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의 제주4.3 개입' 미국 문서에 확인...책임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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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의 제주4.3 개입' 미국 문서에 확인...책임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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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주포럼, '4.3모델의 세계화-진실, 화해, 연대' 세션
"4.3의 완전한 해결, 추가 진상조사-미국 책임 규명 필요"
31일 열린 제18회 제주포럼 4.3세션. ⓒ헤드라인제주
31일 열린 제18회 제주포럼 4.3세션. ⓒ헤드라인제주

제주4.3의 정명(正名)과 정의롭고 완전한 4.3문제 해결을 위해 당시 미군정의 책임 규명 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18회 제주포럼에서 제주4.3 전후 미국에서 생산된 정부 문서 등에 미군정의 개입이 나타나는 만큼 제대로 된 책임규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18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첫날인 31일 오후 3시 20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서 '제주4.3모델의 세계화-진실, 화해, 연대'를 주제로 세션을 개최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4·3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4·3세션은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의 아픔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킨 과정을 전 세계에 알리고, 미국사회에서의 4·3 공론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세션은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를 좌장으로 지난 30여년간 제주4.3에 대해 연구해 온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를 비롯해 이성윤 터프츠대학 교수,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 코네티컷대학 교수, 진 리(Jean Lee) 우드로윌슨센터 공공정책 전임연구원 등 패널로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허 기자는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추가 진상조사와 미국 책임 규명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18회 제주포럼 '제주4.3모델의 세계화-진실, 화해, 연대'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는 허호준 기자.
제18회 제주포럼 '제주4.3모델의 세계화-진실, 화해, 연대'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는 허호준 기자.

허 기자는 "1957년 유엔 한국평일부무위원단 소속으로 방문했던 호주 대표가 본국에 보고한 문서에 4.3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며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게릴라의 활동을 뿌리 뽑기 위해 한국 정부가 채택한 방법은 극단적으로 가혹했다. 수많은 섬 사람들은 이를 잊지 않고 있으며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인들은 4.3을 잊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 대사관의 보고서에 나타나는 대량 학사, 레스 슬로터, 대량 철학, 레스 익스큐션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4.3당시 50명 이상 학살된 집단 학살 사건만 최소한 26건에 이르고 있다"며 "희생자들에게는 붉은색이 칠해지고 유족들은 고통받았고, 지금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허 기자는 "4.3 문제의 해결이라는 것은, 왜곡된 4.3의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고 그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일"이라며 "4.3과 미국의 관계를 언급하고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제주인들의 4.3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48년 4월3일 무장대의 습격 이후 미군정에서는 잇따라 제주도를 방문했다"며 "제주도 사태의 조기 진압을 위한 주한미군 작전참모의 제주도 작전, 미 해군 구축함 제주도 파견 등 미군의 문서들은 제주도 사태에 대한 개입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미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의 증거들은 각종 미국이 생산한 문서 등에서 나타난다"며 "그러나 진상규명 운동이 벌어진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은 사상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허 기자는 "이것이 미국 사회의 공론화 작업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3 당시 불법적인 군사 재판을 받고 형무소에서 수형 생활을 한 희생자는 최소한 2530명 이상"이라며 "현재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심 재판은 죽은 자들이 환자의 입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밝히려는 기억투쟁의 장이자 진실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허 기자는 "4.3문제 해결은 진상규명 요구에서부터 보상금 지급까지 30년 이상의 기나긴 세월이 걸렸다"며 "제주사회는 이러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법제화 과정을 통해 사상 문제 해법이라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4.3문제 해결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제들이 여전히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가해자들을 처벌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인권 유린의 실상을 밝히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미래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4.3무장 공기 주도 세력을 희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력을 배제한 채 사상의 증명이나 화해의 정신을 언급하는 것은 관념적 논의일 뿐"이라고 말했다.

31일 열린 제18회 제주포럼 4.3세션. ⓒ헤드라인제주
31일 열린 제18회 제주포럼 4.3세션. ⓒ헤드라인제주

이어 발표에 나선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사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꾸준히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미국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지만 1945년 이래 미국은 전쟁범죄, 특히 해외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해 자기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과를 받아내는 일은 달에 가는 것처럼 멀게 느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제주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위해 손 놓고 있자는 뜻은 아니다"라며 "지도자들에게 다음 전쟁으로 우리를 몰아넣지 말고 국가대표로서 나라의 역사를 반성하도록 계속 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미국에 책임을 요구할 것을 역설했다.

이성윤 교수는 제주4·3사건에 대한 미국의 사과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4·3희생자를 추모할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관과 공원을 방문해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해자들을 추모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4·3희생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면 한-미관계에 있어 전혀 다른 장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며 "역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도덕적이고, 선하고, 정의롭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리 연구원은 제주4·3의 역사가 담긴 기록물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분석을 통해 얻은 정보를 미래세대와 전 세계에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리 연구원은 "제주4·3 사건의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이 겪은 고통에 대한 책임 규명과 배상 요구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작업도 시급하므로 증언과 유물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며 "제주4·3자료는 학자와 저널리스트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접근·확인·분석·배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과정에 젊은 세대를 참여시켜 소셜미디어에서 연구결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면서 "연구결과는 제주지역의 사람뿐만 아니라 냉전 시대부터 현재까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역사적 맥락의 틀 안에서 정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이날 축사를 통해 4·3에 대한 추가 진상조사를 통해 미국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 지사는 "4·3사건이 미군정 시기에 진행됐기 때문에 추가 진상조사를 통해 미국의 책임에 대해 명확하게 소재를 밝혀야 한다"며 "4·3평화재단을 비롯한 연구기관에서 관련된 추가 진상조사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 스스로도 어떤 조치를 통해 책임을 다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를 더욱 새롭게 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는 "6월 중순 문화재청에서 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지만, 전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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