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시설 확충방안, "현 공항으로는 어렵다"...그렇다면?
제2공항 염두?, 아니면 '정석비행장'?...집단지성 해법은언제?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열람 및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나타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생각'을 두고 지방정가에서 말들이 많다.
제주지역 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과정에서, 대안의 윤곽은 어렴풋이 드러내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 지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41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제2공항과 관련한 여러가지 생각을 밝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제주공항 시설 확충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2015년 국토부의 공항 인프라 확충시설 용역과정에서는 최종적 대안으로 '제2공항 건설'과 '현 공항 확충' 두 가지가 압축해 제시된 바 있다.
그동안 국토부과 제2공항 찬성측에서는 '제2공항 건설' 대안을, 시민사회단체와 반대측에서는 '현공항 확충' 대안을 각각 주장해왔다.
이번 도정질문에서 제시된 오 지사의 '생각'은 시민사회단체에서 볼 때 다소 의외였다. 시민사회단체에서 공항시설 확충 방안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현 공항 확충' 대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공항시설 확충은 필요하나, 현 공항 확충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의 범주에 '제2공항'이 포함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오 지사의 이러한 입장은 국민의힘 김황국 의원(용담1.2동)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일부 단체에서 현 공항 확충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지사의 생각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오 지사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발언을 염두에 둔 듯, "현 공항 확충과 관련해서 제가 몇 차례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면서 "(공항)시설 확충은 필요하나, 현 공항에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말씀드린 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공항 확충 대안이 쉽지 않은 이유를 2015년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결과, 그리고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보고서에 대한 국토부의 검토결과 두 가지 차원으로 설명했다.
오 지사는 "국토부에서 2015년에 타당성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제시가 됐고, 2019년에 ADPi가 제안했을 당시에 항공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검토가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타당성 검토 및 ADPi 보고서 검토과정에서 현 공항 확충 대안은 불가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던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저 또한 관계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활주로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은, (현 제주공항의 주 활주로가) 동서 방향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특히 대한민국의 모든 군 공항이든 민간공항이든 활주로의 방향은 남북 활주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동서활주로가 확대되는 것은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현 제주공항에서 동서 방향으로 활주로를 1개 추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오 지사의 생각은 '현 공항 확충' 대안론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는 제주도의 환경수용성 문제 및 관광객 추이 전망 등을 들며 "제주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해 왔다. 현 제주공항 확충만으로도 충분히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2015년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는 후보지 평가부터 잘못됐고, 부실 조사여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ADPi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현 공항 확충으로 충분한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용역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국토부가 이 내용을 은폐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결국 오 지사가 이번에 "현 공항 확충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의 근거로 든 '타당성 검토' 및 'ADPi 보고서 검토결과'는 시민사회단체와 정반대의 해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오 지사는 국토부의 검토결과를 기본적으로 신뢰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김황국 의원이 몇 차례 반복적으로 "현 공항 확충으로는 어렵다는 것인가"이라고 묻자, 오 지사는 분명하게 "그렇다"고 답했다.
즉, 공항시설 확충방안으로 '현 공항 확충' 대안은 배척시키고, 이 외 대안 중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공항 확충으로는 안된다'는 오 지사의 대안은 뭘까.
김 의원이 "현 공항 확충이 어렵다고 한다면, 대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 지사는 "그래서 지금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며 제2공항 건설안도 공항시설 확충 대안으로서 하나의 범주에 있음을 피력했다.
'하나의 범주'라고 표현한 것은, 제2공항 건설 외에 다른 대안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회를 비롯해 지방정가에서는 오 지사가 제2공항 외의 다른 대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헷갈림만 크게 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공항 인프라 확충방안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정석비행장 활용론'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오 지사는 지난 2021년 제주도와 도의회 합의 하에 제2공항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도민 전체적으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오자 정석비행장 대안론을 제시하며 실제 구체적 논의까지 진행한 바 있다. 물론 당시 찬성단체와 반대단체 모두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정석비행장 활용 관련 공청회 등은 무산됐다. 오 지사는 취임 후 정석비행장 대안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치인 시절의 입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에 오 지사가 '현 공항 확충' 대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면서 앞으로 정석비행장 활용론이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방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함께 지방정가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제시했던 해저터널 건설을 통한 '서울-제주 고속철 건설'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 지사는 취임 당시 약속한 '실용적 접근방법 및 집단지성을 통한 갈등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궁금함을 크게 하고 있다.
오 지사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김기환 의원이 "제2공항에 대한 오 지사의 생각이 도대체 뭐냐"고 묻자, "저도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욕심이 날 때가 있다. 저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기도 하다"면서 "그렇지만 저의 자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찬반의 입장이 다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자신의 생각은 분명히 서 있으나, 찬반 도민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도지사의 방향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혼돈에 휩싸인 제주 제2공항 논란, 오 지사의 생각은 도대체 뭘까.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