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연 관광지 현장탐방 진행...'무장애 관광' 사회적 과제 모색
주말인 21일, '무장애 사회'를 향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아름다운 동행 14년차 발걸음이 이어졌다. 14년째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제주 공직자들과 장애인 가족들은 이날 가을 기행에 함께 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겼다.
<헤드라인제주>와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태권), NH농협은행 제주특별자치도청지점(지점장 고형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노동조합(위원장 서주환)이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한태만)가 공동주관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24 아름다운 동행-열 사람의 한걸음'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아름다운 동행'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권익 옹호, 그리고 소통을 통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목적으로 2011년부터 매해 상.하반기 2회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차이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동행팀의 탐방행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걸으며 장애인 이동권 제약 등의 현실적 문제를 공유하고, 사회적 벽을 허물기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데 의의가 있다.
지난해 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증진의 날'(매년 4월10일)이 지정된 후 두번째 시행되는 행사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이날 참가한 공직자들과 JDC 및 농협, 장애인 가족들은 가을 나들이를 함께 하며 관광체험을 통해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무장애 관광' 실현 등을 위한 사회적 개선과제를 모색했다.
이번 기행지는 제주시 번영로에 위치한 관광지(공연장)인 '제주스카이워터쇼'.
아슬아슬한 묘기부터 시원한 다이빙까지 선보이는 이곳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사설 관광지이다. 대형 분수쇼, 화려한 공중 퍼포먼스 등 다이빙쇼와 서커스가 결합한 공연을 선보였다.
비장애인들은 마음만 먹으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혼자서는 쉽지 않은 이동 동선이다. 그럼에도 동행팀이 함께 하면서 관람은 원만하게 이뤄졌다.
동행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공연장에 입장하고, 객석으로 이동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소홀히 할 수 있는 의미있는 동선이었다.
동행팀은 이날 일정 진행을 통해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는 요소는 무엇인지 함께 공유하며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공연장 구성이나 공연 관람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휠체어 관람석이 별도로 설치되지 않은데다, 공연장으로 이어지는 동선 라인의 경사도가 있어 휠체어 진입이 쉽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성 장애인 참여자 사이에서는 건물 외벽 라인에 설치돼 있는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남녀 구분이 되지 않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장애인 참여자 송요한씨는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좋았다"며 "비가 왔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어울리면서 스카이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보기 어려운 쇼를 볼 수 있었다"면서 "비가 오는데도 고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참가자 강경준씨는 "장애인들은 버스나 택시를 탑승할 때도 매우 불편한데, 운전기사들이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교통약자가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대해서는 자동문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정대시 JDC노조 사무총장은 "처음으로 참석하게 됐는데,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다"며 "다음에는 더 많은 조합원들과 함께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총괄 진행한 원성심 헤드라인제주 편집이사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한 이 만남이 해를 거듭하면서, 가로막혀 있었던 '벽'들이 하나둘씩 허물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보람을 갖게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차이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이 동행이 수년째 이어져 오면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권익 옹호, 그리고 비장애인과 장애인간의 소통을 통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해본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아침 제주시민복지타운에서 이뤄진 동행팀 출발 행사에서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기자는 인사말을 통해 "장애인 동행행사가 어느덧 14년째, 횟수로는 28회째를 맞고 있다"면서 14년차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그리고 함께 참여하고 있는 NH농협 제주도청지점과 JDC노조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오늘 관광체험을 하면서 여러분들이 느끼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만족도가 곧 장애인 차별철폐의 진척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며 "여전히 혼자서는 힘들고 제약요소도 적지 않은 상황으로,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오태권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어느덧 여러분들과 하나가 되어 걸으며 아름다운 동행을 해온 지 올해로 14년째이다"며 "그동안 서로의 손을 꼭 맞잡고 한 발자국씩 걸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과 희망의 가치를 키워왔고, 그러면서 우리는 장애가 있던 장애가 없던 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하였다"고 피력했다.
오 위원장은 "이러한 이유로 올해도 어김없이 함께 아름다운 동행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공무원노조는 앞으로도 희망과 행복의 가치를 중심으로 더 낮은 자세로 도민들께 참봉사하는 공직자로서의 사명을 성실히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DC노조 서주환 위원장은 "14년째를 맞이하는 아름다운 동행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 행사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서로 다른 이들의 공존과 화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자리로, 매년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장애와 비장애라는 차이가 더 이상 벽이 되지 않고, 함께 걸어가야 할 동행의 길을 만들어가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연대와 상생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단순한 행사를 넘어, 우리의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고형주 NH농협은행 제주특별자치도청지점장 "올해도 저희 농협은행이 '아름다운 동행' 행사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참여한 동행팀에 감사의 고마움을 전했다.
고 지점장은 "저희 농협은행은 지역사회 기여라는 협동조합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지원과 사회복지시설 봉사, 임직원 재능기부를 통한 미래인재 육성 및 지역주민들을 위한 합창공연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오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사회 구석구석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농협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석봉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은 "동행의 발걸음이 어느덧 14년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발걸음이 모여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제정과 일부 개정을 통해 편의시설 인식제고와 관심이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특히 지난 4월 10일을 ‘편의증진의 날’로 처음 지정되었다"고 강조했다.
강 부회장은 "여러분들의 그동안의 노고가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서로의 지지와 협력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격려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성숙해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가을의 정서가 더해진 아름다운 동행이 여러분의 삶에 풍요롭고 따뜻한 의미를 더해 늘 풍요롭고 우리 발걸음을 맞춰가며, 한층 더 단단해지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그동안 제주도에서도 함께 노력한다고 해 왔지만, 아직도 관광이나 보행, 휠체어 등에서 불편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오늘 동행을 통해 저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주도전세버스운전자협회 강정필씨(직전회장)는 동행팀의 이동수단인 대형버스 1대를 무료로 지원함은 물론 여행안내 재능기부를 펼쳤다. 강 전 회장은 아름다운 동행행사가 처음 시작된 2011년부터 올해까지 28회차 연속 지원 및 참가를 이어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