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민 의원 "정월대보름 맞춰 개최...제주시 '재의요구' 발언 부적절"
제주시가 제주들불축제의 '오름 불놓기'를 폐지하고 빛과 조명으로 형상화한 축제로 재설계해 내년부터 개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종전 축제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되 개최시기만 정월대보름 전후로 앞당기는 축제 관련 조례안이 주민청구로 발의돼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고태민 위원장(국민의힘)은 29일 오후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청구조례안이 발의된데 따른 입장을 밝혔다.
이 조례안은 제주시 애월읍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123명의 서명으로 지난 5월28일 청구됐다. 제주도의회는 이달 7일 주민조례발안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사한 결과 청구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 수리했다.
이어 지난 23일 이상봉 의장 명의로 발의돼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체육위는 조례안 상정에 앞서 입법예고, 비용 추계, 집행기관 의견수렴, 조례안에 대한 법제 검토 등의 절차를 이행한 후 10월 임시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주민청구 조례안은 축제 개최 기간 및 장소, 개최 주기, 축제 내용, 주최, 재정 지원, 사무의 위탁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들불축제 개최 기간을 전국 산불경보 발령기간을 제외한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 전후로 기간으로 하고, 개최 장소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소재 새별오름 일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들불축제 주요 행사로 달집 태우기, 목초지 불놓기, 듬돌들기, 풍년 및 무사안녕 기원제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지난 6월 발표한 내년 제주들불축제 개최 기본계획을 통해 '오름 불놓기'를 폐지하고, '불' 대신 빛과 조명으로 형상화하는 축제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어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도의회 내에서 오름불놓기 존치 및 제주들불축제 유지는 그동안 지역구 의원인 고태민 위원장을 중심으로 강력히 의견이 분출돼 왔는데, 이번 주민청구조례안의 처리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조례안이 통과할 경우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제주들불축제의 존폐 향방은 다시 반전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고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들불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로 지정되는 등 27년 이상 개최되어 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메인 콘텐츠를 지속 추진하기 위해 주민청구조례까지 발의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번 주민청구조례야말로 그간 도 행정이 들불축제 개최에 대한 여론조사 및 숙의형 원탁회의 추진 및 결과 등 일련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 부족과 불신을 초래한 결과 주민들이 직접 조례 제정을 청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이번 주민청구조례 발의에 즈음해 제주시에서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재의요구를 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어 제주시에서 최종 결정한 축제 개선안은 지난해 원탁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부정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고 위원장은 "(작년에) 도지사께서 행정시장에게 원탁회의를 개최하도록 해서 결론을 짓도록 했는데, 이게 유명무실했다"며 "그런데 원탁회의 결과대로 하지 않고, (행정시장이) 결과를 부정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부된 조례안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상정여부 결정 혹은 심사도 하기 전부터 재의요구 검토에 대한 제주시 관계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이는 도의회의 심의․의결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주민청구조례안 심사는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함께 원칙과 절차에 따라 내실있게 검토해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1997년 시작된 '오름 불놓기', 논란은?
한편,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꼽히는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부터 개최돼 왔다. 제주 최대의 노동력이던 말과 소의 건강한 양축을 위해 방목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와 새해 첫 정월대보름 액막이와 소원기원 의례를 관광·문화적 측면에서 재현한 축제다
개최시기는 당초 정월대보름에 맞춰 개최하다가 3월로 변경됐다. 그동안 산불위험과 강풍, 코로나19 등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례는 8차례에 이른다. 이중 3번은 '불' 없는 축제로 진행됐다.
'오름 불놓기'와 관련해 존폐논란도 일었다. 산불위험 시기에 '불'을 사용한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제주도가 추진하는 기후 변화시대 탄소없는 섬 정책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결국 제주시는 지난해 숙의형 원탁회의 진행했고, 지난 6월 오름 불놓기를 폐지하고 빛과 조명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내년에 첫 선을 보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주민청구조례가 발의되면서 제주들불축제의 존폐 논란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