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광 에너지 7GW 이상, 수소 활용 6만톤 이상 생산' 관건
그린수소 상용화 확대..."에너지 대전환 통한 탄소중립, 가능성 충분"
오는 2035년까지 화석 에너지를 제로화(0)하는 '탄소중립(Net-Zero) 사회'를 만들겠다는 제주도의 계획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것일까.
지난 5월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발표한 '제주도 2035 탄소중립 비전'은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탄소 중립 사회를 실현한다는 내용적 측면의 구상도 높게 평가되지만,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이 그동안 논의돼 온 것보다 15년 앞당겨 재설계됐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넘어 극단적 기후 재난 상황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탄소 중립'은 이미 지구촌의 최대 과제로 자리잡았다. 세계 주요 국가마다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 억제를 목표로 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는데, 탄소중립 목표 시점은 대부분 2050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년)을 통해 2050년을 목표로 한 탄소중립 계획을 제시했다. 2022년 기준 6억100만톤 정도인 탄소배출량을 2030년 5억1200만톤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제로에 근접한 8040만톤 정도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본다면, 2035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한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2035 탄소중립 비전'은 그야말로 파격적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정부 계획보다도 15년 빠르고, 실제 실현이 이뤄진다면 아시아 최초의 '무탄소 도시'가 된다.
탄소 중립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활동으로 증가하지 않는 순 배출량 '0'을 의미한다. 제주도의 구상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등으로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탄소 중립 사회를 앞당겨 만들겠다는 이번 제주도정의 담대한 도전은 매우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청정 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가 탄소 중립의 선도적이고 모범적 역할은 당연히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계획의 방향성과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일각에서는 '실현' 측면에서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현실 속에서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동안 과연 넷 제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탄소 중립에 선제적 목표 시점을 너무 무리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계획은 어떻게 해서 수립하게 된 것이고,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 '제주도 탄소중립 2035' 달성 위한 시나리오는?
'제주도 탄소중립 2035 비전'은 민선 8기 제주도정 출범 후 발표한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과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에 이어 글로벌 미래도시인 ‘무탄소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최상위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비전은 제주도를 비롯해 국내 에너지 민.관.산.학 전문가 협의체가 지난 1년여간 집중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탄소 배출량과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에너지 수급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물로 꼽힌다.
전체적인 전략은 물론 각 분야별 목표점 등이 체계적이고 과학적 분석 속에 제시되면서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2035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세부 계획을 보면, 각 분야마다 세부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탄소중립 에너지 대전환 프로젝트인 2035 탄소중립 비전은 '지속가능한 글로벌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를 목표로 한다. 이 목표 도달을 위해 △화석연료의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로 전환 △혁신적인 녹색산업 전환 및 성장 촉진 △생활 속 탄소중립 환경 조성 및 패턴 전환 △탄소중립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을 4대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가정·상업용 난방 에너지를 비롯해 모든 대중교통과 대형 운송 수단, 도심항공교통(UAM) 및 선박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사회 에너지원을 100%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는 어디서나 전력망과 연결되고, 누구나 남는 전력을 팔고 살 수 있는 '에코 그린에너지 사회'도 조성한다.
이러한 비전의 실행을 위한 재생에너지·청정수소 기반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제주도가 전문가 그룹과 함께 에너지 수급 모델을 연구·개발한 것이다.
지난 해 1월 발표한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은 전력 에너지의 생산·공급·활용 체계를 청정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선언적 의미라면, 에너지 대전환 시나리오는 도내 에너지 자립을 넘어 ‘글로벌 청정에너지 사회’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단·중·장기 계획을 통한 실현 로드맵을 골자로 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5년 제주지역 탄소배출량은 총 600만 톤으로 추산되며, 다방면의 저감계획을 통해 온실가스를 상쇄해도 470만 톤의 탄소가 남아 순배출 ‘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로의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2035년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0'를 위해 뒷받침돼야 할 새로운 에너지 규모는 재생에너지 7GW(기가와트) 이상, 그린수소 6만톤 이상(1년 기준)이다.
즉, 2035년 탄소중립이 가능하려면, 기간 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7GW 규모로 확대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그린수소를 연간 6만 톤 이상을 생산해 기저 발전을 화력발전에서 수소로 100%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대전환이 이뤄지면 온실가스는 상쇄되고, 단계적으로 화력발전에서 수소로 전환함으로써 화력발전의 비율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풍력과 태양광을 통한 재생에너지 생산규모를 7GW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느냐, 그린수소 생산 규모를 6만톤 이상 늘릴 수 있느냐가 핵심적 과제인 셈이다.
◇ '재생에너지 7GW 이상, 수소 활용 6만 톤 이상 생산' 관건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목표연도와 목표수치 도출을 위해 자체적으로 모델 개발,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담고 있다. 재생에너지 7GW 이상, 수소 활용 6만 톤 이상을 활용해 청정에너지, 무탄소사회 실현의 경로를 도출해낸 점이 성과라 할 수 있다.
단계별로 무탄소 사회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됐다. 우선 재생에너지 '7GW 이상' 목표 달성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은 풍력과 태양광에서 9대 1 비율(풍력 90%, 태양광 10%)로 설정됐다.
전체적으로 7004~7506MW 규모를 설비하고 발전비율을 70% 이상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이중 풍력은 90% 이상인 5616~6018MW(메가와트), 태양광은 1388~1488MW 규모의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청정 수소는 연간 6만1000톤에서 9만7000톤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2026년까지 해상풍력 100MW 구축하는 한편, 수전해시설 15MW 이상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풍력발전 150메가와트 추가하는 한편, 이후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도 추진한다.
◇ 풍력발전 6GW 이상 확보 가능할까
관건은 풍력발전의 규모를 5~6GW 이상으로 확대하는게 과연 가능할지 여부다.
지난 해 12월 기준으로 제주도내 23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풍력발전의 총 설비용량은 314MW(31만4690KW)이다.
올해 준공 예정인 해상풍력은 한림읍 해상에 5.5MW급 18기이다. 전국 최초 공공주도 해상풍력사업(제주에너지공사 사업시행예정자)인 구좌읍 한동·평대리 해상풍력은 총 105MW 규모로 설치될 예정인데, 2026년 착공하면 2028년 준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상풍력의 경우 동복.북촌 발전소 확장 및 공공주도 육상풍력 절차가 이행 중인데, 규모는 40MW 정도다.
제주도는 단기적으로는 2026년까지 100MW를 구축하고, 중기로는 2030년까지 150MW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기존 풍력발전시설, 그리고 현재 인.허가가 이뤄져 추진 중인 풍력발전사업 설비용량을 모두 합치더라도 총용량은 1GW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현재 시설된 것보다 5~6배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나리오에서 장기적 과제로 3GW급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은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셈이다.
태양광 시설 개발도 확대된다.
태양광 구축 목표는 1388~1488MW 규모로, 풍력시설 계획과 비교해서는 10%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도내 태양광 발전소의 총 용량은 1625개소 538MW(53만8552KW)이다.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현재보다 2.5배 내지 3배 가까이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계획에서는 결국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해상풍력의 대규모 개발 가능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특히 해상풍력의 활성화가 진행 중이고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CF100(무탄소에너지 100%) 확대를 위해 반드시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 이후 수소기술의 발전과 보급여건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주도 2.0에 근거하여 해상풍력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공정과 상생의 원칙 하에 검토하여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도민이익을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그린수소 생산.충전시설 확충, 상용화는?
이러한 가운데, 제주의 그린수소 생산.충전시설 확충 및 상용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35년 시점에서 청정 수소의 연간 생산 목표는 6만1000톤에서 9만7000톤이다.
그린수소는 생산과정에서부터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그린수소는 배터리에 비해 적은 공간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에너지 운반에 용이한 장점이 있다. 수소로 변환된 에너지는 수소차와 수소 발전 등에 활용될 수 있어, 출력제어 완화에 적절한 수요 자원으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2일 국내에서는 최초로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3.3㎿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이 구축됐다. 지난해 9월 2.3㎿를 우선 완성해 그린수소 버스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국내 기업 기술력만으로 구축한 수전해 시스템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에 성공, 그린수소 버스에 공급한다는데 의미가 크다.
나머지 1㎿(해외 PEM)가 최근 완공됐다. 1㎿급은 시간당 18킬로그램의 수소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12.5㎿ 국책과제를 완공하고 2030년까지 거점별 적정규모의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12.5㎿ 생산시설은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며 인허가 절차 진행 중이다. 읍.면 등 거점별 2~3MW 규모의 생산시설 조성을 통한 분산형 수소 공급체계를 구축해 운송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린수소 생산시설이 확장되면서 수소 버스 운행도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하반기에는 수소버스 11대를 더 도입해 운행 노선(함덕~하귀)을 추가할 예정이다.
수소 상용화에 따른 충전시설도 확충된다. 지난 해 10월 조천읍 함덕리에 도내 1호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운영을 시작한 가운데, 연내 도두동에 이동형 그린수소충전소 구축하고, 향후 제주시 서부와 서귀포시 지역에도 그린수소충전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동식 충전소는 트럭 형태로 운영되는 충전소로, 승용차 충전만 가능하나, 도심지역 수소승용차 늘어날 경우 도심 지역 충전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는 수송분야에서 수소차의 경우 버스와 트럭 등 대형차종에서 상대적인 강점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수소버스는 한번 충전(최대 34㎏)으로 550㎞를 주행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기존의 전기차 보급 정책과 병행해 대형차량의 수소차 전환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더욱 속도감 있게 친환경차 전환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영역에서의 버스, 청소차 등을 우선 도입하고 트럭과 추후 개발되는 트램, 선박 등 수소모빌리티 분야까지 확대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노선버스의 경우 주행거리가 짧은 시내 간선버스는 전기, 주행거리가 긴 시외 노선버스는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내연차량 등록은 점차적으로 규제된다. 기존의 전기차 보급정책과 병행해 대형차량의 수소차 전환을 확대해 친환경차로의 전환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산업과 생활 분야에서도 수소에너지 전환이 점차적으로 확대된다.
우선 공공기관 건축물을 대상으로 수소연료전지를 도입하고 발전소로 공급하는 수소배관 내 수소혼소 실증을 완료한 후 민간영역의 산업.생활 분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공 영역에서는 수소 전소 발전, 수소 트램 및 항만 구축 등이 추진된다.
산업분야에서는 1차·3차산업 분야의 에너지전환을 위해 수소 농기계·선박 및 대형호텔·리조트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재생에너지와 수소연료전지(전력·냉난방용)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한다. 축산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의 청정수소 자원화도 진행된다.
생활 분야에서는 기존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를 혼입해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을 통해 전력과 열에너지 공급을 수소기반으로 전환한다.
◇ "실현 가능성 충분...제주도가 대한민국.세계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 제시"
이러한 제주도 자체적 정책 추진과 더불어, 탄소중립 가속화를 위한 국가적 정책수단 추진도 이뤄진다. 국가 R&D를 통한 수전해 효율향상을 통해 3%의 탄소저감 효과를 거두고, 선박·항공 분야 무탄소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배출량 12.4% 감축, 내연차 등록 중단 등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한 수송 분야 전환 가속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의 선제적 대응과 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이 더해질 경우 2035년 탄소 중립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오홍식 제주특별자치도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제주대 교수)은 “제주의 강점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탄소중립 정책이며, 타 시.도보다 10여 년 먼저 시작한 만큼 탄소중립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의 추진, 모니터링, 평가 및 환류 등을 철저히 이행해 전국 최고의 탄소중립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양재윤 제주특별자치도 혁신산업국장은 "이번 제주도 탄소중립 2035 비전은 지난 1년여에 걸쳐 제주도를 비롯해 국내 에너지 민.관.산.학 전문가 협의체가 집중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탄소 배출량과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에너지 수급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물"이라며 "심도있는 논의와 검토를 통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든 실현가능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대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이 달린 시급한 과제이고, 반드시 이행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을 통해 제주도가 먼저 대한민국과 전 세계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과 취재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