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시설 확충이라는 범주에서 제2공항 추진되는 것"
"도민 의견, 가감없이 전달...어떻게 유형화할지 검토 필요"
'제주도의 시간'은 언제?..."환경평가절차 과정에서 가능"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1일 제주 제2공항 논란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에서 공항시설 확충 방안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현 공항 확충' 대안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공항시설 확충은 필요하나, 현 공항 확충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의 범주에 '제2공항'이 포함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끝나면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제주도 의견'은 "가감없는 전달"이란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형식과 관련해서는 도민들의 의견을 좀더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오 지사는 이날 열린 제415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이같은 내용의 제2공항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 지사는 국민의힘 김황국 의원(용담1.2동)이 "일부 단체에서 현 공항 확충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지사의 생각을 밝혀달라"고 하자, 현 공항 확충 대안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오 지사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발언 등을 상기시키 듯, "현 공항 확충과 관련해서 제가 몇 차례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면서 "시설 확충은 필요하나, 현 공항에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말씀드린 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토부에서 2015년에 타당성 검토(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용역)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제시가 됐고, 2019년에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제안했을 당시에 항공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검토가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15년 국토부에서 용역을 할 때와, 현 공항 확충 필요성을 언급한 ADPi 보고서에 대한 국토부 검토에서 현 공항 확충 대안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오 지사는 "저 또한 관계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활주로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은, (현 제주공항의 주 활주로가) 동서 방향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특히 대한민국의 모든 군 공항이든 민간공항이든 활주로의 방향은 남북 활주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동서활주로가 확대되는 것은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 제주공항에서 동서 방향으로 활주로를 1개 추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얘기한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이 "지사님 말씀을 들어보면, 현 공항 확충은 어렵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네"라고 답한 후 "(현 공항 확충 대안에 대해) 더 확인해야 할 게 있다면 더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지사님 말을 요약해 보면 '현 공항 확충은 어렵다'는 말을 국정감사에서도 했고, '하지만 공항시설 확충은 필요하다'는 좀 애매모호한 말씀도 하셨다"면서 "제가 다시 한번 여쭙겠다. 현 공항을 확충하는 건 어렵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오 지사는 "네,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면서 현 공항 확충 대안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김 의원이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어쨌든 지사님의 워딩을 종합해 보면 계속된 말씀의 핵심은 '현재 공항 확충은 어렵다', 이 부분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고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마찬가지고 지사님의 뜻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봐도 되겠나"라고 묻자, 오 지사는 "네"라고 답했다.
'공항시설 확충은 필요하나 현 공항 확충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오 지사는 제2공항 대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이 "현 공항 확충이 어렵다고 한다면, 대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 지사는 "그래서 지금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현 공항시설의 확충이라는 범위의 범주에서 그렇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인식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오 지사는 "공항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가 표현을 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김 의원이 "현재 공항이 확충이 안 된다면, (공항시설 확충 대안으로) 제2공항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겠나"라고 하자, "네, 그것도(제2공항도) 범주에 들어간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오늘 지사께서 말씀하신 내용들을 제가 이렇게 종합해 보면 많은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2공항을 범주로 놓고 시설 확충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반색했다.
이날 오 지사의 입장은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어서, 향후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 주목된다.
◇ '제주도 의견', 가감없는 제출?..."어떻게 유형화, 단순명료 여부 검토할 것"
이러한 가운데, 이날 도정질문에서는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된 후 국토부에 제출할 '제주도 의견'의 총화 방식을 놓고 질문이 집중됐다.
김황국 의원은 "최근에 언론보도를 보면 지사께서는 '가감 없이 의견 수렴에 대해서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겠다' 했다는데,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본다"면서 도지사가 제주도의 정책 결정권자이고, 도민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감안할 때 '가감없는 전달'은 무책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오 지사는 오전에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 화북동) 질의 때 답변했던 내용을 들며,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의견을 전달한다는 내용과 함께, 도민들께서 주신 의견을 어떻게 유형화할 것인지, 그리고 단순 명료하게 전달할 것인지 폭넓게 전체 다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 지사가 언급한 '유형화'와 '단순명료'의 의미는 제출하는 의견서의 내용보다는 형식에 관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접수된 의견을 '압축' 내지 '요약'할 것인지, 아니면 '원내용'을 제출할 지 여부에 대해 좀더 검토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즉, 제주사회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적 결론 형태의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찬반 의견을 그대로 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 지사의 이러한 입장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견수렴을 진행하면서도 결론없는 '무(無)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도정질문에서는 찬반 양측의 격한 논쟁으로 파행이 빚어진 제2공항 기본계획안 도민경청회에 대해 남은 일정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경청회' 의미 상실을 주장하며 제기한 중단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오 지사는 김 의원이 "파행도 있었고, 앞으로 두 번 더 남았는데 오히려 경청회를 하는 것 자체가 갈등만 더 키우고 있지 않나"라고 묻자, "저는 좀 다르게 본다"면서 "경청회 자리를 통해서 우리는 사전에 약속된 찬성측과 반대측의 발언자 숫자를 정했고,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존중해 주기로 합의하고 경청회를 가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오 지사는 "일방적으로 제주도가 경청회에 참여하는 발언자 수 등을 제어하지 않았다"면서"합의에 의해서 진행했다는 점 말씀드리고, 합의에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소 시끄러운 과정이 생길 수 있고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갈등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오 지사는 도민경청회에서 갈등이 더욱 증폭된다고 지적하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의견 수렴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 않나"라며 "지금 794건의 의견 수렴이 도착을 하고 있고, 대략 80%가 온라인의 방식으로 접수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저는 오히려 이러한(경청회) 과정들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그리고 완화시켜 나가는 과정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강성의 의원의 질의에서도 오 지사는 "첫번째(1차 도민경청회)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큰 갈등 예상됐지만, 그 정도면..."이라며 1차 경청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다만, 두번째는 일부 파행이라고 할 부분이 있지만, 그 정도의 주장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경청회는 의견수렴의 한 방법이다"면서 "예전에는 공청회 방식으로 한두번 정도 해서 끝내는 방식이었는데, 경청회는 도민의견 듣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방식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 "지금 두번 진행됐는데, 5월8일까지 (두번 더 하는걸로) 계획했지만, 필요하면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본계획 고시하면, '제주도의 시간'은 언제?"..."환경평가절차에서 가능"
오 지사가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해 온 제2공항 관련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관련한 '제주도의 시간'은 기본계획 고시 이후 이뤄질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기본계획 고시는 사실상 정부 정책이 확정되는 것이나, 이후 사업 인.허가 과정인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제주도의 시간'으로 가져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황국 의원이 "기본계획 고시라는 의미 잘 아시죠?"라고 물은 후, "기본계획 고시는 저는 사업의 확정이라고 본다"라며 기본계획 고시 전에 제주사회 입장이 명확히 제시돼야 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그러자 오 지사는 "(기본계획 고시는) 정부 정책 결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사업의 확정이라는 것은 보상 절차와 그리고 착공 절차가 진행되는 데까지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거기까지 보셔야 한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데, 기본계획 고시가 되면 정부는 하겠다는 뜻이다"면서 "만약에 그 이후에 제주도에서 어떤 의견 절차 그리고 어떤 의견이 전달되더라도 저는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본다"라고 피력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오 지사는 "고시가 이뤄진 다음의 절차는 인허가 절차이다"면서 "인허가 절차와 관련해서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하면 정부에서 추진 어렵다"
오 지사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주도가 할 수 있는 권한과 관련해, "예를 들어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돼서도 다른 시도에서는 환경부가 갖고 있고, 그것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주지를 않았다"면서 "그렇지만 제주특별법에 의해 그와 관련된 권한을 제주도에 갖고 온 것이고,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환경영향평가 같은 경우는 물론 특별법에 근거가 있지만, 환경영향평가 조례 있는데, 우리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례는 법적으로 지금 이렇게 상충될 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면서 "만약에 제주도에서 동의안을 부동의했을 때, 행정심판을 갔을 때 또 다른 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 지사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미 이와 관련된 법률의 존재에 대해서 모든 분들이 인지하고 계시고, 그런 과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그런 동의든 부동의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협의동의안을 부동의 했을 경우에 대해 묻자, 오 지사는 "도의회가 부동의하면 정부에서 추진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