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관악제'의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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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관악제'의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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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름만 들어도 겸손한 희망이 떠오르는 김민기의 ‘바다’라는 곡의 한 구절이다. 그 선율이 하루종일 입가를 맴돌고 있다.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워볼란다.” 제주국제관악제 여름시즌이 시작되었다. “섬, 그 바람의 울림”이 제주도 전역을 공감시키고 있다. 
  
2024년 8월 8일 아트센터에서는 제29회 제주국제관악제의 개막식이 있었다. 제주국제관악제의 국제적 수준을 보여주는 마당이다. 임대흥 선생의 지휘로 제주윈드오케스트라의 격을 보여주었다. 축제를 위한 오케스트라이지만 제주관악의 역사와 현 수준, 개인의 역량과 네트워크의 정도를 맘껏 발휘하였다. 초·중·고의 브라스밴드가 배출한 잠재력,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과 제주도립교향악단의 관악주자들, 그 외에 자유예술인으로써의 관악인들이 모인 결집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제주윈드오케스트라는 제주 신예관악인들이 모여 토론하는 ‘브라스의 아고라’광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024 제주국제관악제. (사진=황경수)
2024 제주국제관악제. (사진=황경수)

임대흥 지휘자의 소통중심의 섬세한 지휘가 눈에 들어왔다. 편하게 하면서도 수평적 소통을 이끌어가는 지휘였다. 우리나라 관악의 ‘이데아(이상향)’의 걸음을 걸어갈 윈드오케스트라로 만들어나가라는 관악인들의 언명이 있을 듯하다. 첫곡으로, 제3회 제주국제관악작곡콩쿠르 부분 입상곡인 박다은 선생의 “탐라환상곡”은 한국음악과 제주의 순수성을 금관악기 속으로 숨겨놓은 듯했다. 장중하면서도 멜로디 중심의 멜리스마적 접근만이 아니라 수직적 화음의 변화도 계속 느끼게 해주는 곡이었다. 관악을 아시는 분의 작곡이라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느영나영” 선율의 초두는 드볼작의 “신세계”를 소환시킨 느낌이었다. “이렇게도 가능하구나!”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즐거워할 수 있었다. 제주국제관악제 작곡 콩쿠르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세계적인 바리톤 김태한의 협연은 첫소리만 들어도 “와!!~~~”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산아~~~, 사랑하는 내 고향의 산아!!~~~”“산아”라는 곡이다. 꼭 들어보시기 바란다. 김태한의 버전으로. 다양한 맛과 멋을 맘껏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연출하지 않은 순수한 모습으로 다양한 기교와 역량을 보여주는 최고의 연출이었다. 겸손한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쉽지 않은 음의 움직임을 듣는 분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불러내신다. 가사전달은 물론이다. 오페라 “탄호이저” 중 “오 나의 성스러운 저녁별이여(O, du mein holder Abendstem)”에서는 독일 전통가곡의 맛을 흠뻑 느끼게 해주었다. 바그너의 곡이지만 슈베르트도 만날 수 있었다. 제주에서 세계를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감사합니다. 

2024 제주국제관악제. (사진=황경수)
2024 제주국제관악제. (사진=황경수)

바르셀로나의 클라리넷플레이어즈팀의 협연이 있었다. 목관악기로 축제를 여는 팡파르같은 느낌이 곡이었다. “머스켓티어즈(The Musketeers)”이다. 화려하고, 부드럽고, 목가적이고, 절도가 있으면서 유머러스한 점도 있는 곡이었다. 축제곡으로써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넉 대의 다른 음역대 클라리넷을 앞세워서 협연을 하는 모습이 새롭고, 안정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찼다. 

올해의 참가팀 중 백미가 될 포든스 밴드는 금관소리를 유리그릇소리로 만들더니, 우리에게는 옥구슬 소리로 만들주었다. 유러피안 컴페티션에서 최고의 상을 받는 팀이라고 하니 물어 무엇하겠는가마는 관악을 접했던 사람으로써 기고가는 자괴심과 극단적 부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스텐더드 호른은 없는 듯하고, 후르겔 혼, 엘토 혼 등으로 중간 부분을 메꾸어나갔다. 가늘지만 섬세함을 주는 작전인 듯 했다. 소리가 천정위를 멤돌다 저에게로 온다. 내소리도 들어달라고 먼저, 나중, 작게, 크게!!!
  
아랍음악의 선율을 느끼게 해주는 곡을 선보여주었다. “아그라바의 일출(Agrabah Sunrise by Jonathan bates)”이라는 곡이다. 리듬미컬한 것은 당연하다. 중간 중간 음성과 퍼포먼스는 시선을 모두 훔쳐갔다. 

트럼펫터 옌스 린더만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곡은 말로 어떻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8월 9일, 서귀포예술의 전당에서, 10일 제주시 문예회관에서 각 8시에 있으니 꼭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전 단원들이 초 긴장으로 가장 여린 소리를 가장 에너지 있게 부르면서 시작된다. 그 긴장상황을 뚫고 나오는 따뜻한 트럼펫 소리이다. 후반부의 트럼펫은 피콜로트럼펫이 점령한다. 모든 것을 다 녹여내는 용광로같은 화음과 볼륨속에서 피콜롯트럼펫이 뚫고 나온다. “나! 살아있다. 나를 따르라. 누가 나를??!!!”이라고 말하면서 나타나는 듯 하다. 주관적 저의 느낌이다. 
  
유포늄 주자 개리 커틴의 “할리퀸”이라는 곡은 “자클린의 눈물”이라는 곡을 연상시킨다. 첼로음역대의 유포늄, 단조일 것 같은 선율, 먼저 선율이 나오고 나중 반주가 따라오는 형식 등이다. 목가적인데 에너지까지 가세한다. 마음속 아림을 더 느끼게 하는 대금, 아쟁의 바이브레이션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찾아보니 작곡을 할 때 “행복하고 슬픈 가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듣는 느낌도 그대로였다.  

2024 제주국제관악제. (사진=황경수)
2024 제주국제관악제. (사진=황경수)

제주도립과 서귀포도립 합창단의 남성멤버들로 구성된 남성합창과 연결한 조두남의 “뱃노래, 여자의 마음, 푸니쿨리 푸니쿨라”등은 언제나 등원되는 표현, 귀를 호강시켜주었다.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브라스에 성악을 콜라보시킨다는 것은 아마 공연예술 중 가장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오류로 규정지워주었다. 포든스밴드의 협주라면 한 명의 성악가이든 수 백명의 합창단이든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낼 것이었다. 유럽을 제주 아트센터로 옮겨온 듯 했다. 관악제시기에만 이런 연주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슬쩍 아쉬웠다.                      
  
공연 관람 후, 기억에 남는 것은 앵콜곡이라고 한다. 포든스의 앵콜곡들은 관객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제주도의 푸른 밤” 가요이다. 유트브로 나가면 전세계가 환호할 정도였다. 아주 조용히 구슬프게 만들었다. 편곡의 맛을 맘껏 보여준다. 자체 편곡이라면 “정성을 많이 들였다!”라고 칭찬해드리고 싶다. 국제관악제 조직위가 포든스에게 보내준 편곡이라면 제주국제관악제의 편곡능력과 악보 보유의 수준이 아주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본다. 곡 중에 슬쩍 음성이 가미되는 것을 보면 포든스의 편곡일 듯 하긴하다.   
  
앵콜곡으로 제주도를 들렀다 놓았다했다. “느영나영”도 리드미컬하다. 팡파레성으로 끝을 맺는다. 제주도 곡들을 이해하고 고급화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든스밴드가 말하는 듯 하다. “이제는 고객, 관중, 타자를 위한 디테일한 배려가 필요한 사회”라고!!!   “오돌또기”라는 곡은 후르겔혼의 진가를 보여주는 편곡이었다. 오돌또기라는 제주도 민요를 우리 국악의 전통리듬위에서 후르겔혼이 멜로디 중심으로 맘껏 놀 수 있도록 편곡이었다. 제주도 민요들을 단선율로 부르면서 각종 행사에 나갔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불가능의 가능”을 느끼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곰부리치라는 예술비평가는 “과거는 변환한다. 새로운 것이 주가 되는 것이기 보다는 변화하는 양식만이 있을 뿐!”이라는 맥락의 이야기를 한다. 제주국제관악제도 과거모습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작업들이 한창이다. 제주국제관악제의 봄시즌 행사, U-13밴드 콘테스트, 매년 다르게 펼쳐지는 장르별 콩쿠르 등이 새로움을 품는 변화의 모습이다.   

하나의 유기체를 키우기 위해서는 창의, 몰입, 누적, 경쟁 등의 요소가 필요하다. 제주국제관악제는 이 네 가지의 요소를 균형있게 잘 활용하고 있다본다. 해마다 새로운 사업의 시도, 지속성과 몰입, 세계적인 관악인과 합주단·앙상블팀에 관료한 네트워크 정보의 누적, 경쟁부문과 참가부문의 균형지향 등이다. 글을 쓰면서 우등상은 우등상대로 드리되 개근상(참가횟수만큼 배려하는 시상)제도도 하나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균형을 위해서이다. 

바람의 힘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제주국제관악제를 위해서 글을 마치면서 다시 한번 크게 불러본다.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워볼란다.” 관악의 물결도 크게 일기를 바란다. 먼 훗날 제주국제관악제가 전 세계의 관악을 품어내는 큰 섬 같은 배가 되길 바래본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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