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 숲이 지난 100년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강석찬)는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100여 년간 분포 변화를 조사한 결과 48.1% 감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1918년 당시에는 1168.4ha에서 2021년 606ha로 562.4ha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내 학술지를 통해 발표됐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고지도와 항공사진을 분석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변화를 추적했다.
1910년대에 제작된 조선임야분포도(朝鮮林野分布圖)는 우리나라 산림 상태를 정량적으로 파악할수 있는 가장 오래된 고지도다.
제주 지역의 경우, 1912년부터 1918년까지 진행된 조선토지조사사업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근대적 토지측량법을 이용해 제작됐으며, 24개의 토지이용 및 식생범례를 활용했다.
한라산 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1948년부터 1979년까지의 항공사진, 2006년과 2015년의 정사영상이 분석에 활용됐다.
이 자료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받았다. 2021년 정사영상은 구상나무 보전전략 사업의 일환으로 촬영된 것으로 연구에 포함됐다.
구상나무 숲의 감소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성판악 등사로 중심의 동사면이 502.2ha로 가장 큰 감소를 보였고, 영실 일대(서사면)와 큰두레왓 일대(북사면)도 각각 58.0ha, 40.7ha 감소했다. 반면 방애오름 일대(남사면)는 38.5ha 증가했다.
특히, 1918년 이후 현재까지는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상대적으로 가장 넓은 면적으로 차지하는 진달래밭 일대에서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가장 큰 면적변화가 초래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는 달리 영실 일대에서는 2015년 이후 연평균 감소율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성판악 등산로를 중심으로 하는 동사면은 감소 면적도 502.2ha로 가장 넓었으며, 감소율은 연평균 0.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사면에 위치한 영실 일대는 58.0ha가 감소했고, 연평균 감소율은 0.43%를 보였다.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감소는 식생천이 등 자연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목재 이용, 가축을 키우기 위한 상산방목지 활용 등 인위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1900년대에는 연평균 0.24~0.50%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으며, 이 시기부터 기후변화와 같은 자연적 요인이 구상나무의 생장쇠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상나무 숲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기온상승, 태풍, 가뭄 등 기상 현장이 구상나무 숲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6년 이후에는 연평균 감소율이 1.37~1.99%로 급증해 구상나무 숲의 쇠퇴가 더욱 심각해졌다.
제주 지역의 온도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러한 기후변화의 압력이 한라산의 아고산 침엽수림의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감소와 지역적 변화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보전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2017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구상나무 데이터베이스 구축, 구과결실 주기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구상나무 증식을 통한 복원기술 개발, 식생·환경 모니터링, 자생지 병해충 연구 등 보전을 위한 연구과 함께 구상나무 관련 교육 확대, 캐릭터 활용 기념품 개발·판매 등 대중적 인식 제고를 위한 활용방안도 확대할 계획이다.
강석찬 세계유산본부장은 "구상나무 쇠퇴와 고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특히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자료를 구축하고 활용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