하고 맛있는 감귤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농가는 다양한 품종 선택 재배로 출하조절 등 감귤 수급정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만감류의 경우 설 명절 시에는 선물용으로 대과를, 평상시에는 중소과를 선호함에 따라 무게기준 삭제로 소비시장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선택권을 보장받고, 농가에서는 고품질 만감류 유통으로 농가소득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례 및 시행규칙이 본격 시행과 맞물린 후속 조치도 대대적으로 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 과장은 "착색은 덜 되었으나 당도가 높은 극조생 초록빛 감귤의 조기 시장 정착을 위해 사단법인 제주감귤연합회, 농·감협 등과 함께 온·오프라인 매체, 대형마트, 도매시장 등 대량 수요처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를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9월 초기 출하는 극조생 유라계통(착색은 덜되나 당도가 높은 품종)을 10월 중순부터는 극조생 일반감귤(일남1호 등), 11월 초부터는 일반 조생감귤(궁천 등) 순으로 적기 수확 및 분산 출하로 감귤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도록 수급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산 감귤은 기상이변과 과일시장의 다변화, 소비위축까지 다양한 위기 속에서도 고품질감귤 생산을 위한 농가와 행정이 노력 등으로 조수입은 역대 최고치인 1조 3248억원을 기록했다"며 "올해도 계속되는 폭염 및 열대야로 열과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맛있는 감귤 생산을 위한 농가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며서, "감귤농가에서는 완숙된 감귤을 선별 적기 수확 및 출하해 주시고 상품외감귤은 과수원 내에서 자체 처리하여 유통되지 않도록 당부드린다"면서 "아울러 소비자들께서는  농가가 땀흘려 생산한 맛있는 초록빛 고품질감귤소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