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75주기 제주4·3추념식 엄수..."4.3정신 세계화, 기록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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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75주기 제주4·3추념식 엄수..."4.3정신 세계화, 기록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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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유족.도민' 대규모 운집...윤석열 대통령 추념사 대독
"4.3 희생자.유족 고통.아픔 보듬어 나갈 것...명예회복 최선"
유족 사연 이야기...국가 차원 식후행사 문화제 첫 선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헤드라인제주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헤드라인제주

[종합]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 제75주기를 맞은 3일 제주섬에서 진혼곡이 울려퍼졌다.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념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되면서 유족과 도민이 추념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됐다. 

정부 대표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한창섭 행정안전부장관 직무대행 등도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각 정당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대거 참석했다. 
 
추념식은 식전행사와 본 행사, 식후행사인 문화제로 나눠 진행됐다. 식전행사로는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클럽 노래하자 춤추자’의 ‘4월의 별(작사 황금녀, 작곡 김명진)’ 노래와 장필순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오전 10시 정각에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을 울리자 본 행사가 시작됐다. 본 행사는 △애국가 제창 △제주4·3 경과보고 △추념사 △추모공연 △유족사연 등 순으로 진행됐다.

애국가 제창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애국가 독창 등 많은 무대에서 활약한 테너 최승원과 한국음악협회 제주지회장 오능희 소프라노가 선창했다. 국방부 군악대와 의장대가 연주와 헌화·분향 의전을 지원한다.

제주4·3 경과보고에서는 ‘순이삼촌’의 저자인 현기영 작가가 그동안 제주4·3이 걸어온 길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박주영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박혜준 학생(표선고등학교 1학년)이 미래세대의 의지를 담아 메시지를 전했다.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 윤석열 대통령 "4.3 희생자.유족 고통.아픔 보듬어 나갈 것"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신 낭독한 추념사를 통해 4.3희생자와 유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보듬어 나가고,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곳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이라며 "그 책임이 저와 정부,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4.3추념식 불참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께서 소중히 지켜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승화시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신 낭독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헤드라인제주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신 낭독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헤드라인제주

◇ 김창범 4.3유족회장 "4.3 완전한 해결, 정부.국회가 나서달라"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김 회장은 먼저 "진실왜곡의 망언과 현수막 게첨은 역사 퇴행의 단면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제주도민과 13만 유족들의 마음을 후벼 파고 있다"면서 최근 극우세력의 4.3왜곡 현수막 논란을 겨냥했다.

그는 "4·3특별법 제정과 4·3진상조사보고서의 작성, 국가공권력에 의한 불법적 주민학살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한 바 있다"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군사재판에 대한 직권 재심, 희생자 보상 등에 이르기까지 과거사 해결의 모범과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자 인권국가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우리에게는 신발 끈을 조이고 다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며 "가족관계 특례조항 마련과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트라우마 센터의 설치, 조속한 직권 재심 등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노정에서 미진한 부분에 대해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주셔야 한다. 국회도 적극 나서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3해결이라는 훈풍이 제주에서부터 비롯되어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나가 대한민국이 명실 공히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자 인권국가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이 3일 엄수된 제75주년 추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창범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이 3일 엄수된 제75주년 추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오영훈 지사 "4.3정신 세계화...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와 인권’의 4·3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면서 '4.3의 세계화' 시작을 선언했다.

오 지사는 "지난해 4·3희생자에 대한 국가보상이 이뤄지면서 대한민국 과거사 해결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었다"면서 "직권재심을 통한 희생자의 명예 회복은 사법부가 직접 과거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뒤틀린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며 "4·3의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진실과 정의를 포기하지 않았던 4·3유족과 도민, 그리고 제주의 아픔을 위로하며 함께 손잡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헤드라인제주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오 지사는 이어 "이제 우리는 낡은 이념의 틀을 뛰어넘고,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이 만들어낸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이 전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제주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때보다 평화가 절실한 시대, 아시아·태평양지역 도시들과 ‘글로벌 평화도시 연대’를 구축해 지구촌 평화의 선봉장이 되겠다"며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과거사 해결의 모범 사례, 4·3의 세계화가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본격 추진하고, 평화인권헌장과 트라우마 지표를 완성해 ‘평화의 길’을 열어가겠다"며 "학계의 역사적 정립을 위해 지역 대학에 4·3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고, 5월에 열릴 제주포럼에서 4·3의 가치를 공유하며, 더 많은 이들의 연대를 이끌어 내겠다"이라고 강조했다.

또 "무엇보다, 4·3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에 흔들리지 않고,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와 인권’의 4·3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산천마다 신록이 우거지는 4월이 오면 소중한 이들을 두고 눈감아야 했던 4·3 영령들을 떠올린다"며 "4·3 영령들이 바랐던, 이 땅의 평화와 번영은 후손들이 이뤄나가겠다. 풀지 못한 한은 내려놓고,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 유족사연 소개에 유족들 흐느낌...식후 문화행사도 첫 개최

추모공연은 뮤지컬 배우 카이가 ‘나 가거든(명성왕후 OST)’을,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이예은 어린이(도평초등학교 3학년)가 4·3진혼곡으로 추념식 분위기를 더했다.

유족사연에는 부모, 할머니, 두 형, 누나를 모두 잃고 이삼문(1941년생)이 아닌 박삼문(1953년생)이라는 이름으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소개했다. 

큰아들 박상일과 함께 뒤틀린 가족관계가 간절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현장에서 전했다. 도외에 거주하는 유족의 사연이 추념식에서 다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사연이 소개되자, 장내에서는 유족들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이어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이정현 첼리스트(충북예술고 1학년)와 전예주(백록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애기 동백꽃의 노래를 공연했다.

이정현 첼리스트는 음악을 듣고 악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이날 애기 동백꽃의 노래를 듣고 그린 그림을 영상으로 상영했다.

이번 추념식에서는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문화제도 진행됐다. 본 행사가 끝난 후 식후행사로 ‘동백, 바람을 타고 세계로’를 타이틀로 문화제를 개최했다.

제75주년 제주4.3히생자 추념식에서 공연하고 있는 가수 송가인. ⓒ헤드라인제주
제75주년 제주4.3히생자 추념식에서 공연하고 있는 가수 송가인. ⓒ헤드라인제주

문화제에서는 가수 송가인이 ‘월하가약’과 ‘엄마 아리랑’, 가수 이정이 ‘광야에서’와 ‘걷고 싶다’를 노래하고, 도립무용단이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의 염원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추념식 본행사에 이어 도외 거주 유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다시 한 번 마련한다. ‘레드 콤플렉스’와 연좌제로 아픔을 겪었던 지난날을 임충구(1944년생) 어르신이 직접 나와 전했다.
 
흥산초 아이들(흥산초등학교 6학년 6명, 전진수 선생님 등 2명)이 직접 작곡한 ‘동백이 되어 다시 만나리’를 공연하고, 마지막 순서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도립합창단, 4·3평화합창단을 필두로 추념식 공연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하며 추념식을 마무리했다.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헤드라인제주
3일 엄수된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헤드라인제주

한편, 제75주기 제주4.3추념일을 맞아 서울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사단법인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3일 오후 3시 서울 신촌역 창천문화공원에서 75주기 제주4.3추념일에 즈음한 문화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번 기념행사의 슬로건은 4.3에 대한 정명에 한 걸음 다가서는 노력의 시작을 알리는 취지에서 '4.3은 통일과 자주독립입니다.’로 제시됐다. 기념식은 그간 위령제 형식의 추념식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일상의 공간에서 ‘4.3의 진실’에 다가가려는 하나의 문화극으로 총화했다. 오는 9일까지 기획전시와 주제강연도 이어진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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